“인생 후반전, 하나님 인도하시는 곳은 어디든지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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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 하나님 인도하시는 곳은 어디든지 가렵니다”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6.09.07 14: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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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제2의 인생 전도하는 전직 총경,정기룡 미래현장전략연구소장

여기 ‘새옹지마’ 같은 인생 드라마의 주인공이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19세 어린 나이로 군 입대 후, 경찰간부시험에 2등으로 합격해서 29세에 파출소장이 됐다. 그 후 탄탄대로, 동기생 중 가장 먼저 경찰서장이된 것까지는 감사할 일이었는데, 진급이 빠른 탓에 계급정년에 걸려 퇴직도 빨랐으니, 이쯤에선 감사가 다시 원망으로 바뀔 판이다.

퇴직 후를 대비해서 퇴근 후 쉬지도 못하고 몇 년 동안 별별 직업기술을 다 섭렵했지만 이것도 결국 헛일. 그러나 그 경험담 엮어 ‘퇴근 후 2시간’이란 책을 내고, 자신의 인생을 녹여 담은 행복 이야기로 현재 TV 라디오 방송과 전국 곳곳에서 인기 강사가 된 이 사람은 정기룡 미래현장전략연구소장(전 대전중부경찰서장).

▲ 동기들보다 빨리 승진했지만 빨리 퇴임해야 했던 전직 총경 정기룡 미래현장전략연구소장은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토대로 '퇴근 후 2시간'이란 책을 내고, 퇴직 후 행복한 제2인생을 사는 방법을 조언하고 있다. 내년엔 목회자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살 기대에 설레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늘 감사하다.

모태신앙이 나를 지켜줘
“어려서부터 가정형편이 좀 그래서 자칫하면 좋지 못한 길로 갈 뻔 했죠. 실제로 주변에 그런 친구들도 있었고요. 그래도 저는 모태신앙으로 교회를 다녀서, 신앙이 저를 지켜줬습니다. 자라면서 보고 들은 게 있잖아요. 할머니가 저를 위해 새벽마다 기도해주신 것도 있고요.”

소동파라는 예명으로 영화제작을 하고 조연으로 당시 남궁원, 신영균 등 이런 대 배우들과 영화도 찍었던 아버지는 결국 투자 사업이 망해서 교사였던 어머니까지 직장을 잃게 됐다. 빚 때문에 형사들에게 쫓겨 집에 숨어살다시피 했던 아버지를 보며, 독자에 장남인 그로선 군 입대 외에 다른 마땅한 길이 없었다. 

“군 생활 중에도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다른 데 쏠리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저는 그래도 신앙이 있어서, 하나님이 보고 계신다는 신앙 때문에 절제할 수 있었죠. 그래서 밤에는 야간대학을 다니며 공부를 쉬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행정고시를 보려고 했는데요, 과목이 비슷해서 경찰간부생 시험을 봤고 합격해서 무궁화 하나를 달고 파출소장이 됐습니다.”

그 후로 진급시험 때마다 우수한 성적으로 직진인생을 살던 그는 총경이 되어 대전시의 북부, 둔산, 동부, 중부경찰서의 서장을 역임하며 잘 나가는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총경 11년 동안 승진을 하지 못한 그는 오히려 계급 정년에 걸려 5년이나 일찍 옷을 벗어야 했다. 

“계속 동기들보다 먼저 진급할 때는 좋았어요. 서울청장도 하겠다 싶었죠. 그런데 결국 동기들보다 더 일찍 퇴직을 하게 되니까 원망도 생기더라고요. 일도 열심히 하고 기도도 열심히 했는데, 하나님 왜 승진이 여기서 더 안 됩니까?”

아직 어린 자녀들이 눈에 밟힌 그는 퇴직 후를 준비해야 했다. 매일 퇴근 후에 학원을 다니며 직업기술을 배웠다. 제빵사 자격증을 땄고, 그것으로 부족하니 떡을 배워야 한다고 해서 학원에 시장까지 찾아다니며 떡 기술을 전수받았다. 누구는 또 수제 초콜릿이 대세라고 해서 그것도 배우고, 손두부에, 나중엔 공인노무사 준비까지.

“그때 피아노도 배웠어요. 그 당시 제가 한신교회를 다녔는데 경찰서장은 일요일 오전에 회의를 합니다. 그래서 1부 예배를 드렸는데 반주자가 없었어요. 제가 배워서 하겠다고 목사님께 말씀드리고 3년을 배워서 피아노 반주를 했어요.”

출근할 곳 있는 게 감사
그러나 교회 피아노 반주 외에, 다른 모든 자격증과 기술은 다 헛일이 됐다. 칼같이 주름 잡은 제복을 입고 수많은 부하들의 경례를 받으며 새벽부터 밤까지 바쁘게 살던 그는 무릎 나온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누가 볼까 계단을 타고 음식쓰레기를 버리는 신세가 됐다.

현직에 있을 때에는 조석으로 사건 사고를 보고 받느라고 휴대전화 배터리가 금방 닳았지만 이젠 달랑 하루 세 통이면 끝이었다. 아내에게서, 대출업체에서, 휴대폰 바꾸라는 통신회사에서. 명함이 없다는 것도 그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퇴직하고 6개월 동안 가장 힘들었습니다. 출근하면서 ‘여보, 갔다 올게’, 이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뼈저리게 느꼈죠. 나중에 삼성 에스원 상임고문 자리를 맡게 되어 출근하라고 연락이 왔을 때는 얼마나 좋은지 새벽에 일어나 넥타이를 다섯 번이나 고쳐 맸습니다. ‘얘들아, 아빠 갔다 올게’, 이 말이 얼마나 좋은지 한번 나와 본 사람은 압니다.”

그가 퇴직 후를 준비하며 쏟았던 어마어마한 시간과 물질은 결국 허사가 됐지만, 그래도 건진 건 있다. 쓰라린 경험이다. 그 ‘실패담’을 통해서 퇴직을 앞둔 이들에게 지혜로운 조언을 나눠준다.

“현재 100세가 넘은 분들이 1만 5천 200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도 100세 시대가 온 겁니다. 그러면 직업 하나가지고 못삽니다. 인생 전반전은 먹고 살기 위해서 직업을 가졌다면 후반전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합니다. 아니면 아내가 좋아하는 걸 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또 취미가 돈이 됩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퇴직 후의 삶과 행복한 인생에 대한 강연으로 바쁘게 살고 있는 그는 요즘 오히려 동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동기들보다 일찍 제복을 벗을 때만 하더라도 짠한 표정들이었지만 이젠 “나도 너처럼 살고 싶다”며 부러운 눈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퇴직 후에 ‘완장’을 떼지 못해서 제2의 인생에 실패한다고 한다. 퇴직 하는 순간 다 내려놓아야 한다. 경찰들이 퇴직 후 쉽게 취직을 못하는 이유가 그 예다. 경찰서에서 경례 받으며 살다가 갑자기 그 계급을 내려놓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을 하려고 하니, 마뜩찮다. 

“그러나 세상은 아무도 그 사람이 왕년에 경찰서장이었는지 관심이 없거든요. 그런 의식은 빨리 내려놓아야 합니다. 저는 현직에 있었을 때에 순경에게도 존댓말을 했습니다. 어떤 이는 반말하면 가까워진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평소에 겸손한 태도를 익혀 놓는 게 좋아요.”

60대에 펼쳐질 새 인생
그는 요즘 새로운 꿈에 잔뜩 부풀어있다. 내년이면 목사 안수를 받게 된다. 처음엔 아들 때문에 신학대학원에 들어갔다. 신학을 하는 아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라더니, 아들은 다른 직업을 갖게 됐고, 그가 목회자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전도사 시취 받았을 때 너무 기뻤어요. 목사님 여덟 분이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라고요. 명색이 경찰서장 출신인데도 떨렸습니다. 나중에 목사님이 다 됐다고 하셨을 때에 얼마나 기뻤는지요. 사실 경찰서장할 때는 전도사를 뭐 그리 대단하게 안 봤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너무 감사합니다. 희망이 있잖아요. 내년이면 에스원 고문도 끝나거든요. 목회자로서 제가 할 일이 생긴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남들 은퇴할 나이에 목회자가 되어 교회를 섬기겠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눈총을 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는 하나님의 뜻을 여기서 찾는다. 아이들도 다 컸다, 아내도 대학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에겐 연금도 있다. 그러니, 물질에 구애받지 않고 섬길 수 있을 것 같다. 어디든지 주님이 인도하시는 곳에 부담 없이 갈 수 있다.

“남들은 30대에 목회를 시작하지만 저는 은퇴할 나이에 목회를 하니, 부족한 것이 많이 있겠죠.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을 것이고요. 저는 예배와 설교에 목숨을 걸자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느 곳이든지 좋습니다. 퇴직 후의 행복한 삶에 대해 제가 그동안 연구하고 강의한 결론이 이거 아닙니까.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게 행복한 것이라고요.”

더구나 그것이 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오늘도 ‘행복 전도사’로 매일 빼곡한 스케줄을 따라 전국을 종횡무진하는 그는 곧 강단에서 복음을 전할 기대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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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2016-09-09 07:47:22
애국이란 사람을 변화시키고 행복을 주는 것이다. 범죄자를 줄이는 것이다. 전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