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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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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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0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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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 / 춘천동부교회

‘에너미(Enemy, 2013)’, ‘더블: 달콤한 악몽(The Double, 2013)’, ‘해, 왕이 된 남자(Masquerade, 2012)’. 이 영화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도플갱어(doppelganger)’를 소재로 했다는 점입니다. ‘도플갱어’는 그 어원이 독일어에서 온 것인데 ‘doppel’은 ‘double’을 뜻하고, ‘ganger’는 ‘walker’를 뜻합니다. 문자적으로는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란 뜻으로 쌍둥이도 아닌데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똑같이 생긴 사람을 일컬어 도플갱어라 합니다.

그렇다고 도플갱어가 단지 겉모습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기 있는 가수들의 목소리와 창법을 똑같이 흉내 내는 경우도 도플갱어라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사소한 습관이나 행동이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저 같은 경우를 보면 망치질을 할 때 제 입도 함께 움직이고, 설거지나 한 곳에 가만히 서서 어떤 일을 할 때 한쪽 발뒤꿈치를 들곤 하는데 이런 모습들은 제 부모님과 꼭 같은 것들입니다. 이 또한 일종의 도플갱어입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 중에도 마치 도플갱어를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옛날에 절에서 글공부를 하던 도령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도령이 손톱 발톱을 깎고 있는데, 스님이 와서는 손톱을 함부로 버리면 나쁜 일이 닥치니까 잘 싸서 버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도령은 그 말을 가벼이 듣고 손톱 발톱을 깎은 것을 숲에다 던져버렸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보니 놀랍게도 자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자기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런 저런 다툼 끝에 결국 진짜 도령이 가짜에게 쫓겨나고 맙니다. 그제야 스님이 했던 말이 생각나 도령은 스님에게 가서 하소연을 합니다. 그러자 스님이 고양이 한 마리를 가지고 다시 가보라고 합니다. 도령이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자 가짜 도령은 고양이를 보더니 갑자기 겁을 내며 도망을 치더니 결국 고양이에게 물려 죽습니다. 죽은 뒤의 모습을 보니 그냥 한 마리의 평범한 들쥐였습니다. 알고 보니 들쥐가 도령이 산에 버린 손톱 발톱을 먹고 도령과 똑같은 모습으로 둔갑을 했던 것입니다.

가짜는 결국 드러나게 된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도플갱어가 아무리 행동이나 말투, 생김새 등의 외적인 면이 똑같다고 해도 그 본래의 한 인격과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다른’ 존재이고 결국에는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신앙 가운데도 도플갱어와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린도교회를 향한 바울의 편지를 보면 당시 교회 안의 많은 이들이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이방신을 섬기며, 우상의 음식을 먹고, 파벌을 만들고, 약자를 가볍게 여겼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울이 본 것은 겉으로는 그리스도인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세속적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마치 도플갱어와 같은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바울은 그런 고린도교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무리 일부 모습은 그리스도인 ‘같이’ 보인다고 해도 결국 하나님 앞에서는 그 실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난 이후로 종교적인 행위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늘 그리스도의 가치관으로 살아가기를 간구했습니다. 복음을 전할 때에도 옥중에 매이는 상황에 굴하지 않고 담대하게 말씀을 전했습니다. 사도행전 26장을 보면 바울은 당시 최고의 권력자 아그립바 왕에게 재판을 받으면서 왕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뿐만 아니라 오늘 내 말을 듣는 모든 사람도 다 이렇게 결박된 것 외에는 나와 같이 되기를 하나님께 원하나이다”

오늘 우리들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혹시 겉만 그럴듯한, 마치 그리스도인의 도플갱어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신앙의 연수가 쌓여갈수록 그저 비슷해지고 익숙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더운 여름도 끝나고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이 가을에 우리들의 신앙도 풍성한 열매를 맺는 복된 성도로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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