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인권과 국가폭력

인천 내일을 여는 집 이사장 이준모 목사 이준모 목사l승인2016.08.30 22:54:11l수정2016.08.30 22:58l13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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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방에 있는 한 원장님이 지금 사회복지사들이 건강보험공단에 가서 5시간째 조사를 받고 있다며 분개했다. 그 때 시간이 저녁 11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순간 내 머리에 스치는 것은 “무슨 비리를 저질렀기에 이리 늦은 시간까지 조사를 받는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원장님의 말은 사뭇 달랐다. 한 직원이 퇴사를 하고 나서 재직기간 중 일어난 일로 불만을 가지고 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에 내부고발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지부 공무원이 사전에 어떤 예고도 없이, 당일날 공문을 가지고 중앙공단 특별조사팀원 8명을 포함하여 9명이 내려와 4일째 조사를 했단다.

최초 서기관이 제시한 공문에는 조사대상 기간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였지만, 4일 동안 조사를 했어도 아무런 지적사항이 나오지 않으니 그 자리에서 다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조사를 한다며 다시 조사기간을 하루 늘려 잡고 무리한 조사를 실시했던 터였다. 그러다보니 사회복지사의 인권이나 근무시간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조사를 실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원장에게 이르기를 그 자리에서 조사기간을 왜 늘려 주었냐고 물으니, 서기관이 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공단으로 가서 기간을 더 확대하여 다시 내려 올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아 불가피하게 이왕 조사를 받으니 응하자는 마음으로 합의하에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공단에 불려갔던 사회복지사의 증언을 들으면 더 가관이다. 조사실에 들어가면 사회복지사 1명을 자리에 앉혀 놓고 조사관 2~3명이 서류를 보면서 번갈아 가며 반복되는 질문을 건수가 잡힐 때까지 지속적으로 추궁한다고 한다. 그렇게 밤 11시까지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그 비리라는 것이 공금을 횡령했다든지, 탈세를 했다든지 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 요양기관에서 일어나는 소위 비리는 인력배치기준 위반이라고 한다.

인력배치기준이란 30인을 정원으로 하는 요양기관의 기준에서 보면, 시설장 1명, 사무국장(사회복지사) 1명, 의사(촉탁) 1명, 요양보호사는 입소자 2.5명당 1명, 간호(조무)사는 입소자 25명당 1명, 사무원이나 조리원은 필요수를 두고 있다. 이렇게 인력배치기준을 두고 있는 이유는 서비스의 질을 확보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것은 노숙자 쉼터나 장애인 시설이나 어느 사회복지 시설도 인력배치 기준이 있다. 그러나 요양전문기관처럼 인력배치기준에 따라 그 업무를 하는지 안하는지를 따져 재정을 환수해 가지는 않는다.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복지사가 휴가를 가면 휴가를 감으로써 비는 공간을 시설장의 운영권한에 의지하여 적절하게 시설을 운영해 간다.

그러나 요양기관은 위 인력배치기준을 다 지켜 직원을 뽑아 운영을 했을 지라도 요양사로 등록된 사람이 조리업무에 투입되면 요양사로 지급된 인건비 전체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페널티를 메긴다는 것이다. 서비스 질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인력배치 기준이 국가가 재정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저질폭력이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도에 1,028개의 요양기관을 현지조사한 결과 75.3%에 해당하는 774개의 시설이 부정을 저질렀으며, 그 부정금액도 235억원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적발된 기관수마다 약 3천만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정부가 매년 수백억씩 거두어 75% 이상이나 되는 기관에 낙인을 찍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이나 제도개선에는 얼마나 사용하는지 묻고 따져 볼 일이다.

얼마전 지방에 있는 요양기관시설협의회 소속 회원들과 다른 사회복지 주제로 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한 원장은 정말 열심히 일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거의 폭탄과 같은 재정환수이고, 범죄자 같이 취급되는 낙인이라며 분개했다. 그리고 말끝에 하는 자조섞인 말이 누군가는 죽어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고 하는데 섬뜩했다.

국가는 요양기관을 사회복지 현장으로 생각한다면, 사회복지 현장에 걸맞게 따뜻한 설계를 해야 한다. 국가는 요양기관을 사회복지적 돌봄을 하는 상행위를 하는 곳으로 본다면 상행위에 맞는 시장원리에 따른 설계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준모 목사  igoodnews@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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