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 양성보다 목회자 양성, 이론보다 실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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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 양성보다 목회자 양성, 이론보다 실천으로”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8.3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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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㉓신학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자
▲ 신대원을 신학을 배우는 곳으로만 생각할 때 교회가 요구하는 사역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책임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신대원들을 향한 다양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어쩌면 한국의 신대원들이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언더우드의 신학반, 국내신학교 시초…목표는 교역자 양성

해방 이후 대학 승격 위해 학문성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

“신대원, 기독교 신앙 헌신하는 사역자 훈련소 돼야한다”

신대원의 본질은 무엇일까. 신대원의 본질은 신대원의 존재 이유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신대원이 신학교육을 위해 존재하는지, 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대원을 신학을 배우는 곳으로만 생각할 때 교회가 요구하는 사역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책임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신대원들을 향해 ‘전문성과 현장성이 결여됐다’, ‘신학생이 과다 배출되고 있다’, ‘영성과 인성교육이 결여됐다’ 등 다양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어쩌면 한국의 신대원들이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신대원의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한국의 신학교가 왜 생겨났고, 현재 한국의 신학교가 왜 이러한 지적을 받고 있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신학교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리고 본질의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봤다.

 

처음 시작은 ‘교역자 양성’ 위해

국내에서 언제 처음 신학교가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1985년 4월 입국한 미국 북장로교선교부 파송 복음선교사 언더우드에 의해서라는 설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당시 언더우드가 신학 교육을 시작한 목적은 두말할 나위 없이 ‘교역자 양성’. 그는 1890년 가을, 서울 정동에 있던 그의 집 사랑방에서 ‘신학반’(theological class)을 열었다.

조금 더 시간을 뒤로 돌리면 마포삼열 박사(1890년 입국)가 1901년 미국·호주·캐나다 장로회 소속 선교사들의 연합공의회의 결정을 거쳐 평양에 있던 그의 사택에서 본격적으로 정규신학교를 시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마포삼열 박사 역시 ‘복음전도자 양성’을 신학교 설립의 최대 목표로 내세웠다. 이는 당시 장로교의 유일한 신학 교육기관이던 ‘대한야소교장로회신학교’(평양신학교)의 시초가 됐으며, 1907년 첫 졸업생인 길선주 등 7인이 최초로 한국장로교 목사로 배출됐다.

감리교의 경우 평양신학교와 달리 일종의 ‘도제교육’형태로 신학교육을 시작했다. 형태는 달랐지만 목적은 역시 ‘목회자 배출’. 교수인 선교사와 학생들은 함께 생활하고 전도하면서 신학을 가르치고 배웠다. 감신대 이덕주 교수는 “당시 미국 선교사였던 스크랜톤이 레오나드 박사에게 보낸 서한(1893년 5월 6일)을 보면 당시 완전한 도제교육의 형태는 아니지만 ‘목회자들과 교회지도자들을 양육할 목적으로’ 교육을 시작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방이후 신학교 본질 변화

이처럼 교역자 양성 중심이었던 초기 한국 신학교의 모습은 해방 이후에 변하기 시작한다. 해방 이후 신학교들은 대학으로 승격하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려다보니 자연스럽게 학문성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특히 해방 이후 당시 문교부로부터 대학설립 인가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 학문적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됐고, 다른 대학들과 학문적 교류를 할 정도의 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한 사안이 됐다.

감신대 오성주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인문사회과학의 학문적 영향을 받아 해방 이전에 전도자 혹은 설교자를 세우기 위한 교육목적은 해방이후 좀 더 확장된 의미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고상한 품성과 건전한 지력을 가진 선량한 시민’으로서 교단의 교역자가 되도록 하는 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또 “이는 필연적으로 기독교 내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은사’ 혹은 ‘소명’ 중심의 목회자 교육이 ‘지식’ 혹은 ‘교육수준’ 중심의 목회지도자 교육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요인은 이같은 변화를 가속화 시켰다. 해방 이후 한국의 신학교들은 우선 경제적으로 자급자족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얼마간은 선교사들로부터 원조를 받을 수 있었지만 어느 교파도 홀로 그 책임을 감당할 능력은 없었다. 신학교 주일을 만들어 교인들로부터 헌금을 걷기도 했지만, 여러 궁리 끝에 신학교들은 자립하기 위한 가장 좋은 길로 어떻게 해서든 신학생들을 늘려 재정을 확보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당시의 신학교들은 수업의 질을 높여 학비를 높게 받고자 했지만, 신학생들의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수업료를 늘리는 것은 녹록치 않았다. 결국 다른 병설학과를 설치하여, 일반 대학의 수업료 액수에 준하는 등록금을 받음으로써 학교재정에도 도움이 되고 신학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감리교 대전신학대가 음악과를 설치한 일과 삼육신학대학이 농과와 가정과를 설치한 일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신학교육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재정을 늘리기 위한 다른 방편으로 대학원이 설치되고 신학석사가 개설된 것도 이때부터다. 오성주 교수는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까지도 신학교를 확대하여 일반대학과 같은 수준의 종합대학으로 만들어 나가려는 꿈을 저버리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시 본질로

최근에는 신대원이 소속된 신학교들마저 국가의 입시제도의 영향권 아래에 들어가 국가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같은 정부재정지원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학평가체제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신학교들은 국가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감행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같은 신학교의 분위기가 목회자 양성이라는 신대원의 본질까지 희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성결대 서인선 교수는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제47차 정기논문발표회에서 “한국 신학교육의 문제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목회자 양성보다 신학자 양성에, 실천보다 이론에 치우쳐 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 초기에는 성공한 목회자가 신학교수가 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박사학위를 요구하게 된 상황에서 그리고 학문적 발전 혹은 업적평가를 위하여 교수에게 많은 연구 논문과 그 밖에 다른 일들을 요구하는 대학 현실에서 자연적으로 학문에 치중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며 “그 결과로 신학교육에 이론과 실천 혹은 학문과 영성의 균형을 잃게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총신대학교 주최한 ‘개혁주의 신학과 영성’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에서 네덜란드의 개혁주의 신학자 헹크 판덴벨트 교수(흐로닝언대학교)는 “신학대학원은 지적으로 탁월한 장소가 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경건한 삶, 기독교 신앙에 헌신하는 사역자를 훈련시키는 주둔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미국 트리니티크리스찬칼리지의 다익스트라 총장도 “미국의 많은 대학들이 처음에는 개혁신앙의 가치 아래 세워졌지만 점차 기독교신앙의 본질을 버렸다”며 “신앙은 포기하면서 학문에 관심을 쏟거나 사회적 역할에 치중하는 경향은 잘못된 일이다. 개혁주의신학교는 지성과 영성에 균형을 갖고 전 삶의 영역을 포괄하는 신앙적 관점을 현 세대에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석대 유명복 교수는 “신학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을 하나의 인격자로, 그리고 신앙인으로 성숙시키는 것”이라며 “중세수도원이 배움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열망하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았듯이, 신대원의 목표도 이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미국의 달라스 신학대학원과 베일러대학교의 트루엣 신학대학원,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대학원, 한국의 합동신학대학원 등의 예를 들면서 고대 수도원에서 하는 것과 같은 기도와 명상, 성경공부, 공동체 생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미국 달라스 신학대학원은 영성형성과목을 4학기 동안 무학점 필수로 이수케 하고 있으며, 6-8명 정도의 학생들이 소그룹을 통해 깊은 공동체 훈련을 하고 있다. 베일러대학교의 트루엣 신학대학원의 경우에도 ‘언약그룹’이라 하여 매학기 일주일에 5시간 동안 학생들이 매학기 세워진 개개인의 영적인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모임을 진행한다.

한국의 합동신학대학원의 경우에는 교수 1인당 10명 정도의 학생이 배정되어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신대원 생활에의 적응, 가정, 사역, 학업, 경건생활에 대해 토의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유 교수는 “이같은 공동체 훈련과 영성 훈련을 통해,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간의 유대관계가 높아질 뿐 아니라 학생들이 향후 목회 현장으로 나아갈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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