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놓지 못하면 한교연-한기총 통합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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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놓지 못하면 한교연-한기총 통합 어렵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6.08.3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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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한교연-한기총 기구통합, 과제는 무엇인가?

한교연-한기총 모두 사단법인, 총회 결의까지도 난항
제3의 기구 태동 우려... 통합의 명분부터 뚜렷이 해야
분열의 원인 돌아보는 회개와 장기 로드맵부터 세우길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을 위해 거론되고 있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지난달 교단장회의에서 통합협의회를 구성하면서 제안한 7.7정관의 복원. 둘째는 한교연이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이단문제의 선결. 그리고 마지막은 한국교회 전체의 80~90%를 차지하는 주요교단들의 적극적인 가담이다. 세 가지 요구조건이 맞는다면 한교연과 한기총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지금 한교연과 한기총 통합논의는 ‘누가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결론은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다’는데 더 가깝다. 안타깝게도 지금 양 기구의 통합논의를 바라보는 한국교회 일각에서는 ‘제3의 기구’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교연과 한기총 통합논의 속에서 간과된 몇 가지 문제점들을 통해 대안을 찾아본다.

# 당대당 통합 추진 새출발 

오는 31일 공동기자회견이 열린다고 알려온 한교연과 한기총. 지난 24일 7개 교단장이 모여서 한기총-한교연 통합협의회의 본격적인 가동을 모색했지만, 결국 임의기구가 연합기관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반대여론에 부딪혀 지지부진되고 말았다. 여기에 통합협 실무진에 이단관련 구설, 성추문 관련 구설 등에 둘러싸인 바 있는 인물들이 포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지난 주간 몇몇 교단장들과 한교연-한기총 수장의 만남이 있었고, 23개 교단 총무단이 모였다. 그 결과 양 기구 통합논의에 한교연과 한기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여기에 대표성을 띠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가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실무 역시 임의기구가 아닌 교단 실무자들이 책임감 있게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교단장회의에서 제안했던 통합추진에는 한교연이 빠져 있었다. 한교연 회원교단은 들어갔지만 대표나 실무자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논의에서는 한교연과 한기총을 주축으로 교단들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모양새를 갖추었지만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 7.7정관의 복원, 가능할까?

교단장회의가 한교연과 한기총 통합의 전제로 내놓은 첫째 조건은 7.7정관의 복원이었다. 7.7정관은 2011년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이었던 김용호 변호사가 제안한 것으로 축조심의를 거쳐, 금권선거를 차단하는데 주력하는 내용들을 골자로 통과됐다. 눈에 띄는 변화는 대표회장 순번제. 가-나-다군으로 회원교단을 크기별로 구분해 순번대로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것이다. 이와같은 선거절차는 현재 한교연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한기총은 2011년 직무대행이 떠난 후 점차적으로 7.7정관을 개정, 다시 원래의 정관으로 후퇴를 거듭했다.

교단장회의에서 7.7정관의 복원을 주장한 것은 7.7정관의 성격이 개혁적인데다가 당시 한기총을 탈퇴하며 한교연을 만든 교단들이 7.7정관의 훼손을 탈퇴 이유로 꼽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교연 내부에서 종종 “7.7정관 복원된다면 한기총과 통합할 수 있다”는 말을 언급한 것도 작용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7.7정관의 복원을 통해 회원들에 대한 재심의를 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7.7정관 이후 즉 2011년부터 지금까지 새로 가입했거나 분열, 통합한 교단에 대해 특정 회원의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회원권을 유보하고 재조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락방을 정면으로 겨냥한 통합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7.7정관의 복원이 곧 이단문제의 해결이라면, 한교연으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2011년 한기총의 개혁을 요구하며 교단들이 탈퇴할 때 주장했던 7.7정관도 복원됐고, 이단문제도 해결됐다면 통합을 거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7.7정관의 복원 주체가 어디냐의 문제는 통합의 주체가 어디냐는 질문과 맥을 같이 한다.

# 지금의 시나리오, 흡수통합 동상이몽

7.7정관의 복원과 이단문제의 선결은 사실상 ‘흡수통합’일 때를 전제로 한 제안일 수 있다. 지난 31일 증경회장단과 모임을 가진 한기총 내부에서는 “한기총의 이름을 버릴 수 없다. 할 거면 반드시 한기총의 이름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한기총 증경회장들은 한교연 역대 회장들의 예우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한마디로 한기총에 한교연 회원들이 들어올 때 우리가 뭘 해주면 되겠느냐는 대화가 오간 것. 이마저도 썩 흔쾌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교연은 어떨까? 한교연은 한기총 이름으로 통합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한기총의 이미지 실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라는 말도 나온다. 굳이 한기총 이름으로 통합할 이유도 없고, 이것은 당대당 통합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통합논의는 시작했지만 방식과 해법은 다른 '동상이몽'에 빠져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하나는 한기총 이름으로 통합하는 것. 또 하나는 새로운 이름으로 통합하는 것.

한기총 이름으로 통합할 경우, 한기총은 한교연을 받아들이기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하며, 이와 상관없이 교단장들과 합의한 7.7정관으로 먼저 돌아가야 한다. 7.7정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한기총이 정관개정안을 올려 실행위원회와 총회를 거쳐야 한다. 정관의 개정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 개혁총회에서 조용히 통과시킬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통합 후 한교연 회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다. 한교연은 7.7정관의 일부를 수용하고 있고, 굳이 7.7정관으로 복원할 필요가 없다. 한교연 내부에서는 회원 검증의 문제가 불거진 적이 없다. 그렇다면 한기총 회원들은 재검증을 받고, 한교연은 아무런 실사 없이 통합에 합류하는 것이 된다. 한기총 내부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이유다.

# 1+1=2~3이 될 우려... 결국 제3의 기구?

흡수통합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면 당대당 통합논의는 무산될 것이 확실하다. 가뜩이나 한교연 내부에서 이번 통합추진 여론몰이에 부담을 가진 상황에서 한기총 중심의 통합에 합의할 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합의가 된다고 해도 한교연을 해산하지 않고 남겨놓는 회원들이 있을 수 있다. 즉, 한기총과 한교연이 통합하면 하나의 연합기관인 한기총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한기총과 한교연, 여전히 두 개라는 사실이다.

한교연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고 정당하게 당대당 통합을 한다면 어떨까? 이럴 경우는 당연히 새로운 이름을 써야 한다.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와 같은 명칭이 거론될 수 있다. 실제로 기하성 여의도총회는 실행위원회에서 24개 교단 중심의 통합을 촉구했다. 교단장회의에 속한 24개 교단도 적극적이다. 문제는 24개 교단이 나서고 한교연-한기총 대표회장과 증경회장들이 합의하면 하나의 기구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느냐는 것.

한기총에는 70여개 교단(76개 중 탈퇴 보류교단 명단 포함) 17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한교연에는 38개 교단 1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양측에 속한 교단만 100개가 훨씬 넘는다. 이 가운데 24개 교단은 20%밖에 안 된다. 물론 총대수를 고려하면 비중이 더 커지겠지만 비회원 교단도 있고 해서 실제로 내부에서 기구통합 여론을 주도할 교단은 많지 않다. 대외적 영향력과 달리, 기구 내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연합기관 속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24개 교단 중심의 통합논의는 결국 새로운 연합기구의 출발이 되기 쉽다”며 “성급한 통합은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영향력을 더 떨어뜨리는 결과밖에 안 된다”며 신중함을 요구했다.

이와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양 기구가 ‘사단법인’으로서 법인의 해산이 없이는 존재를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사단법인은 회원의 결의에 의해 해산이 결정되면 법인 이사회가 그에 맞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교연이건 한기총이건 새로운 기구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총회결의와 이사회의 해산절차가 남게 되는 것. 회원 전체의 지지를 얻는 것도 쉽지 않지만 기존에 설립된 법인을 해산하는 일도 쉽지 않다. 자칫, 한기총과 한교연은 그대로 남고 제3의 연합기구가 생기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17개 광역시도기독교연합회가 연합기관의 통합을 촉구하고 교단장회의가 나설 정도로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이 절박한 이유는 기독교계의 '응집력'이 필요해서다. 특히 동성애와 이슬람의 확산 등 여러 위협 속에서 대사회적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제3의 연합기구로 갈 경우, 대표성을 담보하기란 쉽지 않다. 당장 주요 교단이 포진되어 있고 새로운 기치를 들고 나선다고 해도 대표회장 선출과정에서 잡음이 일거나 리더십의 부재가 생긴다면 기존의 연합기관과 차별성을 갖지 못하게 된다. 대표기구로 자리잡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고 그 사이 혼란도 예상된다.

# 무엇을 위한 통합인가 목적의식부터 

연합기관을 움직이는 힘은 공신력 있는 회원들과 조직을 이끄는 안정된 재정, 그리고 리더십이다. 치열한 경선의 맹점은 금권선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고, 순번제 추대의 경우는 리더십이 약화될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최소한, 한교연과 한기총이 통합을 하거나 한국교회가 새로운 기구를 발족한다면 초대 대표회장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경받는 인물이어야 하며, 예장 대신과 백석의 통합을 모델로 향후 5년 정도는 단체를 이끌어갈 리더를 선거 없이 확정하는 것이 유익하다.

리더의 선출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기구 통합에 있어 간과해선 안 될 또 한 가지는 ‘자리’를 위한 통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연합이 한기총 개혁을 기치로 내걸면서 새로운 기구를 발족한데는 당시 은퇴를 앞둔 교단 실무자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임지를 만들겠다는 속내가 포함되어 있었다. 한기총의 개혁이 목적이라면 탈퇴가 아니라 내부 투쟁으로 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탈퇴를 주도한 일부 인사들은 “한기총은 더 이상 가망이 없다”며 새로운 연합을 주장했다.

그러나 첫 대표회장 선거는 과열됐고, 은퇴를 앞둔 교단 인사들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당연히 이들을 지지한 교단이나 관련 인사들의 참여도 미온적으로 바뀌었다. 한교연이 지금까지 ‘반쪽’ 연합기관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연합’이라는 대의명분은 결과적으로 실무자들의 ‘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했다.

분명한 것은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 혹은 새로운 연합기구의 출발은 ‘자리’ 혹은 ‘감투’를 위한 논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통합의 전제조건은 기득권의 내려놓음에 있다. 누구도 ‘내 자리’를 정해놓고 대화에 임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한국교회의 새출발을 위해 나와 내 교단이 가진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신앙의 결단이 없이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은 9월 교단 총회 결의와 24개 주요 교단 결의로 압박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공감하는 심도 깊은 토론과 장기적인 로드맵, 그리고 한교연과 한기총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지 “내가 먼저 희생하겠다”는 결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 건강한 연합운동을 위해 정치집단으로 전락한 군소교단의 정리도 필요하다. 양 기구가 통합을 지지하는 교단을 중심으로 회원교단을 정리하고 대화에 나선다면 통합은 한결 수월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권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교회를 분열로 내몬 교단들의 뼈아픈 반성과 회개다. 통합을 추진하는데 급급해 잘못을 돌아보지 못한다면 명분을 얻을 수 없다. 반성과 회개를 전제로 새로운 연합이 시작될 때에만 박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교회는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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