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연-한기총’ 통합논의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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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연-한기총’ 통합논의 어디까지 왔나?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8.2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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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적 ‘통합 압박’… 당사자들 대화 우선돼야
▲ 지난 19일 서울역 그릴에서 열린 7개 교단장회의에서는 한교연 한기총 통합을 위한 실무조직을 구성했다. 한국교회교단장회의 인준을 받기로 했지만 추인되지는 못했다.

최근 기독교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보수연합기관인 한국교회연합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과연 올해 안에 기구통합을 이뤄낼 수 있느냐 하는 데 있다. 한교연이 한기총에서 나와 독립한 지 어느덧 4년. 엄밀히 말하자면 이미 지난해부터 교계 내외부에서는 기구통합 여부가 중요 관심사였다고 할 수 있겠다.

지난해에는 한교연 당시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와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이 양 기구가 하나 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고, 결과적으로는 무산되기는 했지만 수장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협의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다락방 등 이단문제가 한기총 내 반발로 해결되지 못하면서, 결국 통합은 좌절됐지만 올해 조일래 대표회장이 한교연 수장이 된 후에도 이영훈 목사와 대화를 이어온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나가 되자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지만, 이단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원칙만 확인한 채 평행선이 계속되는 모습을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있다.

기구통합 논의 전방위적 ‘압박’ 분위기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급변했다. 교계단체와 주요 인사들이 때를 만난 듯이 한목소리로 기구 통합을 촉구하고 있다. 교계 원로로 분류되는 몇몇 인사들은 릴레이 기고글까지 게재하며, 쟁점사안인 ‘이단문제’는 애써 외면한 채 서둘러 기구통합을 하지 않으면 미래의 한국교회의 공적이 되는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

지난 7월초에는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대표단이 동성애와 이슬람 등 기독교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보수교회를 대표하는 단체가 필요하다며 한기총과 한교연을 연이어 방문해 통합을 요구했다.

이런 동향의 공통점이 있다면, 주로 ‘선 통합’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 기구통합과 관련해 한기총과 이영훈 대표회장의 일관된 입장은 ‘선통합, 후 이단문제 해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한기총의 로드맵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주요 교단장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교회교단장희의’가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기구통합을 촉구하는 분위기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 7월 말에는 주요 7개 교단 대표자들이 모여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협의회’를 출범하고 2011년 만들어진 7.7 개혁정관의 복원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구체적인 통합 방안도 제시해 9월 기구통합 안건을 장로교단 정기총회에서 상정해 가결한 후 협의를 거쳐 12월에는 통합총회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지난 19일에는 서울역 그릴에서 제2차 7개 교단장 모임을 열고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협의회’ 명칭을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협의회’로 변경하고 ‘한국교회교단장회의’ 산하에서 기구통합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서 추인을 받기로 하고, 실무조직은 7개 교단 사무총장 또는 총무와 추가로 5명의 실무위원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2차 회의 후 만난 서기 최충하 목사는 “7.7정관 이전에 소속돼 있던 한기총 회원교단들을 대상으로 하면 기구 통합은 가능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다락방은 개혁교단과 통합하면서 한기총 운영세칙 제3조에 따라 재심의를 받았고 7.7정관 이후인 9월에야 회원교단으로 증명됐다”면서 회원교단이 아니었던 다락방을 배제한 가운데 통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장밋빛 전망’에 연합기구 담보할 수 없어

교단장회의가 제시한 방안대로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먼저 기구통합을 선언하고 후 통합 추진을 진행하면서 이단문제가 해 결된다면 최선의 절차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근거가 부족한 장밋빛 전망만 의지한 채 한국교회 대표성을 지니게 될 연합기관의 미래를 걸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 한기총 내에서는 이영훈 대표회장이 약속했던 이단문제 해결이 반발에 부딪혀 해결되지 못한 적이 있다.

또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은 삼척동자도 할 수 있다. 어렵게 한기총에 들어가 공신력을 담보할 수 있게 된 이단 관련 인사와 단체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 분명하다.

자칫 이단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기구통합으로 이어진다면, 회원교단들의 탈퇴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기총이 이단문제에 빠져 대다수 주요 교단이 탈퇴하면서 대표성을 상실했던 현상이 재현될 것이다. 교단 내에서는 연루자들에 대한 징계가 논의될 것이고 갈등의 폭은 들불이 번지듯 거세질 것이다.

더구나 한기총에는 다락방 외에도 논란이 되는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 인사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도 없는 상황이다.

협의 당사자 빠진 통합논의 ‘비정상’

또 하나 중요하게 짚어볼 대목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통합논의 과정에서 핵심 당사자인 ‘한교연’은 빠져있다는 점이다.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 산하에 신설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협의회’ 12명 실무위원에는 한교연 대표가 없다.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협의회’는 한교연측 인사가 실무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해당 인물이 한교연 회원교단 소속인 것은 맞지만, 통합논의를 위해 한교연에서 공식파송되지 않았다.

더구나 실무위원 5명 중 2명은 제3의 단체라 할 수 있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 관계자이다. 협의회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전용재 감독회장의 소속교단 기독교대한감리회는 한기총과 한교연 회원교단이었던 적도 없다.

협의회는 한교연에 공문을 보내 위원파송을 요청했지만, 한교연 임원회는 다룰만한 가치도 없다고 공문 자체를 반려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할 당사자는 제쳐둔 채 기구통합 논의가 강행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또 다른 연합기구가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지켜보는 이들은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협의회 2차 회의에서 만난 한기총 사무총장 박중선 목사는 7.7개혁정관을 기준으로 할 때 다락방이 배제될 수 있다는 최충하 목사의 설명에 불쾌해하기도 했다. 지엽적인 문제를 쓸데없이 언론에 노출한다며 타박했다.

7.7정관의 회복은 한교연이 독립할 때 명분이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쟁점이 아니었던 적이 없는 사안을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한기총 핵심 관계자가 이러한 반응을 보인다면 구체적인 진전이 이뤄진 후에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협의회는 10월부터 두 연합기관과 실무위원들이 통합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밝혔지만, 한교연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어이없어 했다.

특히나 교단장회의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교단장회의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의 수장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중요하면서도 의미 있는 모임이다.

그러나 비상설기구인 것만은 분명하다. 1년 임기가 지나면 그 입장이 차기 총회장에게 이어질 지 알 수 없다. 임기를 마치는 총회장들이 부총회장과 함께 참석해보지만 이 역시 장밋빛 전망이 아닐까. 기구통합은 중요하지만 대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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