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희망 10명 중 5명뿐, “신대원생 진로계획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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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희망 10명 중 5명뿐, “신대원생 진로계획 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팀
  • 승인 2016.08.10 15: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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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20 졸업 후 진로를 위한 제언... 신학과 현장을 아는 헌신자를 찾는다

‘선교사’ 13.7%, ‘특수사역’ 7.7%, ‘교수’ 4.7% 등
전문신학 공부한 신대원 출신 사역자 필요 증가
현장사역을 이해한 신학생 진로준비 필요하다


신학대학원 학생들의 졸업 이후 진로계획이 과거에 비해 다양해지고 있다. 부교역자가 됐든 개척목회가 됐든 지역교회 사역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다.

교육부 인가과정 신학대학원을 비롯해 비인가과정 신대원, 부실한 2층 신학교까지 졸업생들이 쏟아지면서 사역할 수 있는 임지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목회자의 비전을 가지고 신학을 공부했지만 막상 사역할 교회가 없다는 불안감이 신대원생들에게 존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대원생들도 다른 차원의 사역을 모색하고 있다.
부정적 측면과 달리 우리 사회가 다각화되면서 다양한 현장에서 신학을 전공한 사역자들을 필요로 하는 면도 있다. 신학생들이 소명을 교회 목회가 아닌 특별한 사역방향에서 발견하고 이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이미 사역현장에서 활동하다 뒤늦게 신학을 정식으로 공부한 이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학생들의 진로계획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목회자’ 10명 중 절반, 다양해진 진로비전
본지가 개혁주의생명신학 실천신학회와 공동으로 조사한 주요 11개 신대원생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3%만이 졸업 이후 ‘목회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신대원생 3백명을 직접 만나 얻은 설문결과로, ‘목회자’ 외 다른 응답을 살펴보면 신대원생의 진로방향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설문 응답자 가운데 ‘목회자’ 다음으로 많은 경우는 13.7%로 ‘선교사’였다. 목회자인 선교사가 많지만 특별한 사역지에서 일반목회와 다른 사역을 한다는 점에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특수사역’은 7.7%로, 예를 들어 복지사역, 외국인사역, 북한사역, 직장인사역 등 보다 전문화된 사역 현장을 일컫는다. 이밖에도 ‘교수’가 되겠다는 응답자가 4.7%로 적지 않았으며, ‘선교단체/NGO 등 기독교 단체’는 3.7%, ‘기타’ 3.7%로 조사됐다.

진로에 대해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13.3%나 되는 점도 눈에 띈다. 대학을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고 하면 진로계획이 비교적 선명할 것이라는 짐작도 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신대원생들이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학교별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목회자’ 진로는 고신대 61.9%, 서울신대 61.5%로 높은 편이었으며, 한신대 40%, 합신대 43.8%로 낮은 편이었다. ‘선교사’의 경우 고신대가 38.1%나 됐으며, 다음으로 침신대 23.1%, 연신대 16.7%, 총신대 16.4% 순으로 많았다.

‘특수사역’과 관련해서는 한신대가 40%로 ‘목회자’ 진로계획과 같은 수준의 응답을 보였다. 합신대도 25%로 다른 신대원들보다 높았다. ‘교수’의 경우는 한세대(15.8%)와 합신대(12.5%)로 평균보다 3~4배 이상이었다. ‘선교단체/NGO 등 기독교 단체’는 감신대가 14.3%로 여타의 학교들보다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진로방향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백석대 23.9%, 감신대 23.8%, 장신대 20.8%로 높게 조사됐다. 
 

전문신학 공부한 사역자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역동적으로 변모해가는 만큼 사역자들도 이에 발맞춘 사역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교회 교세 감소로 일반 교회목회가 침체된다고 해서 사역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러 분야에서 사역자들을 찾고 있다.

물론 신학생과 신대원이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얼마나 민감하게 감지하고 반응하는지는 다른 차원이다. 신대원생 입장에서는 어떤 사역분야가 자신에게 가능성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는 만큼 학교는 일찍부터 학생들의 사역진로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최근 신대원들이 분야별 전문가들과 학생들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한국성서대 오윤선 교수는 “특수목회에 대한 신학생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만큼, 복지, 문화, 교육, IT 등 다방면에 대한 학문적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신학을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 교육시스템이 요구된다”고 학교 차원의 노력을 요청했다.
오 교수는 구체적으로 “신대원생들이 부전공 방식으로든 전문분야를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신대원 간 연계방식으로 공동과목을 개설한다면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더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제 현장 사역자들은 전문적으로 신학을 공부한 사역자들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상임대표 장근성 목사는 “국내 학원사역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그에 따른 대학생 사역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면서 “학원 선교단체들은 전문신학을 공부한 신대원생들을 간사로 모집하고 오리엔테이션 과정을 거치면서 시대에 맞게 간사로 선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신대원생들이 막연한 기대감이나 이미지 때문에 진로를 선뜻 결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분야별 사역자들의 조언이다.

기아대책 박종수 총무팀장은 “신대원생들이 NGO 사역에 대한 이상적인 기대를 가지고 일을 시작했다가 현실과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신대원과 연계된 커리큘럼이 마련된다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
전문분야 사역자들에게 신대원생들이 졸업 진로를 위해 해당 분야로 진출한다면 무엇을 전제해야 하냐고 물었다. 하나같이 강조한 것이 ‘현장성’이었다. 신학을 공부한 것은 장점이겠지만, 신학을 현장에 접목되기 위해서는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신대원생들을 필요한 이유이고 가능성이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총무 전호중 선교사는 “선교는 이론으로 배운 것과 사역지에서 본 것과는 크게 다르다”면서 선교현장을 제대로 경험하지 않은 채 선교사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폭넓은 선교지 체험이 훌륭한 선교사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또 선교지에서는 전문인 선교사들에 대한 필요가 많기 때문에, 신학을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전문분야에 대한 기술 습득을 위한 노력이 있다면 선교사역의 가능성은 더 넓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성서대 오윤선 교수는 신대원생 인턴과정을 제도화해, 현장교육과 학교 교육이 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신대가 방학 때 언론계, NGO, 교단기관 등에 파견하고 있는 ‘현장실습 과목’이 그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본지 설문조사를 보면 교수를 희망하는 학생은 100명 중 4명으로 전체 인원대비 결코 적지 않다. 백석대 용환규 교수는 “신학교수라고 해서 단순히 학문적인 지도력만 발휘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 속에서 개인적인 경건훈련을 통해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엘리트주의 배격하는 현장성을 강조했다.

용 교수는 “목회자를 기르는 신학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부교역자나 담임목회를 경험해봐야 하며, 최소 2년간의 경험이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발달장애인선교연합회 회장 최대열 목사는 “신학생 가운데 장애인 분야에 헌신하고자 하는 사역자들이 많지 않은 현실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면서 “장애인 사역에 헌신할 신학생이면 조건 없이 누구나 환영한다”고 전했다.

 최 목사는 “장애인 사역자로서 헌신할 준비가 됐다면 현장에서 배우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까지 하며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사역분야에 있어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는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지만, 소명을 좇아 보람을 찾는 헌신된 신학생들에 대한 기대를 거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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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찬 2016-08-11 08:57:11
단순히 학문적 지도력만 발휘하는 신학교수가 있나?
이 삶에서 경건을 향하여 부단하게 나아가는 것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가는 것이 교수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