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 교회 세우는 꿈을 가진 맛깔난 냉면집

맛집으로 번 돈 선교로 나눈다…하남 ‘팔당냉면’ 대표 권현숙 집사 이성원 기자l승인2016.07.27l수정2016.07.28 09:21l13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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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미얀마에 19개 교회를 세워 지원하고 고아원을 돕고 신학대학교까지 짓고 있는 권현숙 대표는 틈만 나면 식당 피아노 앞에 앉아 찬송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한때 ‘멋부리는’ 재미로 살던 그녀, 이젠 수수한 모습이지만 진짜 ‘멋’이 무엇인지 발견한 듯하다.

한 여름이면 땡볕 아래까지 줄서야 먹는 냉면집이 있다. 하남 팔당대교 근처에 있는 팔당냉면. 천 평 규모의 큰 식당인데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이곳 대표 권현숙 집사는 종종 이런 이야길 듣는다. “돈 많이 벌어서 좋겠어요.”

그러나 정작 ‘좋은 분’들은 따로 있다. 미얀마 사람들이다. 권 대표는 지금까지 미얀마에 19개의 교회를 세워 돕고 있다. 고아원도 보살펴주고 있다. 100개 교회를 세우는 게 꿈인 그녀는, 어느 세월에 다 세우나 싶어서 아예 그곳에 신학대학을 짓고 있다. 

어려움 당해 시작한 식당
이게 불과 4년 전에 시작된 일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팔자 좋은 강남 아줌마였다. 남편은 한국수력원자력 직장에서 잘나가고 있었고 성악을 전공한 그녀도 학원을 운영하면서 프리랜서로 여러 학교에 강의를 다녔다.  

멋 내는 게 좋아서, 봄 되기 전에 백화점 쇼핑을 하고 여름 가을 겨울 세일을 쫓아다녔다. 하루에도 열 두 번 씩 거울 앞에서 이 신발 저 신발 신어보는 게 취미였다. 오죽했으면 교회 성가대장이 그녀가 빠졌으면 좋겠다고 했을까.

“제가 성가대에 가면 성가대장님이 기도한 게 다 수포로 돌아가거든요. 주변 성가대원들이 저를 보고 이 신발 어디서 샀냐, 이 가방은 어디서 구한 거냐, 그래서 분위기를 흐트러뜨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하나님께서 새벽기도의 자리로 그녀를 불렀다. 스파르타처럼 훈련을 시키셨다. 말씀의 양식을 먹으며 강건해질 즈음에 일이 터졌다. 원자력발전소에 문제가 터지면서 남편이 하루아침에 실직했다. “빛의 속도로” 어려움들이 몰려왔다. 

“그런 일이 닥치기 전에, 하나님께서 저를 기도하게 하신 거죠. 그래서 그 모든 어려움을 믿음으로 이겨낼 수 있었어요. 말씀과 기도로 준비되어 있었으니까요. 두려움보다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인도하실까, 어떤 기쁨이 생기더라고요.”

이때 냉면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전부터 ‘봉이 김선달’이란 별명을 가졌던 그녀는 경제에 관심이 많았다. 주변에 재력을 가진 분들에게 사업을 권유했다. 그녀가 추천한 업종은 미장원이나 냉면집. 저출산 시대와 고령화 사회를 염두에 두면 미장원이 제일 적당하단다. 나이는 먹어도 머리는 만져야 하니까. 

“또 하나가 식당이죠. 아무리 어려워도 매일 먹어야 하니까요. 그중에서도 냉면이 좋았어요. 옛날처럼 못 먹던 시대가 아니니까 간식을 하면 좋아요. 냉면집은 그릇도 가볍고 반찬도 없잖아요. 깨끗하게, 맛있게, 자신 있게 하면 되거든요.”

‘깨끗하게’는 분식이라도 레스토랑처럼 하면 된다는 것이고, ‘맛있게’는 좋은 재료를 쓰면 되는 것이고, ‘자신 있게’는 싸게 팔면 된다는 것. 주변에 갈비집 하던 권사님, 집사님들이 다 안되는 걸 보고, 이제는 박리다매를 해야 하는 시대라는 걸 깨달았다.

▲ 권 대표가 세운 신학교 학생들과 함께

장사 잘되는 맛집의 비결
‘맛있게’에 관한 그녀의 ‘비법’을 좀 더 설명하면 이렇게 요약된다. ‘매콤달콤새콤하게, 커피처럼, 콜라처럼, 담배처럼 만들라.’ 무슨 말인가? ‘50년 전통의 손맛’이라고 자랑들 하지만 사실 그 시절 맛이란 ‘다시다’맛 아닌가? 좋은 재료에 매콤달콤새콤한 맛을 내면 끝이다.

여기에 ‘커피처럼’ 하루에 여러 잔 마실 정도로 만들고, ‘콜라처럼’ 시원한 맛을 내고, ‘담배처럼’ 끊지 못하는 중독성 있게 맛을 내는 것. 이것이 그녀의 맛집 비법이었다.

“처음엔 제가 시작한 게 아니고 지인에게 추천했죠. 그분이 미사리에 팔당냉면을 냈어요. 엄청 잘됐어요. 그런데 신세계명품아울렛에 수용돼서 그분이 가게를 접었어요. 그래서 제가 이쪽으로 와서 새로 시작한 거예요.”

그때가 2012년 10월 23일. 좋은 자리에 천 평 규모니 월세가 어마어마했다. 10평 장사도 해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선뜻 세를 내준 주인이 신기할 정도. 남편은 실직했고 아이들은 공부 중이다. 돈이 나올 데가 없다. 집을 담보로 시작했다. 전혀 무섭지 않았다. 너무나 큰 힘에 이끌려갔다. 

“10월 23일 오픈했는데 그 이듬해 4월까지 손님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나 조금도 두렵지 않았어요. 제가 두려워한다는 건 주님을 시험하는 것이고 의심하는 거잖아요. 그걸 안하려고 기도를 많이 했어요.”

기도할 때에, ‘앞으로 여름이 되면 사람이 많이 오게 해달라’는 기도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하나님께 약속을 했다. 지금 개업을 해서 힘드니 3월부터 선교를 하겠습니다. 약속대로 이듬해 3월이 되자 그녀는 집 근처 극동교회(담임:손길성 목사)로 교회를 옮기고 미얀마에 10개의 교회를 세웠다. 

4월이 되자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손님들이 하루 종일 끊이지 않았다. 밤 9시 30분에 문을 닫는데 8시 30분까지도 손님들이 줄을 섰다. 현재 팔당냉면은 6500원에 숯불고기까지 준다. 맛있게 배부를 수 있다. TV방송에 여러 차례 소개됐다. 

“월세가 꽤 많은데 엄살을 부릴 수 없어요. 그만큼 손님이 많이 오니까요. 그런데요 언젠가부터 월세를 더 많이 내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월세를 죽기 살기로 내면 그게 훈련이 되어, 나중에 세를 내지 않는 제 식당을 하게 되면 그 월세만큼 더 많이 선교할 수 있잖아요. 제가 욕심이 많아갖고요.”

‘욕심 ’많은 그녀, 100개 교회를 언제 다 이룰까 곰곰이 계산해봤다. 1년에 10개씩 세워도 ‘10년이나’ 걸렸다. 너무 답답했다. 그때 하나님께서 아이디어를 주셨다. 교회보다 신학생들을 많이 세우면 되지 않느냐! 

▲ 교회와 신학교를 위해 산 땅에서. 권 집사는 신학생들을 키워 그들로 하여금 교회가 세워지는 꿈을 꾼다.

드린 것보다 더 주시는 주님
“불교 국가에 신학교를 세운다는 게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몰라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교회 밖에서 ‘예수 구원’하면 잡혀갔어요. 이젠 밖에 살짝살짝 십자가도 달아요. 그곳 목사님이 여기 오시고 또 여기 목사님이 거기 가시는 모든 경비도 여기서 다 부담해요.”

교회도 짓고 고아원도 지으려고 미얀마에 땅을 꽤 샀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이 근처 좋은 곳에 땅을 주셨다. 서하남 고골저수지 위쪽으로 천 평이다. 앞에 4백 평만 보였지 뒤에 6백 평은 가려진 땅이었는데, 하나님이 그녀에게 보여주셨다. 이제 7월 말이면 거기 팔당냉면이 또 오픈한다. 최고급 시설에 새로운 메뉴까지 추가됐다. 명동 ‘란주도상면’이라는 별미가 추가돼 겨울에도 걱정이 없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멋 부리는 재미로 살던 그녀는 지금 없다. 시간도 없지만 돈이 아깝다. 아주 편하게 보이는(?) 티셔츠에 반바지. 사진 찍는다고 하니까 하나 더 입은 조끼 역시 그렇다. 그러나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식당 한 가운데 피아노 앞에 앉자 왕년의 포스가 살아난다. 

“피아노로 찬송가를 치고 부르면 처음엔 시비 거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서 가곡을 먼저 치고 찬송가를 칩니다. 이제는 손님이 많아지니까 시비 거는 사람도 없어요. 오히려 군중심리가 멋지다고 하죠. 어떤 분은 자기도 교회 다녔다고 ‘멀리 멀리 갔더니’를 신청하더군요.”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뒤로 ‘주님 뜻대로 살기로 했네’가 식당 가득 울려 퍼진다. 알아듣는 듯 박수를 치는 사람, 무관심하게 쳐다보는 사람들. 상관없다. 주님 뜻대로 살기로 결단한 후 하나님 외에는 무서운 게 없어졌다. 식당 밖에는 스피커로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찬송가가 주차장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성원 기자  jos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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