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신⑯뜻밖에 만난 통일 현장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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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신⑯뜻밖에 만난 통일 현장의 경험
  • 김창범 목사
  • 승인 2016.07.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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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목사 / 더미션로드 대표

주체사상으로 살아가는 북한에서 자본주의 식으로 돈을 버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한 부류는 북한 안에서 자본주의의 핵심인 시장경제를 스스로 수행하며 돈을 버는 장마당 일꾼들이고, 다른 부류는 북한 밖에서 자본주의와 경쟁하면서 외화벌이를 자원하는 북한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북한의 체제적 모순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주체사상이 모든 것을 성취한다고 선전하고 그렇게 믿고자 하지만, 북한은 자본주의에서 살 길을 모색한다. 결국 체제 실패를 자인한 꼴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북한을 변화시킬 실제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그 새로운 세상의 현장은 어떠할까?  

며칠 전, 중국의 한 선교현장을 다녀왔다. 현장에는 소수민족을 위해 조그마한 통나무 교회가 건축되고 있었다. 2백여 년 전에 조성된 마을에 첫 교회가 지어지는 것이다. 목축과 사냥을 주업으로 하는 마을에는 어떤 종교도 들어오지 않았다. 한 마디로 오지 마을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을 주민의 요청에 의해 교회가 건축되고 있다. 건축주는 현지 선교사인데, 그가 방문하는 마을마다 축복이 온다는 소문이 자자하여 그곳 사람들이 요청했다고 한다. 필자는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기쁨을 만났다. 뜻밖에도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현장 감독은 탈북한지 30년이 넘었고 이제는 중국 국적으로 산다고 했다. 현지에서 가정을 이룬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 감독 밑에 2명의 북한 근로자가 고용되어 있었다. 그들은 평양에서 왔다고 했다. 필자는 이들과 잠깐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대체로 성실하고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정은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았다. 특히 국가 계획분(국가에 바치는 개인 상납금)에 대한 불만이 컸다. 매년 금액이 올라가는 통에 빚을 진다고 했다. 평양에 돌아갈 때 돈을 벌어가는 것이 아니라, 잔뜩 빚을 안고 간다고 탄식했다. 또 세습으로 망해가는 조국에 통일이 빨리 와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누구나 이런 진실을 안다”고도 했다. 

북한 사람으로부터 듣기 어려운 정직하고 대담한 얘기에 깜짝 놀랐다. 그는 정권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엘리트답게 겸손하고도 솔직했다. 매일 집요하게 주입되는 주체사상에도 불구하고, 그의 심정은 이미 개방되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중국, 러시아, 중동 등 북한 근로자들이 나가있는 해외 어느 지역에도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북한 근로자들은 매일 새로운 문물에 자극을 받고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얼굴이나 피부는 감출 수 있어도 오감으로 감지되는 갖가지 자유의 맛과 향은 막을 수 없다. 

그날 건축 현장은 탈북자들과 근로자들과 또 남한 선교사들과 성도들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가 되었다. 자랑이나 교만이 없는 순전하고 아름다운 마음들만 모였다. 더구나 주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 즉 교회를 짓는 일에 믿음으로 뭉친 자리가 아닌가? 통일이 이미 우리 옆에 다가왔다는 감회를 감출 수 없다. 분단으로 갈라져 살아온 사람들과 돈을 벌기 위해 조국을 떠난 사람들이 함께 이날 교회건축을 통해 만난 것이다. 뜻밖에도 통일의 현장을 만든 것이다.  

세상에는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이날 선교현장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문득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통일도 어느 날 이렇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해는 그의 신방에서 나오는 신랑과 같고 그의 길을 달리기 기뻐하는 장사 같아서(시편19:5)” 누구도 그의 길을 막을 수 없고 그의 열기를 피할 수 없다고 주님은 말씀하신다. 믿음으로 세워지는 통일 현장이 눈앞에 왔다. 남북의 일꾼들이 함께 기쁨의 예배를 드릴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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