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와 현장목회, 서로를 지향해야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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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연구와 현장목회, 서로를 지향해야 발전한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7.21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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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셉투아진트’ 성서학자에게 듣는 성경읽는 법

지난 7월 초 세계적인 성서신학자 5백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무려 4백여편에 달하는 논문을 발표한 학술대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됐다. 제34회 성서국제학술대회(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International Meeting)가 지난 3일부터 4박 5일간 일정으로 열려 성서학자들은 그간의 학문적 성과를 교류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대회로 평가됐다.

캐나다 노스웨스트침례신학대학원 래리 퍼킨스 교수도 이번 SBL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자신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래리 퍼킨스 교수는 우리에게는 ‘70인역 성경’으로 익히 알려진 ‘셉투아진트’(Septuagint) 연구의 권위자이다.

일평생 성서신학을 연구한 신학자에게 신앙인들이 어떻게 성서를 대하고 읽어야 할지 물었다. 성서의 위상이 낮아지고 성서를 읽는 사람이 주는 때에 노 신학자의 조언은 중요하게 검토돼야 할 말이었다.

그는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한두 구절을 보기보다 전체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성경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의 묵상을 비교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래리 퍼킨스 교수는 성서학계와 교회가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변화된 학문, 기초가 부실한 현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 신학과 교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우리의 자화상을 들여다보게 한다. 이단이 창궐해있는 한국교회 현실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에게서 성서신학 연구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봤다. 인터뷰는 SBL 대회를 마친 지난 8일 본사에서 진행됐다. 학술대회에 함께 참석한 같은 학교 장동신 교수가 통역으로 함께했다.

▲ '셉투어진트'를 연구하고 있는 래리 퍼킨스 교수는 신학과 목회가 서로를 지향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한국에서 열린 SBL 대회는 개최국 상황을 고려한 연구 성과들이 본격적으로 발표된 첫 대회였습니다. 그동안 참여했던 대회와 차별화된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까?

확실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시기 한국과 세계가 처해있는 ‘상황화’와 관련된 여러 논문들이 발표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한 것은 젊은 세대 신학자들이 한국에 많이 준비돼 있고, 다양한 성서학 분야에서 한국인 박사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입니다. 오래된 성서학 관점과 이슈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또 다른 차원의 전망들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 모습에 흐뭇한 마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성서 속 인물들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시야를 제시하는 논문들이 매우 좋았습니다.

- ‌교수님께서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은 어떤 주제였습니까?

제 주요 연구 분야가 히브리어성경을 헬라어로 번역한 ‘70인역’과 관련된 것입니다. 셉투아진트라고 하죠. 셉투아진트는 주전 3세기 경에 번역된 것입니다. 제 연구는 당시 히브리어 텍스트를 헬라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번역자들의 해석이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살펴보고 해석의 의미를 찾는 데 있습니다. 이번에는 모세5경에 번역된 특정 구절에 대해 어떤 신학적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기 3세기 전, 번역자들은 어떠한 신학적 틀을 가지고 해석했는지를 찾아내는 아주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제 성서학 분야 특성상 ‘상황화’와 관련해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 성서신학자로서 사람들이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다면?

역사적 배경을 알수록 성서 본문에서 더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고 메시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대를 이해해야 합니다. 왜 1세기 사람들은 예수를 믿으라고 했을까를 이해할 때 세례요한의 활동과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서를 묵상할 때 한두절만 보고 끝나서는 안 됩니다. 마가복음이라면 책 전체를 보고, 성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세 번째는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성서 이야기를 듣고 소통해야 합니다. 성서학자들의 연구 산물을 읽어보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필요합니다. 제약사가 약을 만들 때는 몸의 증상을 굉장히 자세하게 연구한 뒤에 생산물로 만들어냅니다. 마찬가지로 성서학자들은 치열하게 연구하고 토론한 뒤 논문으로 발표합니다. 이것이 일반 교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서구교회에서는 신학이 크게 발달했지만, 오히려 현장의 교회는 교세가 줄면서 크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아주 복잡한 질문입니다. 이렇게 한번 대답해보겠습니다.
신학과 교회의 발전이 함께 일어나야겠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문제의 시작은 교회와 신학의 분리입니다. 아무리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신학연구 성과물을 발표해도 그것이 현장의 지역교회와 아무 관련이 없다면 잘못된 현상입니다.
또 학자들의 마음자세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성서 연구를 무엇을 위해 하는지 분명해야 합니다. 교회를 섬기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연구성과를 현장에 접목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훌륭한 성서학자들은 본인이 연구한 것을 늘 설교에 접목하려고 힘쓰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이 성서학자들에게 필요합니다. 

- SBL과 같은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신진학자들의 경우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학자들이 마음껏 연구하기에는 교회의 지원이 부족하지는 않은가?

이번 서울대회에서 만난 한국인 학자는 1998년도에 영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서 활동했지만, SBL 참석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에는 계약직 교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연구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어 아쉬움이 있습니다.
젊은 학자들은 거취가 안정적이지 못해 경제적인 부담뿐 아니라 시간적인 부담도 동시에 갖게 됩니다. 특히 시간적으로 학자이면서 목회까지 한다면 제대로 논문을 쓸 시간을 확보하기도 어렵습니다.
젊은 학자들을 위해 소속 기관이 얼마나 신학연구에 가치를 두고 지원하느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교회와 학교 차원에서 지원해주고 높은 수준의 연구 성취에 합당한 처우도 매우 중요합니다.

- 노스웨스트침례신학대학원 학장을 지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학교는 말씀하신 지원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까?

우리 학교는 세 가지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교회를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연구나 교육, 목회자 훈련 모든 것이 교회를 세우고 돕기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둘째는 학교로서 사람들을 교회가 훈련시킬 수 있도록 자료를 개발해 만들고 그것을 교회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셋째로는 교수들이 멘토가 돼 학생들을 잘 섬기는 멘토십을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교수들이 멘토십을 잘 발휘하도록 학교가 최대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해를 연구할 수 있는 시기로 제공하고, 컨퍼런스 참석비용을 지원하는 등 노력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 노스웨스턴침례신학대학원은 지난해 한국어 교육과정을 개설해 한국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는 길의 폭을 넓혔습니다.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도움말을 주신다면?

한국 학생들이 캐나다에서 오면 영어과정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또한 한국어 과정도 개설하고 있어 토플 점수를 확보하기 위한 준비시간을 아낄 수 있어 장점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학교에서 졸업하면 MOU를 맺고 있는 트리니티 웨스턴대학교에서도 학위를 받을 있습니다. 미국에서 공식 학점인증 교육기관으로 인증을 받는 ATS 가입학교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은 편입니다
또한 벤쿠버에서는 매우 다양한 문화와 삶의 현장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배울 수 있습니다. 미국에 비해서도 학비가 4분의 3정도이기 때문에 교육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기숙사 시설도 확충하고 있어 안정감있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신학교 가운데 대전신대, 성결대, 한세대 등과 MOU를 맺고 다양한 방식의 교류협력을 진행 중에 있는데, 앞으로 목회학 석사과정(M.Div) 과정을 개설해 한국적 상황과 북미적 상황을 동시 경험하는 학풍을 조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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