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형 표현은 겸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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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형 표현은 겸손이 아닙니다
  • 박찬석 박사(한국교회 스피치 &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 승인 2016.07.20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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⑳수동형 표현의 유감 (1)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누구나 문법을 배우면서 능동태 문장과 수동태 문장의 활용법과 서로 다른 어순으로 어려움을 가진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 한국인의 일상적 언어생활은 일반적으로 능동형 표현에 익숙해 있기에 수동형 표현은 어색하고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러기에 영어 문법을 공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수동태 관련 시험문제를 만났을 때 정답을 맞추지 못해 안타까웠던 경험을 가지게 된다.

능동태 문장은 주어가 자주적으로 행동하는 내용을 표현할 때 쓰는 형식이고 수동태 문장은 자신의 의지와 힘에 의해서 행동할 수 없는, 사물이나 추상명사 고유명사 등이 제3의 힘이나 의지에 의해 행동할 때 표현하는 문장 형태이다. 그런데 이런 어법과 원칙이 무시된 잘못된 수동형 표현이 매스컴과 교회에서 청중과 회중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영어 문법을 통해 한국어 문법을 배우는 것이 보통이다. ‘말본’이라는 한국어 문법은 한국인인 우리에게조차 아주 생소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K-팝과 한류에 힘입어 우리보다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 문법과 한국어를 더 열심히 배우고 있다. 필자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주는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어렵게 취득하기도 했지만 자격시험 중 문법 부문은 제일 어려운 분야다. 성공적 대중 스피치(public speaking)의 필수 요건중 하나는 청자에게 친밀하고 정확한 어법의 ‘청자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익숙지 않은 불필요한 피동형 표현은 한국인 청자의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고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스피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반면 정확한 어법의 바른 활용은 청자를 행복하게 한다. 청중이나 회중의 결단은 그들에게 편하고 친밀감 있는 언어로 접근할 때 가능하다. 외국어나 낯선 언어는 청자에게 정확하게 뜻이 전해지기 위해서 통역과정을 필수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통역을 거치는 스피치는 화자의 오리지널(original) 메시지가 100% 전달되기 어렵다.

화자(話者)의 불필요한 수동형 표현은 빠르고 쉽게 전할 수 있는 메시지를 청자(聽者)에게 불편한 재해석과 통역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21세기, 편안한 TV화면에 길들여진 청중이나 회중은 깊이 생각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껴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인 회중에게 불필요한 수동형 표현은 직선으로 바로 보낼 수 있는 내용을 억지로 비틀어 어렵게 보내는 것과 같다.

부담을 느끼는 회중이나 청중에게 공감(rapport)과 감동을 주는 일은 쉽지 않다. 어색한 표현에서 오는 거리감(gap)은 회중을 설교의 집중에서 멀어지게 한다. 설교자의 자주적이고 의지가 담긴 능동형 표현 대신, 타의에 의한 수동적 표현이 회중들에게 ‘설교자의 겸손’으로 받아들여질까? 불필요한 수동형 표현은 겸손이 아니고 다만 어색한 수동형 표현일 뿐이다. 훌륭한 스피치는 굽은 소통의 길을 곧게 펴서 청자에게 더 빠르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문법도 정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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