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매와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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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매와 비둘기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7.19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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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프랑스 남부도시 니스에서 또 한 번의 대형 테러가 발생했다. 8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200여명이 다쳤다. 그곳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 불과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기자의 입장에서는 충격이 남달랐다. 아침저녁으로 아름다운 지중해를 바라보며 여유를 만끽했던 그 거리에서 이런 끔찍한 사건이 벌여졌다는 사실에 슬픔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었다. 평화롭던 해안도시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기자는 이번 사건 역시 전 세계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로 분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외로운 늑대들이 처음부터 테러리스트였느냐 하는 점이다.

최근 취재한 국내 한 교단의 이슬람 세미나에서 강사로 나선 현직 국회의원은 IS대원의 소지품에서 나왔다는 한국 기업의 사원증과 교통카드를 예로 들며 우리 곁에도 테러리스트들이 살고 있을 수 있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꺼냈다. 속칭 ‘매파’로 분류되는 강경한 반 이슬람 시각에서 나온 견해라 할 수 있다.

사실관계로 따져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경계심을 높이자는 이야기가 잘못됐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취재현장에서 만나는 속칭 이슬람 세미나의 대부분은 이런 ‘매파’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기자생활을 처음 시작한 5~6년 전만해도 세미나 취재를 가보면 양쪽의 시각이 골고루 등장했는데 요즘에는 판세가 완전히 기울었다는 생각마져 든다.

이런 시각은 자칫 우리 안에 새로운 ‘늑대들’을 양산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번 테러와 관련된 보도를 보면 범인인 모아메즈 부렐은 평소 돼지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는 등 종교적인 생활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경찰 역시 “범인이 IS와도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가 이슬람 원리주의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현지의 무슬림 청년들은 파리테러 이후 급증하고 있는 무슬림에 대한 혐오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부렐 역시 증가하는 반 이슬람 정서로 인해 새롭게 ‘외로운 늑대’가 되기로 자처한 인물일지 모른다.

테러를 막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은 단순하지 않다. 경계도 필요하지만 지나친 경계 일변도는 또 다른 불만과 복수로 이어질 수 있다. 테러리즘의 확산으로 국내 선교계에서도 평화를 중시하는 ‘비둘기파’(온건파)들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저 경계하기만 한다고 막아지는 테러가 아니다. 매파와 비둘기파의 시각이 두루 필요하다. 쉽게 말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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