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이중직 넘어 선교적 이중직까지…‘교육 변화’ 일어날까

미래목회, ‘목회자 이중직’ 확산 정하라 기자l승인2016.07.15 17:44:24l수정2016.07.19 21:58l13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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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원생 82% ‘이중직’ 찬성

경제적 고민, 목회자에게도 피할 수 없는 문제

#사례1

A목사는 주일에는 교회에서 설교를 하지만, 주중에는 택배회사에서 물품창고 일을 하고 있다. 신림의 한 상가건물에 위치한 교회에는 주일마다 평균 5명의 성도가 출석한다. 이것마저 유동적이어서 목사 가정만 모여 예배를 드릴 때도 있다. 결국 그는 매달 밀리는 월세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A목사는 목회자라는 자신의 소명이 흔들릴 때가 많지만, 몇 년째 성도의 수도 그대로여서 일을 그만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례2

B목사는 목동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가정교회로 교회를 개척했지만, 교인이 많지 않아 전도의 접촉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동센터를 운영하면서 지역의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계속 일을 하다 보니 아동을 통해 부모가 교회에 오는 사례도 생겨났다. B목사는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성도 수가 늘어나더라도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신학생 대다수, 목회자 이중직 찬성

‘목회자 이중직’ 문제는 더 이상 일부 목회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4년 목회사학연구소(소장:조성돈 교수)가 목회자 9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목회자 10명 중 4명(37%)이 “교회사역 이외에 다른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일자리는 신학교 교수와 학원 강사 등 교육 분야가 31.6%로 가장 많았고 5명 중 1명(19.%)은 택배와 대리운전, 일용직 노동과 같은 육체노동이었다. 또 73.9%가 “가정과 교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겸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 신학생들의 이중직 찬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결국 신대원의 교육도 ‘선교적 목회’가 가능한 직업 개발 등 다양화 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학교 현장에서도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본지가 신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82.0%가 ‘상황에 따라 가질 수도 있다’고 응답했다.

‘사역에만 전념해야 되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18.0%에 불과했으며, 대다수 계층에서 ‘상황에 따라 가질 수 있다’는 견해가 더욱 우세했다. 학교별로는 감신대·한신대·한세대·연신대 학생들 100%가 ‘상황에 따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침신대 88.5% △장신대 87.5% △총신대 86.9% △합신대 81.3% △백석대 80.4% △서울신대 57.7% △고신대 33.3% 순의 응답률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교회 대다수 교단은 교단헌법으로 목회자가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을 소명의식이 부족하거나, 불성실한 교역자로 규정함으로써 이중직을 금하고 있다. 교단의 엄격한 법은 생활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경제활동을 하는 목회자들의 심적 부담감을 크게 만든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 김형원 교수는 “한국교회 70%에 가까운 수가 미자립교회로 추정되는 가운데 교단이 법적으로 ‘목회자 이중직’을 금하는 것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는 생계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며 ‘목회’만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목회자들을 위한 교단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그는 “물론 개 교회에서 성도들이 목회자가 목회에만 전념하기를 원한다면 생계를 책임져 줄 수 있으나, 교회가 그런 형편이 안 된다면, 목회자가 별도의 직업을 갖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중직 허용’ 교단 분위기 확산

그나마 최근 몇몇 교단에서는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전향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월 임시입법총회를 개최한 감리교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대상으로 ‘이중직’을 교단 최초로 허용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의 현실을 고려할 필요해 볼 때 미래 목회 형태로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목회자 이중직 문제와 관련해 1년 동안 연구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총회에서 목사 이중직을 막거나 정죄해서는 안 된다는 보고서를 통과시켰다.

이는 신학생 수급 문제와도 연결된다. 한국교회 성장이 하락세에 이르렀지만, 매년 신학교에는 수천 명의 신학생들이 배출되며, 이들이 갈 수 있는 전임 사역지는 턱없이 부족하다. 교회를 개척하려고 해도 당장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선 신학교 현장에서는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공식적 교육은 대부분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중직 문제가 언급되더라도 개별 교수의 입장을 듣는 정도로 국한됐다.

백석대 신대원은 목회실습 시간에 다양한 목회 형태를 조사하고 탐방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때 ‘대안목회’의 형태로 복음 전파를 위해 직업을 갖는 것을 논의한다. 장신대는 지난 2014년 개소한 ‘글로컬현장교육원’을 통해 재학생들에게 다양한 목회현장을 소개하는데, 현장실천 프로그램을 통해 대안목회에 대한 언급이 이뤄진다.

신학생 때부터 ‘경제고민’ 시작된다

목회자 절반 이상이 이중직 허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그만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목회자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목회사회학연구소가 지난해 목회자 904명으로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163만원)도 벌지 못하는 목회자는 전체의 66.7%에 달했다. 당시 조사에서 목회자 이중직에 찬성 입장을 표시한 목회자 비율은 73.9%나 됐다.

본지 조사에서도 신학생들이 목회자로 부름 받은 소명에 대해 후회하는 가장 큰 이유가 ‘교회 안에서 목회자 혹은 성도 등과 갈등을 느낄 때(27.7%)’라면, 다음으로 25.3%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라고 응답했다. 소명에 대한 확신이 흔들릴 만큼 경제적 문제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김상구 교수(백석대)는 “단순히 ‘소명’만으로 신학생들의 모든 현실적 문제를 덮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최소한의 장치 마련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과거 신학생 선배들은 다방면에서 많은 후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등록금을 내기도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며, “교회와 교단이 신학생들을 지원해 목회자의 소명을 이어가는 재정적 돌파구를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목회자 이중직을 무조건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있다. 김철홍 교수(장신대)는 “신구약성경은 목회자가 기본적으로 세속의 직업을 갖지 않고 주께로부터 받은 소명을 위해 전임으로 일할 것을 가르친다”며 목회자가 목회에만 집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목회형태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목회자 이중직을 허용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원칙을 정하고, 특별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이중직을 허용하도록 하는 것이 성경적 원리와 부합한다”고 말했다. 직업을 가질 경우 목회에 집중이 어려울 수 있기에,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이중직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

‘목회 패러다임’의 변화 필요하다

목회자 이중직 문제 이면에는 ‘목회자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단순히 생계유지라는 현실적 문제를 넘어 신학적으로 목회자의 정체성을 바로 인식해야 이중직 찬반의 근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원 교수는 “이중직을 금하는 것은 목회자가 구약시대에 제사장과 같은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목회자는 교회 내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은 자로서 일반 성도들과 구분해 직업을 제한할 신학적 명분은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또한 “설사 그렇다고 해도, 구약의 레위지파처럼 교회가 목회자의 생계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상다수의 신학교 교수들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일선 신학교 교육에서도 단순히 “목회자는 목회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가르침에서 벗어나 미래형 목회의 하나로 ‘이중직’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경제적 목적의 ‘생계형 이중직’이 아니라, 선교 영역 확대를 위해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소명형 이중직’ 목회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복음을 전할 목적으로 다른 직업군에 종사하는 형태로 위 사례의 B목사의 경우에 해당된다.

성경 역사적 입장에서 이상규 교수(고신대)는 “사도바울 시대처럼 순회 목회를 하던 시기 직업을 갖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다 3세기에 와서야 정착 목회가 시작됐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볼 때 지금처럼 미자립교회가 많고 생활고를 겪는 목회자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굳이 이중직을 막을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종교개혁자 루터도 마찬가지다. 루터는 역시 이중직 목회자로 모든 직업을 이웃과 공동체를 섬기고 피조세계에서 하나님과 함께하는 활동으로 이해했으며, 성직이 세속 직업에 비해 특별한 우위를 점유하고 있지 않다고 인식했다.

서원모 교수(장신대)는 “다양한 교회론의 모델이 나타나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파트타임이든, 자비량이든 이를 목회의 다양한 모델로 이해하고 이를 공식화하고 제도화하여 발전시키는 것이 이 시대의 주어진 과제”라고 밝혔다.

신학생들의 이중직 찬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결국 신대원의 교육도 ‘선교적 목회’가 가능한 직업 개발 등 다양화 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하라 기자  jhara@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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