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게도 부하게도 마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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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게도 부하게도 마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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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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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목사 / 음성흰돌교회

인간은 어느 정도의 환경이면 주님과 사람들 앞에서 가장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까?

가끔 책상머리에서 상념에 잠기곤 한다. 재물로 말하자면 어느 정도 재산이 적당한 규모며, 건강으로 말하자면 어느 선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적절한가를 고민해 본다. 목회를 하는 입장에서는 교인의 수가 어느 정도면 본인의 영혼에 가장 적정선인가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꽤 오래 전 둘째딸이 목회자 자녀들을 위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2박3일 행사의 촛점은 목회자의 자녀를 위로하고 쉼을 통해 ‘힐링’을 경험케 하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나름 들떠서 출발한 딸의 돌아온 모습에서 생각보다 어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비록 3일이라는 짧은 기간의 여행이었지만 모든 경비를 주최 측에서 제공하고 해당 자녀들은 편히 쉬기만 되는 행사라고 생각한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내 그 속내를 이해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어느 것 하나 나무랄 수 없는, 아니 순서 하나하나에 주최하는 곳에서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최선을 다해 섬겨주는지 감동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하루의 행사가 끝난 후 자유 시간을 주면서 친교모임을 갖게 되는데, 생각보다 많은 중고생들이 흡연과 음주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비교적 안정된 목회현장을 생활기반으로 둔 자녀들임에도 불구하고 교제의 내용은 온통 교인들로 인한 부정적 상처, 그리고 부모들을 향한 비난들로 가득하다는데 놀랐다는 것이다.
농어촌교회를 섬기는 입장에 있다 보니 일 년에 한 번은 어려운 형제교회를 순방하게 된다. 굽이굽이 여러 고개를 넘어가야 작은 예배당을 만나기도 하고, 배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어렵사리 섬마을 예배당을 만나기도 한다. 이런 오지 교회들의 대부분은 교인들이 몇 명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따라서 자체예산이라고는 설명하기도 난처한 곳이 대부분이다. 예배당 환경은 물론이지만 사택이라고 말하기도 부담스런 열악한 주거지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강원도 외진 구석에 자리한 교회의 사택을 방문한 경험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다. 사택의 상황이 너무 열악한 곳이었다. 방의 구조가 너무 좁아 네 식구가 거주하기가 여의치 않은데다, 단열이 거의 전무하니 여름 무더위, 겨울 혹한기를 감당할 재간이 없어 목회자 내외와 두 자녀는 결국 별거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지경이었다. 자녀들의 소원이 부모와 같이 한 방에서 잠을 자보는 것이라면 더 이상 무슨 상황설명이 필요할까?

그러나 이런 어려운 교회를 방문할 때마다 경험하는 신비한 현상이 있다. 대개의 경우 목회 여건이 너무 어렵고, 사택의 상황 역시 매우 좋지 않는데, 자녀들의 믿음이 보통 수준 이상이라는 것이다. 눈빛들이 살아있고, 학교생활은 모범적이며 다들 미래에 대한 꿈을 가슴에 간직하면서 오늘의 고난을 넉넉히 버티어 낸다는 것이다.

환경으로 봐서는 가출하기 충분조건이 아닌가? 그러나 아이들의 입에서는 주님과 부모에 대한 감사가 끊이질 않고, 심지어 행복을 말하는 것을 듣노라면 눈물이 절로 난다.

국민소득 2만불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주님과 멀어지고, 3만불이 넘어가면 신을 부정한다는 말이 있다던데 이 말은 사실인가, 아닌가?

문득 아굴의 기도가 생각이 난다.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 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 (잠3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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