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신 ⑬탈북 형제가 말하는 양심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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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신 ⑬탈북 형제가 말하는 양심의 소리
  • 김창범 목사
  • 승인 2016.06.2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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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목사 / 더미션로드 대표

러시아에서 입국한 지 5개월째라는 한 탈북 형제를 만났다. 북방선교회의 월례기도회에서 그는 자신을 소개하며 ‘마침내 한국에 왔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탈북을 마음먹은 지 10년 만에 이뤄냈다고 했다. 그의 첫 기쁨이 자유분방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그라지는 일이 없기를 기도할 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불운의 먹구름을 만나기 마련이다. 씩씩하게 이기길 기대한다.

그는 평양에서 왔다. 비교적 안정되고 부유한 가정을 배경으로 항공대학을 나와 군관이 되었고 그의 앞날은 창창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소한 말실수로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군에서 강제 전역되고 가족은 평양에서 쫓겨났다. 몇 년 고생한 후에 겨우 회복되기는 했지만 후유증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가정이 어느 정도 복구되었을 때, 지인의 권유로 100달러를 바치고 해외근로자를 자원했다. 당시만 해도 초창기라서 외화벌이가 시험적으로 이뤄질 때였다.

그는 쿠웨이트 건설노동자로 자원했다. 떠나기 전에 예상했던 주체사상 교육을 철저히 받고 조국을 위해 나를 바친다는 철저한 사상무장으로 평양을 떠났다. 그는 일행을 따라 해외의 첫 경유지인 북경에 내렸다. 그곳에서 무려 20일이나 체류하며 북경 시내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졌다. 난생처음 바깥세상을 보는 그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그의 첫 인상은 북한이 늘 말하는 ‘평양은 지상천국’이라는 주장이 공허하다는 것이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북경은 규모나 내용 면에서 평양과 비교될 수 없었다. 솔직히 그는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님은 우리 인생에게 양심이라는 영적 성역을 주셨다. 세상의 어떤 힘으로도 양심을 결박할 수 없다. 하나님의 성전이기 때문이다. 지독한 주체사상 주입에도 불구하고 양심은 무너지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그 원래 기능은 가동된다. 중국 문물을 처음 접한 그의 마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조국’에 대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고의 질서에 혼란과 충격이 왔다. 그가 조국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조국이 그를 속이고 억압하고 착취했음을 깨달았다.

이 자연스런 마음의 반응에 그는 스스로 당황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이런 현상은 비단 그만의 특별한 일이 아니다. 양심을 가진 모든 북한 동포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양심은 예민하고 섬세하여 아주 작은 일에도 반응한다. 북한 땅이 폐쇄되었다고는 하지만, 온갖 자본주의 상품들이 들어가고 CD, USB, 핸드폰 등이 들어가 2천만의 양심이 반응할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당에서 외부 정보를 아무리 조작해도 양심은 거짓과 진실을 구분해낸다. 속지 않는다.

이제 2천만 양심의 소리가 터져 나올 차례가 됐다. 하지만 그 입을 틀어막는 일들이 남한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는 쿠웨이트에서 한국대사관으로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중단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국대사관은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카타르의 한국 대사관은 찾아온 북한 근로자를 돌려보냈고 오히려 북한대사관에 연락을 취해 근로자들을 잘 관리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일로 그 근로자는 북송되고 말았다.

그는 그 후 10년이 지나 러시아에 건설노동자로 다시 파송 되었고 적극적인 탈북의지에 따라 난민증을 발급받고 유엔의 도움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북한근로자들의 공통된 고백이지만 북한 가족들은 북한에 들어오지 말라는 연락을 보내온다고 한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내 조국 북한은 참으로 부끄러운 불량국가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이제 수명을 다했다는 확신을 갖는다고 한다. 주체사상으로 중무장하지만 그들은 ‘이건 아닌데’ 하는 또 하나의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하나님이 주신 양심의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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