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그리고 한국 이주민 선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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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그리고 한국 이주민 선교의 미래
  • 노규석 선교사
  • 승인 2016.06.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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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석 선교사/안산 온누리M센타
▲ 노규석 선교사

2016년 6월 24일 영국은 국민투표로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하고 EU에서 탈퇴하기로 선언하였다. 이주자에 대한 반발과 국수주의가 결합하여, EU를 탈퇴하더라도 영국의 이익을 찾겠다는 영국 국민의 결정에 EU의 국가들뿐 아니라, 전세계가 충격을 받고 있다. 브렉시트(Brexit)를 반대해 온 스코트랜드와 북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EU로 돌아가려 움직임이 일어날 경우, 영연방의 붕괴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고, 또한 유럽에서 고립주의 노선을 걸으면서 앞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길을 가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영국의 선택은 100만명 이상의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독일과 참으로 비교된다. 1980년대 서독은 고령화와 일자리 부족으로 동유럽과 터키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받아들였다. 1990년 갑작스러운 통일이 이루어지면서 통일독일은 일자리를 놓고 외국인 근로자들과 동독인들 사이의 갈등을 겪게 된다. 그런 갈등 속에 독일 순혈주의를 주장하는 신나치주의자들에 의한 외국인 테러들이 일어났다. 그러나 독일은 이러한 갈등을 극복해가며 사회적 통합과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가고 있고, 최근에는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이며 EU의 책임감 있는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2016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약 200만명의 외국인들이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 중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인들이 중국에서 온 동포들(조선족)과 러시아 연방에서 돌아온 동포들(고려인)이다. 또한 50여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들, 9만여명의 유학생들과 4만명의 베트남 며느리들도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만약, 우리 대한민국이 이주민들을 내보낸다면, 그들 중 절반은 일제시대에 나라를 잃고 만주와 중앙 아시아로 끌려갔던 우리 민족의 후예인 조선족과 고려인 동포들일 것이다.

또한, 아시아의 국가들과 공생관계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우리가 국수주의적인 태도로 이 땅에 온 외국인들을 내보낸다면, 아시아 각국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도 더 이상 그 나라들에서 일하기가 어려워진다. 한국에 200만명의 외국인들이 살아가 듯, 아시아 각국에는 약 400만명의 한국인들이, 전세계에는 720만명의 한국인들이 살고 있다.

우리가 외국에서 대접받기 원하는 대로 이 땅에 온 외국인들에게 대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더욱이, 한국교회는 선교적 사명과 열정을 가진 세계 교회의 일원으로써 이 땅에 온 나그네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섬기고 선한 사마리아인로써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이것은 하나님의 명령일 뿐 아니라 우리의 책임이요 또한 의무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2만명의 선교사를 해외로 파송하면서도, 막상 우리 동네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이주민들에게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조사자료에 의하면 국내 이주민 선교를 감당하고 있는 교회/단체가 불과 400여곳 정도로 파악되었다. 한국의 6만여개의 교회들 중 1%미만의 교회가 이주민 선교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진정한 세계 선교는 바로 우리 동네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다문화 가정들과 차 한잔, 식사 한끼를 함께 하는 것이 바로 타문화권 선교의 시작인 것이다.

정부 자료에 의하면, 출산율 감소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를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상황으로, 국내 이주민들의 인구는 앞으로 약 500~6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이주민의 증가는 한국 사회의 국제화, 문화의 다양성, 인종과 언어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문화와 경제 창조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에게 한국어뿐 아니라 모국어 교육을 충분히 제공한다면, 우리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대한민국과 각 국가들을 연결해주는 든든한 연결 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폐쇄적 국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열린 국가가 될 것인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선택은 우리에게 온 이주민들, 다문화 가정들을 향한 우리의 태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주민에 대한 한국 교회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 이주민 선교는 우리에게 선교적 책임일 뿐 아니라, 새로운 교회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낮은 출산율로 인해 인구 구조학적으로 주일학교는 점차 축소될 것이다. 그러나, 이주민 교회, 다문화 교회, 유학생 교회는 자연적 교회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또한 국내 거주 이주민들은 자신들의 고향 가족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이주민 교회들과 선교지 현장의 선교사, 현지 교회들이 선교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을 이루어 낸다면, 이는 새로운 차원의 융합 선교, 곧 선교 시너지가 될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한국은 통일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외국인 이주민들과 다문화 가정들이 증가할 것이고, 만약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그 과정 속에서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와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지금의 다문화 가정들과 이주민들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조선족, 러시아의 고려인 동포들을 한국 사회와 교회가 성숙하게 대하지 못한다면, 통일 이후에 만나게 될 수백만명의 북한 이주민들을 우리는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다문화 사회와 이주민 선교는 장차 우리가 겪게 될 통일 한국을 위한 예비고사라 말할 수 있다. 또한 이주민들을 향한 우리의 태도는 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우리 땅에 온 아시아의 이주민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시아 각 국가들은 대한민국과 함께하는 미래를 그려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가운데 온 이주민들을 배척하고 학대한다면, 아시아의 국가들은 우리에게서 등을 돌릴 것이다.

한국의 다문화 사회와 이주민 선교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성장 전략이며, 또한 성경에서 우리에게 가르치는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의 현장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 속에서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라는 예수님의 질문 앞에, “예, 제가 그의 이웃이 되어주겠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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