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선교를 책임진 큰 교회 장로님을 만난 일이 있다. 후원을 기대하고 만났지만, 그는 평양을 다녀온 얘기부터 꺼냈다. 여섯 번이나 다녀온 사실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방북을 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듣지 못했다. 다만 평양을 다녀왔다는 사실로 북한선교에 대한 우월감을 보이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얘기가 끝날 무렵, 그는 충격적인 얘기를 전했다. 탈북자들은 조국을 배신한 사람들이므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북한선교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자칫 빠지기 쉬운 마음의 혼란이 있다. 북한의 수령 김일성과 후계자인 김정일과 김정은을 어떻게 만나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들의 정체와 죄과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늘 사역의 성격을 결정짓고 심지어 방향과 전략을 결정한다. 쉽게 말하여 김정은과 북한은 척결해야 할 악한 존재이냐, 아니면 용서해야 할 긍휼의 대상이냐 하는 차이를 만나게 된다. 이에 따라 북한선교는 순전하고 정직한 복음의 수단이 되거나, 화해와 평화를 내세운 위선의 함정이 된다. 그래서 북한선교의 현장은 늘 갈등하고 분열하게 된다.
이것은 결국 “좌와 우”라는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라 나타나는 차이다. 즉 북한에 대해 적대적 반응과 우호적 반응에서 비롯된 차이인 것이다. 한국교회들은 이러한 이념적 반응에 따라 성경말씀을 해석하고 북한선교의 방법을 결정한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립한 평양과기대를 두고도 선교의 장기적 가치를 주장하는 교회와 이를 부정하는 교회로 갈라진다. 또 북한 초청에 대해서도 평양을 들락거린 목회자와 이를 거부한 목회자와의 사이에 분명한 간격을 만든다. 게다가 봉수교회와 칠골교회에 대해서도 교회마다 상당한 견해차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느 쪽이 옳은가 하는 논쟁은 통일이 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할 일이 있다. 세월을 허송하지 말고 간단하게 끝내는 방법이다. 그것은 북한 현상에 대해 정직해지는 것이다. 병을 치료하려면 원인을 알아야 하고 원인을 찾으려면 냉정하게 검사 데이터를 읽어야 한다. 즉 몸의 현상에 대해 정직해야 한다. 북한문제도 북한이라는 현상에 대해 정직해야 한다. 북한은 어떤 나라인가? 수령은 누구이고 인민은 누구인가?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알면 된다. 거듭 말해 정직하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정직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북한현실에 대해 정직하지 않으니까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 결과 북한선교는 처음부터 의미와 가치를 상실하고 만다. 이처럼 정직성을 잃은 가장 큰 이유는 그럴듯한 선동가들 때문이다. 좌익정부 시절에 대북관계에 종사해온 고위직 인사들이 통일학교와 통일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서 교회는 큰 혼란에 빠진 것이다. 평화와 화해라는 통일관에 매몰되어 동포의 형편을 정직하게 돌아보지 않았다. 이들의 관심은 북한과 대립 관계를 벗어나 평화 관계를 가지려는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북한과 대화하자며 평화선교를 주장해왔다.
화해와 평화라는 통일 전략은 젊은 층을 공략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게다가 전쟁이 없는 통일을 주장하고 가상적 평화를 얘기하고 노래하기에 그들은 늘 풍성하고 화려하다. 말하자면 진보적 북한선교의 길은 넓고 도처에 열려있다. 그러나 이들의 문제는 북한현실을 사실대로 정직하게 보려고 하지 않는데 있다. 감성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거짓을 전한다. 이에 비해 보수적 북한선교의 길은 아주 좁다. 평화와 화해의 선교팀이 비행기와 배에 선물을 잔뜩 싣고 평양을 드나드는 동안, 보수적 복음의 선교팀은 숨어서 위험한 국경을 헤매고 다닌다.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것은 정직성의 문제다. 그래서 북한선교는 좁지만 정직한 길을 택해야 한다. 이 좁은 길은 통일 후 복음의 대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