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철 목사는 면직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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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철 목사는 면직된 적이 없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6.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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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규 교수 발표…때 아닌 주기철 목사 지위 논쟁

한국교회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순교자 소양 주기철 목사의 지위를 놓고 때 아닌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주기철 목사에 대해서는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1939년 평양노회로부터 목사직을 면직 당한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 왔다. 그런데 최근 총신대 박용규 교수가 “주기철 목사는 면직된 것이 아니라 당시 시무하던 산정현교회로부터 권고사직 됐을 뿐”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역사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미 한국교회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바 있고 앞으로도 예정되어 있는 주 목사 관련 복권 및 복적 운동에 대한 전면 조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예장합동 동평양노회(회장:김광석 목사)는 지난17일 용인 동산교회 수지수양관에서 제178회 1차 임시노회를 열고 ‘주기철 목사 권징 취소 청원 건’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노회원들은 이 자리에서 참회의 기도를 드리며 불의한 자들이 의인을 징벌한 역사에 대해 회개했다.

결의에 이어 총신대 박용규 교수가 주기철 목사의 ‘면직’ 여부에 대한 발제에 나섰다. 박 교수는 이 자리에서 1939년 당시 제 37회 평양노회 임시노회 회의록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주기철 목사는 총회의 신사참배 결의와 총회장의 경고문을 무시한 이유로 교회헌법 권징조례 19조에 의하여 산정현교회 시무를 권고 사직시키다”라고 적혀있었다.

박 교수가 공개한 대로라면 당시 주기철 목사는 평양노회로부터 목사직을 ‘면직’ 당했다기 보다, 산정현교회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교회의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한국교회가 그간 주 목사의 해제된 목사직을 복구한다며 나섰던 많은 연구와 행사들이 애초에 불필요한 일이 돼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 목사 사후 예장 통합과 합동 내에서는 주 목사의 복권 복직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노력이 진행되어 왔다. 예장 통합의 경우 1997년 당시 총회장이던 박종순 목사가 주 목사의 복권을 선언한 바 있고, 장신대 역시 같은 해 주기철 목사를 복적키로 했다. 이후 2006년에는 예장 통합 평양노회가 노회 차원의 참회예배를 드리며 주 목사의 징계를 철회하기도 했다.

예장 합동도 지난해 열린 제100회 총회에서 ‘주기철 목사 복직’을 결의하고, 이후 총회역사위원회를 중심으로 ‘주기철 목사 복직복적 감사예배’를 추진했다. 그러나 목회자의 권징은 총회 소관이 아니라 노회의 결의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일정을 연기하고 동평양 노회를 시작으로 노회 차원의 주목사의 ‘릴레이’ 복직 결의가 예고된 상황이었다.

박 교수는 “평양노회가 주기철 목사의 목사직을 면직시킨 것으로 알려진 것은 주기철 목사에 관한 책을 저술한 이들이 1차 자료인 회의록을 꼼꼼히 살피는 대신 당시 신문기록 등 2차 자료에 의존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한국의 학자들이 자료를 객관적이고 면밀하게 검토해서 1939년 12월 19일 평양노회 임시회의 결정이 산정현 교회 담임목사직에서의 권고사직인지 아니면 정말 목사직에 대한 면직 결정인지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기를 겸손히 제언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용규 교수는 자신도 주기철 목사의 면직을 기정사실화 해 왔던 과오가 있음을 인정하며 “2006년 산정현교회를 저술하면서 노회록을 보고 검토했지만 그 노회의 결정이 과연 산정현교회 시무 사직인지 목사직 자체의 면직인지를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지 않았던 실수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과는 별개로 한국교회가 주 목사의 복권을 논하는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니엘신학교의 최덕성 총장은 “면직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복직이라는 절차가 필요 없다”며 “더 나아가 장로교회에는 목사의 복권이나 복직이라는 개념이 없다. 해야 한다면 재차 장립하거나 안수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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