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십’으로 제대로 된 목회자 길러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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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십’으로 제대로 된 목회자 길러내라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6.06.15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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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교회, 신대원생 대상 15년째 운영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극심한 상태

인턴.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임상 실습을 받는 수련의(修鍊醫) 가운데 첫 1년 동안의 과정에 있는 사람이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을 말하기도 한다. 목회에 인턴십을 적용한다면, 목사가 되기 전 실질적인 목회훈련을 받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교회에서 바로 사역할 수 있게 신학교에서 잘 훈련시켜서 내보내 달라”는 목회 현장의 볼멘소리를 신학교가 해결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목회자 인턴십의 중요성과 필요에 대한 요구는 수직 상승 중이다. 하지만 목회자 인턴십을 운영하는 신학교는 물론 교회조차 눈을 씻고 찾아야 하는 상황.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극심하다.

# 목회 본질-정체성 파악 최우선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안양 평촌 열린교회(담임:김남준 목사)가 ‘목회자 인턴십’ 과정을 운영한다. 1년에 한차례. 상황에 따라 상-하반기로 나누어 진행하기도 한다. 벌써 15년 째. 현재 20기 과정에 수료생이 3백 명을 넘었고, 오는 10월에 21기 과정을 시작한다. 일반 기업 인턴과정의 경우 고급 인력에 대한 혹사 이미지가 강하지만, 목회자 인턴십은 오히려 투자개념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목회자 인턴십은 12주, 3개월 과정. 세부 일정은 크게 오전 특강, 오후 실무 체험으로 나뉜다. 10주간 실시되는 특강은 매주 주제가 정해지는데, ‘목회자와 소명’, ‘소명의 확인’, ‘건강과 순결’, ‘성경과 학문’, ‘성품과 생활’, ‘사랑과 열정’, ‘영적 심령과 능력’, ‘목회와 인내’ 등 8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김 목사는 매주 월요일에 인턴십 과정 학생들을 직접 만난다. 함께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관점을 전환시키고, 고민하면서 목회에 대한 새로운 길을 스스로 찾게 한다.

▲ 목회자 인턴십은 신학교에서 교육시키지 못하는 신앙적인 부분과 목회자로서 갖추어야 할 실질적인 부분들을 훈련한다. 이와 함께 팀스피릿을 익히는 일도 중요한 부분이다<열린교회 목회자 인턴십 홍보영상 갈무리>.

오후에는 필드워크를 진행한다. 오전에 다루었던 목회로서의 자기 정체성과 신학적 원리들이 어떻게 목회 현장에 녹아 들고 실천되는지를 보게 된다. 이 때는 열린교회의 모든 행정과 실무가 공개된다. ‘신학교-신학생 사역’, ‘사모로 사는 법’, ‘부교역자의 삶’, ‘청년교구사역’, ‘선교사역’, ‘교회학교사역’, ‘전도사역’, ‘예배와 목양’, ‘예배 정신과 예전’ 등 실무 위주의 교육과 체험이 진행된다.

어느 것 하나 빠뜨리거나 소홀할 수 없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됐고, 타이트하게 운영된다. 꾀를 부리거나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배우려면 확실하게 배우라는 것이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인턴십 후속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 하지만 열린교회가 운영하는 ‘레지던트십’에 응모할 수 있는 우선권을 준다. 레지던트십에 선발되면 열린교회 부교역자와 똑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1년 동안 교육을 받는다. 이 때는 선배 교역자들과 함께 팀스피릿을 익히게 되는데, 자기 적성에 맞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배운다. 이 기간에는 장학금 100%와 함께 다른 활동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생활비를 지급한다. 1년 동안의 교육 후에는 평가를 거쳐 교회가 원하고 본인이 원할 경우 정식 교역자로 근무할 수 있다.

# 컨소시엄에 의한 ‘공동 인턴십’ 필요

열린교회가 돈 안 되는, 오히려 쏟아 부어야 하는 목회자 인턴십을 운영하는 이유는 뭘까? 신학과 목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 배우고 그것에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그리고 목회자로서의 자기 정체성 회복 때문이다. “목회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분명한 정체성이 확립돼야 목회자로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김 목사는 매주 1~2권의 경건서적을 읽게 한다. 그리고 논문, 세미나 동영상 등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 함께 토론한다. 이 토론들은 자유스럽게 진행되지만, 신학 재교육 수준의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간다. “관점을 바꾸고 본질로 돌아가게 하는, 신앙과 사역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하게 만들고, 이를 실행해 나가기 위한 솔루션을 찾게 만든다”는 것이 김 목사의 설명. 그리고 “확실한 것은 여기서 골고루 잘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로서의 정신, 학문에 대한 도전, 목회의 기술, 개인의 경건까지 가르쳐서 어떤 크기의 교회에 가든지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뚜렷하게 정할 수 있는 목회자로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하지만 목회자 인턴십을 운영하는 교회는 헤아리기가 부끄러울 정도. 김 목사는 “많은 목회자들이 인턴십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감하지만 적극적이지는 않다. ‘이렇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줘도 못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내용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교회 또한 그런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이다. 교회 자체에는 아무 소득이 없는데,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고, 교역자가 전담해서 돌봐야 하는 등 신경 쓸 부분이 여간 많지 않은 게 주된 이유다. 그러나 김 목사는 “우리 교회가 운영하는 목회자 인턴십이 여러 교회에서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신학적인 컬러가 맞는 교회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이 일을 해나가면 어떨까”하고 제안한다.

목회자 인턴십에 대한 김남준 목사의 의지는 확고하다. “학생들이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깨닫게 하는 것은 성령님이 하시는 일이지만, 이 과정을 만들어주는 일은 교회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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