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는 주석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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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는 주석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6.06.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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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교회-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원 ‘제10회 한신신학심포지엄’

텍스트가 신앙으로 체험되고 변화된 설교 원해

치유-복음을 통해 드러난 구원사역 강조 중요


“교인들이 듣고 싶어하는 설교는 육화(肉化)된 버전이다. 상처를 겪고 난 치유, 복음을 통해 드러난 구원사역의 버전을 듣고 싶어한다. 그리고 말씀이 깊은 영혼, 상처입고 치유된 영혼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지, 아니면 주석서 몇 권 읽고 편집한 설교인지를 교인들은 안다.”

몇 년 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목회자들이 설교 한 편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주일 평균 5시간 이상. 20시간 이상을 투자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14%나 됐다. 목회자들이 이렇게 시간을 투자하면서 준비하는 설교. 그러나 정작 교인들은 어떤 설교를 듣고 싶어 할까.

미국 프린스턴신학대학원 크렉 반스(M. Craig Barnes) 총장의 대답은 간결했다. “육화된 버전, 영혼을 울리는 설교”. 텍스트가 구체적인 신앙으로 체험되고 변화돼야 교인들의 영혼을 울릴 수 있다는 말이다. 반스 총장은 한신교회 한신제자훈련원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원이 주최한 ‘제10회 신학심포지엄’에 참석해 목회자로서의 자세를 강조하면서, 이 과정에서 오는 상처와 아픔, 상실 등의 파토스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 목회의 성공은 예수 안에서의 삶

반스 총장은 누구나 꺼리는 ‘상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목사의 삶과 말이 설교에 얼마나 녹아있는지를 보고, 또 한편으로는 설교를 그대로 믿지 않는 교인들이 선포하는 복음을 신뢰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리고 “목사의 소명을 매혹적이게 하는 것이 상처 입은 목사의 영혼이며, 아픔을 아는 그 상처”라고 표현했다. 결국 교인들은 상처를 겪고 난 치유, 복음을 통해 드러난 구원사역의 버전을 듣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목회자들의 상처라고 특별한 것은 아니다. 오래 묵은 상처, 치유 받은 상처들과 이제서야 자유함을 얻은 실패들, 마침내 용서받은 죄, 몸 속에 체화된 가시. 교인들이 당하는 것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목회의 위엄과 진지함을 표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한신교회와 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목회자연장교육에는 목회자 6백여 명이 참석해, 목회에 대한 재도전을 받는 한편 새로운 시각에서 성경을 보고 접근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다면 교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반스 총장은 “세상이 갈망하는 이미지로서의 성공적 삶이 아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겉치레한 포장된 삶 뒤에 숨겨져 있는 신비, 즉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엄청나게 소중한 존재라는 진리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것이 목회자가 설교와 삶으로 보여주고 가르쳐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목회자의 성공에 대해서는 “인지상정”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 성공이 얼마나 새로운 예배를 도입했는지, 얼마나 새 교인이 등록했는지, 기존 교인 또는 새 교인들에게 칭찬받을 일을 얼마나 있는지에 달려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목회자들의 영혼을 팔아서 얻어지는 성공이라는 값으로 충만해질 수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그리고 목회자가 매니저로, 봉사 제공자로 살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정체성을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목회의 중심이 교인들이 예수 안에서의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 영광의 신학에서 십자가의 신학으로

홍지훈 교수(호남신학대 종교개혁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대비하면서 오늘의 목회를 돌아보고 새롭게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발제를 이어갔다.

홍 교수는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이 자신의 일과 하나님의 일을 혼동하는 실수를 범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나님의 도구로 소명 받은 우리가 도구로서의 역할을 잊은 채 하나님의 일을 제 것인 양 착각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종교개혁 500주년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내 양을 먹이라’는 그리스도의 말씀 가운데 부여해주신 소명의 의미를 바로 깨달아, 그동안 ‘영광의 신학’만을 가르쳐왔던 한국 교회가 이제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 보여주시는 교회의 본질적인 사역을 감당하는 ‘십자가의 신학’을 가르치고 실천해야 하는 때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리스도인의 신앙의 기준을 외적인 편에만 두지 말고, 내적인 인간이 얼마나 하나님을 향해 열려 있으며, 동시에 그의 삶이 얼마나 이웃을 향해 있는가에서 발견하려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용규 목사(한신교회)는 “지난 10년 동안 한신신학심포지엄은 단순한 교회성장론이나 전도폭발훈련 등 개 교회의 부흥에 초점을 두지 않고, 목회자연장교육의 일환으로 목회자들의 계속적인 신학교육에 초점을 맞추며 설교와 목회자의 영육간의 회복과 건강한 목회와 교회를 세우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두고 최선을 다해 왔다”고 말하고, “특별히 2017년 종교개혁 5백주년을 앞두고, 오늘의 목회를 돌아보고 새롭게 나아갈 길을 함께 고찰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목회에 관해 근본적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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