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직도 우리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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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직도 우리인 것은
  • 여상기 목사
  • 승인 2016.06.0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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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기 목사·예수로교회

                                                      
성급한 무더위가 6월을 재촉한다. 호국영령들과 순교자들의 신원이 우리의 갈증을 더해준다. 국립현충원의 한 비석 앞에 소복(素服)을 한 젊은 여인이 흐느끼고 있다. 근처 개울서 떠온 물로 비석을 오랫동안 정성스레 닦고 있다. 옆에는 서너 살 남짓 돼 보이는 여자 아이가 지루한 듯 놀잇감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 모습이 송곳처럼 가슴을 찌른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의 파편들이 우리들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오늘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 부름은 잊혀진 임들의 묻혀진 침묵 때문이리라. 한국전쟁 당시 에티오피아에서 파병된 용사들은 자국 황제의 특명으로 전투 중 죽음을 택할지언정 결코 포로가 되는 것을 수치로 여겼다고 한다. 무려 123명이나 되는 전사자를 남겼지만 단 한명의 포로도 남기지 않은 명예를 지켰다.

하늘을 치솟는 우후죽순(雨後竹筍)의 대나무의 기상도 꽃이 피면 대숲의 모든 대나무는 다 함께 죽는다고 한다. 한 뿌리에서 나서, 한 곳에서 살다가, 함께 죽어 사는 대나무의 올곧은 절개 때문이리라. 하늘을 우러러 애국애족의 마음을 다잡아본다.
교회는 나라와 민족과 다음세대의 마지막 보루와 희망이다. 교회가 세상을 품고 복음의 울타리와 둥지가 되어야한다.  현대인들은 지금 고달픈 삶에 대한 애착 때문에 피곤함, 억울함, 불안함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세상은 하나님 없는 행복으로 외로움과 친밀감과 자존감에 목말라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 저변에 만연된 도덕불감증과 누적된 병리현상들이 사회 곳곳에서 돌출되고 있다.

인권과 복지를 빌미로, 어둠의 사각지대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흉악 범죄가 속출한다. 자유와 평등을 빙자하며 인명을 담보로 한 무고한 사고와 적폐들이 사회 양심을 마비시키고 있다. 실로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며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라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의 시대다(암8:11). 이대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론이 팽배하지만 냉소적인 레토릭(rhetoric)만 무성할 뿐, 어느 누구하나 시원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공론이 조정(朝廷)에 있으면 나라가 다스려지고, 여항(閭巷)에 있으면 나라가 어지러워지며, 만약 위아래 어디에도 없으면 나라는 망한다고 했다(栗谷 李珥). 구조적인 병목현상(social gap)이 화근(禍根)이 되어 사회계층 간의 반목과 불신을 증폭시켜 민심의 균열을 종잡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전반적인 거버넌스(governance)의 전환이 절실한 때이다. 혁신적인 구조조정(restructuring)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어야한다. 원칙의 고수와 상황의 수용으로 실용적 대안이 결행되어야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자기중심적 성장위주의 교회패러다임은 이제 과거의 산물이다. 하나님을 수단으로 삼는 교회의 여타 적폐를 일소하고 심령의 묵은 땅을 기경해야한다(호10:12). 그리스도인이 엎드리지 않으면 더 이상 세상은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내 눈에서 비늘이 벗겨지지 않으면 자기혁신(total conversion)은 요원해진다(행9:18). 무릎을 꿇고 얼굴을 무릎사이에 끼어 넣어야 하늘이 열린다(왕상18:41). 우물쭈물 하면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이 현실적 재앙으로 엄습할 것이다.

강자는 교만하기 쉽고 약자는 비굴하기 쉽다. 그리스도인들은 부와 지배의 권력을 부러워하거나 안달해서는 안 된다. 꽃은 필 때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질 때도 아름다워야 한다. 지는 꽃도 꽃이기 때문이다. 목사는 끝까지 목사이어야 한다. 소금은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맛으로 존재한다. 우리가 아직도 우리인 것은 나의 나 됨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이다(고전15:10). 복음은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님의 핏 값이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Freedom is not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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