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증거 아니 보여도, 북한 억류 735일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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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증거 아니 보여도, 북한 억류 735일을 말하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6.06.0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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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배 선교사, 북한 억류된 2년간의 경험 담은 ‘잊지않았다’ 출간

“풀려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없던 상황에서, ‘내가 너의 구원자가 되리라’는 말씀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믿음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기도함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북한에 2년 동안 억류됐다가, 2014년 극적으로 풀려난 케네스 배 선교사(배준호·48)가 지난 1일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서의 억류 경험을 간증형태로 고백했다.

▲ 북한에 2년 동안 억류됐다가, 2014년 극적으로 풀려난 케네스 배 선교사(배준호․48)가 지난 1일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서의 억류 경험을 간증형태로 고백했다.(사진제공:두란노)

케네스 배 선교사는 북한 공한에게 붙잡히게 된 계기로 “지난 6년 동안 중국과 북한에서 사역했던 보고서와 선교편지와 사진들, 동영상을 실수로 반입한 것이 문제가 됐다”며, “그후 한 달 동안 하루 14시간이 넘는 심문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2012년 11월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돼, 2013년 4월 반공화국 적대 범죄 행위 등으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 후 외국인 특별교화소에서 하루 10시간의 강도 높은 노동을 해야 했다. 결국 그는 급격한 체중 감소와 영양실조에 시달리면서 교화소와 병원을 오고가는 신세가 됐다.

배 선교사는 “여름에는 농사를 하고, 겨울철에는 돌을 줍고 도랑을 메우고 파는 일을 했다. 또 석탄 창고에서 석탄을 옮기거나 가루를 내는 일을 했다. 무리하게 일을 하다 보니 27kg정도 체중이 감량됐고, 나중에는 어지러워 노동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북한 억류 당시 735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로 그는 2012년 12월 12일 북한의 광명 3호 발사가 성공한 날을 꼽았다. 그는 “억류 초기 당시만 해도 협조만 잘하면 풀려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날의 저의 기대가 산산조각난 날”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매일이 불안했던 삶의 연속에서 배 선교사를 끝까지 지탱해준 것은 바로 ‘신앙’이었다.

그는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고, 나를 통해 하실 일이 있다는 말씀을 주시면서 소망을 갖게 됐다. 그렇기에 풀려날 것이란 확신을 갖고 735일의 하루하루를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억류기간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지지가 큰 도움이 됐음을 밝혔다. 배 선교사는 “미국 정부를 통해 편지를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나를 잊지 않고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북한에 수감돼 있는 많은 지하교회 교인들이 있다. 그리고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와 임현수 목사를 위해 잊지말고 기도해 달라. 한국정부도 이들이 풀려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주시기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역류 전 북한에 17번 왕래할 정도로 북한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억류 후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배 선교사는 “2년간 24시간 북한주민과 함께 지내다보니 주체사상과 김일성주의가 생각보다 공고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도 “북한정부와 달리 북한주민들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민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인도적 관점에서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요청했다. 그는 “평화통일의 날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끊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리가 마음과 사랑을 보낼 때 그들도 변화되고, 마음 문을 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김일성 외가에서 세운 북한 칠골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경험도 전했다. 그는 “남한에서 드리는 예배와 거의 흡사하지만 그들이 진정한 예배라고 볼 수는 없다”며, “찬양도 우리와 똑같이 하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지만, 설교 내용이 성경적인 내용이 나오다가 결론부분에서는 김일성 수령 찬양이라든지, 남한에 대한 비방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참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최근 북한에서의 735일간의 억류경험을 담은 저서 ‘잊지 않았다(Not forgotten)를 출간했다. 배 선교사는 “북한주민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어려움을 경청할 수 있다면 그들의 마음이 무너져 결국 하나님께 돌아올 것”이라며, “그래서 ‘잊지 않았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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