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교회 식탁이 GMO로부터 자유로워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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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교회 식탁이 GMO로부터 자유로워지길
  • 이진영 목사
  • 승인 2016.06.01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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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형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주일 오후, 집사님들이 아침에 교회 텃밭에서 거둬온 푸성귀들을 다듬으십니다. 아무개 집사님은 요즘 왜 그렇게 예뻐졌냐, ‘태양의후예’ 뒤엔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 다음 주일 식사준비는 뭘 하면 좋을까 하시면서 하하호호 이야기꽃을 피우십니다. 다듬던 열무 잎사귀에서 달팽이 한 마리가 툭 떨어집니다.

마침 엄마 옆에 앉아있던 꼬맹이 하나가 얼른 달팽이를 집어 들고 쪼르르 친구들에게 달려갑니다. “우와, 달팽이다.” 아이들은 서로 만져보고 싶다고, 자기가 먹이를 주겠다고, 이름을 지어줘야 한다고 아우성입니다. 바야흐로 여름입니다.

아직은 볕만 피해 그늘만 찾으면 아쉬울 것이 없지만, 머지않아 미세먼지로 가득한 뿌연 하늘을 싹 거둬줄 장맛비가 쏟아지고 나면 후끈후끈한 더위도 시작될 터입니다. 그리고 그 더위는 풀과 나무들의 힘을 북돋워 열매를 맺게 할 것입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마을 저수지 근처 논두렁만큼은 가을입니다. 얼마 전에 심은 모들이 아직도 여리한 때인데도 논두렁 풀들은 가을 서리를 맞았는지 누렇게, 푸석푸석 말라있습니다. 제초제를 뿌렸다고 하십니다.

평생 땅을 살피셨던 어르신이 이제 예초기를 돌려 풀을 벨 힘조차 없어지셨는지, 제초제를 뿌리고 부직포를 덮겠다고 하십니다. 파릇파릇한 거울 같은 논 사이사이로 누런 논두렁이 이어져 있습니다. 논이 쌀을 만드는 공장처럼 보입니다.

제초제를 뿌린 논두렁에는 풀들이 살지 못합니다. 풀이 살지 못하니 풀에 깃들어 사는 벌레들도 살지 못하고, 벌레들을 먹어야 하는 새들도, 작은 물고기들도 살지 못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뭇 생명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서로 어우러져 살게 하셨는데, 제초제를 뿌린 논은 오로지 벼만을 위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유전자조작식품(GMO :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도 그러합니다. 사람들은 땅에서 자신이 원하는 작물만을 기르기 위해 제초제를 뿌리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식물의 고유한 유전자에 제초제 성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조합해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생명체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리고는 숲을 불태우고, 밭을 만들어 제초제를 대량으로 살포한 땅에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이 GMO를 재배합니다.

제초제 과다 살포로 다른 식물들, 동물들,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GMO를 장기간 섭취한 동물들은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실험결과가 발표되어도 GMO를 재배하는 거대한 기업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이미 경외감도 두려움도 상실한 그들에게 땅이란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시키는 도구입니다.

하나님께서 “충만하여라.”라고 말씀하신 창세기 1장의 생명이 가득한 창조 세계인 땅은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밥상에서 우리의 신앙에 대해 도전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교회에서 GMO를 거부하는 것은 단순한 식품안정성을 얻기 위한 소비자운동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의 근간을 지키는 신앙운동입니다. GMO를 만드는 기업은 우리들이 먹는 식품들이 GMO인지 아닌지 모르도록 식품의 성분을 밝히는 GMO 표시제의 입법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들은 지금도 GMO로 만든 사료를 먹은 소, 돼지, 닭들의 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GMO로 만들어낸 작물들을 가공해서 만든 식용유, 올리고당, 과당을 매 순간 먹고 있습니다. 우리가 GMO를 거부하려 해도 거부하지 못하도록 식품산업 체제를 움켜쥐고 우리에게 GMO를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고 외치신 예수 그리스도의 단호함이 필요합니다.

탐욕에 사로잡혀 땅위의 뭇 생명을 죽여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이들은 GMO로 차린 식탁을, 하나님의 창조세계 안에서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일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은 생명을 살리는 식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교회 아이들이 그 달팽이를 어떻게 했을까요? 아이들은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먹이가 많은 텃밭에 다시 데려다두었다고 합니다. 텃밭을 가꾸시는 집사님들은 잎사귀에 구멍을 숭숭 내어놓는 달팽이가 얄밉기 짝이 없으시겠지만, 아이들을 친구삼은 달팽이는 이제 당당하게 텃밭의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는 한없이 풍성하여서 우리가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매일 매일의 양식을 베풀어주십니다. 6월 첫째주일은 한국교회가 다함께 지키는 환경주일입니다. 부디 환경주일만큼은 이 땅의 모든 교회가 GMO로부터 자유로운 식탁을 나누고, 텃밭 달팽이가 사람들 욕심 탓에 땅에서 쫓겨날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주일을 보내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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