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교라고 다를 바 없다" 정체성 위기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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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학교라고 다를 바 없다" 정체성 위기 심각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5.27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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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대 박상진 교수, 전국 65개 기독교학교 설문조사 결과 분석 발표
▲ 장로회신학대학교 박상진 교수는 전국 기독교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설문에 참여한 65개교 응답을 분석했다. 기독교 학교들은 신앙교육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설립된 초중고학교들이 기독교 정체성을 재학생들에게 교육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목과 부장교사들조차 상당수 일반학교와 다름없는 기독교 학교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박상진 교수(기독교교육과)가 지난해 9~11월 전국의 기독교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자료를 분석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교감, 교목과 부장교사의 46%가 기독교 학교 최우선 당면과제(복수응답)에 대해 ‘기독교 학교 정체성 확립’이라고 답했다.

16.1% ‘신앙교육의 자유’와 27.4% ‘건학이념의 구현’ 등 유사한 답변을 합하면 무려 88%. 이러한 반응은 기독교 학교들이 신앙교육을 실시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기독교 학교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에 참여한 학교의 64%가 ‘종교수업과 예배를 제외하면 일반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는 학교’라고 답한 것은 적잖이 충격적이다. 3명 중 2명은 일반학교와 차이가 없다며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같은 질문에 ‘복음전파에 충실한 선교적 학교’라는 항목에 13.6%에 불과했으며, ‘교육과정 및 학교운영이 기독교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에는 22%가 그 답변했다.

기독교학교가 처한 가장 큰 위기에 대한 항목에서 49.2%가 ‘입시와 경쟁문화가 지배하는 사회 분위기’라고 응답한 것도 교육 가치관에 있어 일반학교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할만하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기독교 학교이면서도 ‘종교수업’을 정규교과로 편성하지 못하고 있는 학교도 응답 학교 중 33%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58개 학교 중 39개 학교(67.2%)는 ‘정규편성’이라고 했지만, ‘창의적 체험활동 편성’ 20.7%, ‘편성되지 않음’ 3.4%, ‘기타’ 8.6% 답변 양상을 보였다.

통상 대부분 기독교 학교는 주 1회, 약 1시간 정도를 종교수업 시수로 할당하고 있다. 이중 58.9%는 ‘학교 차원 차원에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30.4%(기타 10.7%)는 ‘교사 자율 교육과정’이라고 답했다.

10곳 중 3곳이나 되는 학교가 자율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실태다. 이는 종교교사가 융통성 있게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연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학교 차원 교육과정으로 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 설문조사 결과는 한국기독교학교정상화 추진위원회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가 지난 26일 영락교회에서 공동주최한 세미나에서 공개됐다.

기독교 학교들은 기독교적 교과교육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을까?

항목에 답변한 학교의 10곳 중 6곳(58.6%)은 ‘교사 개인의 신앙과 노력에 맡기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아직 시도하지 않고 있다‘가 다음으로 많은 20.7%를 차지했다. ’학교차원의 연구 및 개발‘은 3.4%에 그치고 있다. 복수응답 3.4%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박상진 교수는 “기독교학교가 일반학교와 다른 점은 예배와 종교수업만이 아니라 모든 교과목을 기독교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모든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이 기독교 교육의 범주 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교사들에게 기독교적 가르침에 대해 교육하는 연수과정이 요청 된다”고 밝혔다.

박 교수가 밝힌 내용이 기독교 관점에서 당위적 주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일선 학교 안에서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특히 지난 2007년 당시 기독사학 대광고에서 재학생 강의석 군이 “미션스쿨에서 종교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며 사회적 파장이 인 바 있고, 결국 대법원에서 까지 승소판결은 받은 이후에는 종립학교 안에서의 종교교육은 더욱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근본적으로는 1974년 고교 평준화 이후 40년이 넘도록 일반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교 선택권이 제한되면서, 그 영향으로 인해 기독교 사학들은 자유로운 종교교육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종교적 형평성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박상진 교수는 “기독교 사학들의 교육 자율성이 확보되지 못하면서 부정적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고, 기독교 학교도 세속적 가치관을 따라가고 있다”며 “기독교 학교들은 실존적인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미래를 위해 기독교학교 정체성 확립을 위한 대안들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공교육 제도에 사립학교가 편입되면서 기독교 학교의 자율성이 상실된 근본이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 교육의 자유와 종교교육의 자유를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으며, 교육관련법에도 사립학교 자율성과 종교교육의 자유를 삽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기독교 교육의 질적 개선, 기독교 학교와 한국교회와 연대 강화, 기독교사와 교목, 학부모, 이사들의 연수 확대 등도 박 교수는 제안했다.

한편, 한국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는 지난 26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한국 기독교학교의 진단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설문결과는 이날 세미나에서 처음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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