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그리스도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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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그리스도는 다르다?
  • 황의봉 목사(평안교회 담임)
  • 승인 2016.05.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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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영지주의자들

1세기 말부터 2세기에 걸쳐 지중해 동해안 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던 영지주의(Gnosticism)는 다양한 종교관이 융합된 것이기 때문에 딱 ‘이것이다’라고 하기는 어렵고 지역별로 시대별로도 차이가 있으며 내부에서도 여러 이론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영지주의는 세상을 물질계와 영계로 나누는 헬라의 이원론적 사상과 기독교를 결합한 혼합 종교사상이라고 하겠습니다. 물질과 영혼은 모두 영원하지만 물질은 악하고 영만 선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물질로 만들어진 세상은 처음부터 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십시오.

하나님은 영이시니 선합니다. 그가 이 악한 물질계인 세상을 만들었을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하나님은 일련의 애온(파생신들, 아이온이라고도 함)을 창조하셨는데 하나님과 가까이 있을수록 영적인 애온이고 하나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애온일수록 하나님에 대해 무지하고 물질적인 애온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애온이 물질세상을 창조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세상을 창조한 신과 그리스도가 말하는 신은 같지 않다고 보는 것이 영지주의의 특징입니다.

따라서 영지주의자들은 그리스도와 예수를 분리시킵니다. 마리아가 낳은 아기는 인간 예수이고 그리스도는 예수가 세례를 받을 때에 비둘기 형태로 예수에게로 들어와 삼년 동안 함께 생활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임을 당하였을 때 그리스도는 예수를 떠났다고 주장했습니다. 1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유대주의 형태의 영지주의 가운데 대표적인 분파로는 에비온파(Ebionites)와 케린투스파(Cerinthus)가 있습니다.

마태복음만 사용했던 에비온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양자설입니다. 예수는 동정녀에게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요셉과 마리아와의 사이에 탄생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지만 공의, 신중성 그리고 지혜 등 다른 모든 면에 있어서 보통 인간들보다 탁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술한 대로 세례 받을 때 그리스도가 들어와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에비온파와 비교한다면 케린투스는 좀 더 원색적인 이단 지도자였습니다. 케린투스는 사도가 기록한 것처럼 꾸민 계시록을 사용하고, 다른 영지주의자들처럼 지고한 신이 물질 세상을 창조했다는 것을 부정하였으며,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였습니다. 사도 요한이 목욕탕에 갔다가 케린투스가 있는 것을 보고 “이단자가 탕 안에 있으니 목욕탕이 무너질지도 모르겠다”면서 뛰쳐나왔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러나 역시 대표적인 영지주의자는 알렉산드리아 출신 발렌티누스(Valentinus)를 꼽을 수 있습니다. 발렌티누스는 이집트 종교철학가이며, 영지주의 로마 학파와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창시자로서 기독교 가르침을 헬라사상 및 동양사상과 결합시켰습니다. 그는 ‘영지’(gnōsis) 또는 ‘신비한 지식’으로 구원받는다는 교리를 가진 종교적 이원론의 체제를 만든 자입니다. 그래서 그를 가리켜 ‘영지주의 조직신학자’라고 부릅니다.

히기누스가 감독으로 있을 때 로마에 온 발렌티누스는 피우스 황제 시대에 전성기에 들어서 있었고 143년에는 로마에서 주교 후보가 되었습니다. 발렌티누스는 비범하면서 또한 말에 설득력이 있는 유능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주교가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박해 중에도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여 주교가 되자 발렌티누스는 이에 분개하여 교회와 등을 돌리고 새로운 종파를 만들어냈는데 그들을 발렌티누스파라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 교회는 영지주의를 거부했습니다. 바울 사도는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 주의하라 이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니라”(골 2:8) 하였습니다. 특히 요한일서는 영지주의로부터 교회를 지켜 나가기 위해 쓴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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