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의 기독교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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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의 기독교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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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2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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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옥시 사건의 핵심 쟁점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서 사람이 죽었는데 경영자들이 그 결과를 인지했느냐라고 할 수 있다. 즉 가습기 살균제에서 나오는 물질로 인해서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그로 인해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느냐의 문제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럴 수 있는데 그걸 경영진이 알면서도 무시했는지, 아니면 몰라서 그런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묻는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이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생명에 대한 관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본다. 돈을 벌기 위해서 사람이 죽고, 다치고,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데 이를 외면한 것이다. 피해자들이 나오고 항의와 고소가 이어지는데 회사는 이를 외면했다. ‘외면’이라는 단어에 그들이 무지해서 모르고 지나쳤는지, 또는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모른척했는지에 대해 판단을 미루는 의도를 함께 넣는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팩트가 있는데도 그들은 외면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팩트가 금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에 대한 것인데도 이들은 현재의 이익을 위해서 외면해 버린 것이다. 감독했어야 했던 정부의 외면도 있을 것이고, 좀 더 파헤쳐서 문제를 제기했어야 할 언론의 외면도 있었을 것이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던 이 사회의 외면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경제적 이익을 앞에 두고 한 회사가, 그리고 그에 딸린 여러 회사들이, 더 나아가서는 이 사회가 생명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최근 목사가, 전도사가, 신학생이 상당히 충격적인 살인사건을 일으켰다. 자기 딸을 학대하여 죽인 사건, 아버지를 남매가 모의하여 죽인 사건, 그리고 여성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며 알지도 못하는 한 여성을 죽인 사건이다. 많은 사람들이 목사, 전도사, 신학생이라고 하는 특수직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에 경악을 했다.

도대체 그런 직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다. 물론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심리적, 그리고 가정사에 얽힌 개인적인 내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일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결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한 번의 사건은 우연일 수 있지만 그러한 일이 연속된다면 그것은 사회적 문제이다. 이 세 사건을 중심으로 본다면 결국 기독교 내에 사회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또 이 기독교 사회에 내재해 있는 생명가치의 붕괴가 가져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생명을 최우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것에 더 가치를 둔 결과가 이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나는 옥시의 사건과 이 일련의 사건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 둘 다 모두 결국은 생명가치를 잃어버리고, 욕망의 원리를 따른 결과이다. 경쟁과 효율을 따지는 이 사회의 모습이 교회에서도 똑같이 적용된 결과가 결국 목회자들에 의한 살인사건에 맞닿아 있다.

바라기는 교회에서 먼저 생명윤리를 회복해야 한다. 한 생명을 향한 주님의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 꺼져가는 불씨에도 마음을 쓰시는 우리 주님의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 구약에서 계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오늘 교회에서 먼저 일어나야 한다.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에 대한 가치가 전도하라는 구호가 아니라 실제 우리 삶의 약자들을 향한 주님의 마음임을 새롭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 내에 생명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생명이 아니라 절대적 가치로서의 생명을 가르쳐야 한다. 주일학교의 공과에서 성인들의 성경공부 교재에서, 그리고 목회자의 설교에서 생명은 끊임없이 강조되고 교육되어야 한다. 이 반생명의 사회에서 적어도 교회는 생명을 품고 있음을 우리 가운데, 그리고 이 사회 가운데 선포해야만 한다. 그래서 교회를 통해 이 사회에 생명의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 이 사회의 가치를 교회가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 대안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생명을 나누는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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