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과 영성’ 겸비한 교육으로 균형 맞춰야

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⑨ 신대원 영성커리큘럼 진단 하 손동준 기자l승인2016.05.18 17:35:45l수정2016.05.20 11:39l13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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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강해와 영성훈련의 욕구가 크지만 실제 신대원생들이 가장 집중하는 것은 역시 신학공부였다.

현재 우리나라 신학대학원 제도에서는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입학하여 3년 과정을 마치면 누구나 목사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교단과 교파는 다를지언정 사실상 모든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신대원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혹자는 신대원을 ‘선지학교’라고 부른다. 하나님의 말씀을 공포하는 선지자를 양성하는 학교라는 것. 때문에 대부분의 성도들은 신대원과정에는 교과부가 요구하는 수학연한과 학점뿐 아니라 영적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영성교육과 훈련이 동반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목회 현장에서는 신대원 과정이 서구식의 관념화된 학문 교육에 치우쳐 영성훈련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지난호 본지에서 다룬 ‘신대원 영성 커리큘럼 진단-상’에서는 이같은 실태가 여실히 잘 나타났다. 많은 학생들이 신대원 신앙교육에서 ‘성경강해’와 ‘영성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지난 호에서 다뤘다시피 이미 여러 학교들이 채플을 비롯한 관련 교과목 개설을 통해 신대원생들의 신앙훈련 요구에 부응하고 있었지만, 정작 학생들은 ‘교과 외’ 영성교육에 더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번 호에서는 신대원의 신학 쏠림 현상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고, 각 신대원 관계자, 그리고 현장 목회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대원 영성훈련의 지향점을 진단한다.

 

신학에 쏠린 관심…“불균형 심각”

먼저 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신대원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본지가 지난해 4월 15일부터 9월 2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를 통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교단 신대원 11곳의 재학생 3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현재 신대원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로 ‘신학공부’(57.7%)를 꼽았다.

이밖에 ‘목회사역’(24.7%), ‘해외선교’(9.7%) ‘교회개척준비’(5.3%), ‘영성신학’(0.7%)이라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전부 합쳐도 ‘신학공부’라는 답변에 미치지 못했다. 한세대의 경우 다른 학교들과 달리 유일하게 ‘신학공부’(26,3%)보다 ‘목회사역’(47.4%)에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이를 제외하면 모든 학교에서 ‘신학공부’에 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학공부’에 대한 쏠림 현상은 이른바 한국의 3대 대형교단이라 할 수 있는 감신대(71.4%)와 장신대(70.8%), 총신대(67.2%) 신대원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이밖에 침신대(61.5%), 백석대(56.5%), 합신대(56.3%), 한신대(50.05), 고신대(47.6%)가 뒤를 이었고, 서울신대(38.5%) 연세대 신대(33.3%), 한세대(26.3%) 순이었다.

신학공부에 대한 집중은 신학교를 졸업한 학생들(55.3%)보다는 ‘일반대’를 졸업한 신대원생들(60.3%)에게서 더욱 높게 나타났는데, 신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목회사역’에 대한 관심(30.2%)이 일반대 출신(18.4%)보다 높았다. 반면 전임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는 학생들은 신학공부에 대한 관심(신학공부 50.0%-목회사역 30.0%)이 아무런 사역도 하지 않는 학생들(신학공부 66.7%-목회사역 16.7%)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눈길을 끌었다.

부산장신대의 손영진 교수는 “지식과 정보가 고도로 발달한 현대인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수한 지성과 영성을 겸비한 목회자를 배출해야 한다”면서 “지성 함양이라는 차원에서 학점이수는 필수요건일수 있지만, 목회자를 양성한다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영성교육과 훈련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목회자 양성은 무엇보다 균형 잡힌 신학교육 위에 영성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영성훈련을 위해서는 기도와 노동·명상을 요체로 하는 생생한 영적 체험과 깨달음, 그리고 분명한 소명의식과 다양한 사명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수와의 신뢰’·‘적정 학생 수’ 중요

그렇다면 신대원생들의 균형 잡힌 영성훈련을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신대원생들은 교육의 만족도 측면에서 교과 외적인 접근에 대해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영성훈련의 긍정적인 사례로 소개한 고신 신대원과 마찬가지로 합신 신대원 역시 정규 교과과정에는 없었지만, 생활 속의 영성 훈련이 학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합신 신대원은 ‘성경공부와 영성훈련’과 관련된 학생 만족도에서 87.5%의 지지를 받아 90.5%였던 고신 신대원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합신 신대원의 이승진 교수는 ‘적정 학생수’와 ‘멘토링 시스템’, 그리고 고신 신대원과 마찬가지로 높은 기숙사 생활 비중을 비결로 꼽았다. 현재 이 학교는 경건훈련 6학기(정규과정 아님) 이수를 의무로 하고 있으며, 매일 새벽 교수들이 돌아가며 새벽기도를 인도하면서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 교수는 “모든 전임 교수들의 멘토링 시스템에 따라 한 학기에 최소 5차례에 걸친 학생과 교수의 만남이 이뤄진다”고 소개하며 “교수들이 단순한 학자가 아닌 목자로서 학생들 개개인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파악하고 지도하면서 신학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교수와 학생 간의 라포(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영성 훈련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인격적 교육의 실현을 위해 교수가 학생의 얼굴을 알고, 학생도 교수를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이렇게 되기까지 학년 당 75명인 현재 정원이 밑바탕이 됐다”며 “수업 중에도 학생들이 칠판을 바라보며 교수의 강의에 집중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100명이상이 되면 학생들 얼굴을 확인할 수 없고, 라포 형성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신학수업을 학원수업화 하지 않겠다는 지향점만 명확하다면 학생 수와 관계 없이 교수와 학생간 라포형성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이 분명이 있을 것”이라면서 “신앙의 문제는 주입한다고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만큼 가능한 학생과 교수가 인격적으로 자주 만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상을 통해 시대의 영성 담아내야

그런가하면 영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거룩한빛광성교회의 정성진 목사는 신대원에서 ‘영성’을 다룰 때 그것이 어떤 영성이냐에 대해서도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교육현장에서 다루는 영성이 현장과 많이 유리되어있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면서 “성장시대에 가졌던 목회관과 지금의 목회관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 이제는 시대의 영성이 바뀌었다. 사회가 목사와 기독교를 인정하지 않는 시대의 영성을 신대원 과정에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관념화된 신학 기조를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목사후보생들의 영성을 키울 수 있는 ‘임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목사는 “일반적으로 의사가 되려면 6년의 이론 교육 뒤 임상 중심으로 5년간 훈련을 받는다. 그에 비하면 목회자는 임상훈련이 너무 없다”며 “가령 상담이나 심방, 장례, 결혼 등 이런 세부적인 사역은 영성을 바탕으로 한 임상훈련 없이는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신학교에서는 한 반에 100~200명씩 넣어놓고 학문만 가르친다. 이래서는 세상에 나와서 다 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취지에서 한신대 신대원은 ‘노동’의 요소에 방점을 둔 공동체 수도원 영성훈련을 졸업 전에 반드시 1회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방학기간 교단의 농촌개발원과, 성공회 수도원 등에서 3박4일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영성수련에서는 매일기도와 성경읽기, 노동을 통해 위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옆으로는 이웃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성찰하도록 돕고 있다.

한신대 신대원장 연규홍 교수는 “미국식 교육의 폐단으로 지식만 전달하는 신학교육 3년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이제는 목회자의 지성보다 영성이 더 필요한 시대이다. 같이 먹고 자고 노동하면서 삶의 실제 속에서 성도들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짧게나마 성도들의 삶을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 교수는 또 “일반사회 경험이 없이 목회를 하겠다고 뛰어든 경우 공동체성 리더십이 약할 수 있고, 평신도 영성보다 더 낮을 수 있다”면서 “교회 공동체를 바르게 이끄는 목회자로 세우기 위해 신학교들이 영성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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