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강해·영성훈련 욕구 높은데 신대원은 무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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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강해·영성훈련 욕구 높은데 신대원은 무감각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5.12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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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⑨신대원 영성 커리큘럼 진단 상
▲ 주요 교단 11개 신학대학원생들은 신대원 커리큘럼에서 성경강해와 영성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바람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신대원을 졸업하고 현재 전임 전도사로 사역중인 김 모 전도사(34). 김 전도는 신대원에서 ‘성경에 관련된 것’은 배웠지만 정작 ‘성경은 배우지 못했다’고 말한다. 가령 출애굽기를 배울 때, 해당 사건이 몇 세기에 일어났느냐에 초점을 맞출 뿐, 말씀의 의미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

신학대 커리큘럼이 이론 중심으로 치우쳐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교회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정작 교육현장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각 신대원들의 영성교육 커리큘럼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그리고 신대원생들과 현장 목회자, 각 학교 관계자들은 신학교 내 영성 커리큘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앞으로 2주에 걸쳐 본지 창간 28주년 기념 ‘신대원생 의식조사’(조사기관:글로벌 리서치)와 더불어 현장 목회자 및 각 학교 신대원장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신학대원들의 영성 커리큘럼 현황과 지향점에 대해 진단한다.

 

신대원생들, “성경강해와 영성훈련 교육 원해”

지난해 4월 15일부터 9월 2일까지 본지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주요 교단 신대원 11곳의 재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많은 신대원생들이 신앙교육 중 강화해야 할 신앙교육으로 ‘성경강해’와 ‘영성훈련’을 꼽았다. 응답자 2명 가운데 1명은 신대원 신앙교육에서 ‘성경강해’(35.7%)와 ‘영성훈련’(27.7%)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소개한 김 전도사의 사례처럼 이미 신대원에서 ‘성서신학’(성경신학)을 가르치고 있음에도 많은 신대원생들이 신앙교육 측면에서 ‘성경강해’를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을 받은 항목은 ‘영성훈련’. 영성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전임전도사(45.0%)들에게서 특히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 특히 전임전도사의 경우 현재 아무 사역도 하지 않는 경우(5.6%)와 파트 전도사(29.3%)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밖에도 8.3%의 학생들이 ‘찬양인도’와 관련된 교육을 받고 싶다고 답했고, ‘설교방법’(6.0%), ‘리더십’(5.7%), ‘교회행정’(3.7%), ‘설교방법’(3.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같은 추이는 학교별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특히 한신대의 경우 ‘성경강해’와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단 한 표도 받지 못한 반면, ‘영성훈련’이 60.0%, ‘인성·인격’ 20.0%, ‘찬양인도’ 10.0%, ‘삶과 일치’ 10.0% 순으로 나타났다.

한신대와 마찬가지로 에큐메니칼 계열인 연대 신대원에서도 성경강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0%인 반면 영성훈련(83.3%)이나 리더십(16.6%)과 관련된 교육을 강화해달라는 요구가 높았다.

그런가하면 전통적인 보수교단에 속하는 고신측의 고려신학대학원에서는 ‘찬양인도’(61.9%)와 관련된 학생들의 요구가 높아 눈길을 끌었다. 예배의 경건을 강조하는 고신의 신학적 성향과 달리 목회현장에서는 경배와 찬양이 보편화 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채플은 기본… 과목은 학교마다 천차만별

현재 영성 훈련과 관련된 커리큘럼은 학교마다 조금씩 달랐다. 먼저 홈페이지 상에 기재된 교과목 개설 여부로 살펴보면, 거의 모든 학교들이 기본적으로 채플 이수를 필수로 하고 있는 가운데, ‘영성’ 또는 ‘경건’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관련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마다 개설 과목 수나 이수 학점에는 차이가 있었다.

신대원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총신 신대원의 경우 1학년 1학기와 2학기에 각각 ‘경건훈련1’과 ‘경건훈련2’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합신대는 ‘경건훈련’을 6학기 동안 의무적으로 수료해야 하고, 한세대의 경우 ‘공동체 영성’이나 ‘기도체험과 영적 지도’와 같은 5개의 영성 관련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한신대는 ‘영성수련’이라는 명칭으로 여름수련회 성격의 교과목을 방학마다 2차에 걸쳐 진행한다. 고신대나 서울신대, 성결대 등에서는 영성이나 경건 관련 교과목을 찾기 어려웠다.

영성관련 교과목을 운영하는 학교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백석 신대원이다. 백석신대원은 ‘윤리와 영성’이라는 분류로 2학점짜리 과목 3개를 개설중인데, 2010년 처음 도입된 ‘성경읽기와 필사’과목이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입 당시 ‘신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쳐야지 왜 성경을 읽고 쓰게 하느냐, 신대원은 성경학교가 아니다’라며 적지 않은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학생들의 만족도는 비교적 높았다.

선교단체에서 사역중인 한 졸업생은 “신대원 당시는 많이 힘들었지만, 성경을 읽고 쓰면서 깊은 영적 성장이 있었고, 사역 현장에서도 마음에 쌓인 말씀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백석 신대원의 홍인규 교수는 “신학이 너무 사변화 되고 생명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영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같은 과목들을 도입하게 됐다”면서 “모든 학생들을 필수적으로 영성훈련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곳곳에서 좋은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과 외’ 영성교육 만족도 높아

그렇지만 영성관련 커리큘럼이 반드시 교과목을 통해서만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의 만족도 측면에서도 교과 외적인 접근이 보다 효과적인 경우도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신 신대원을 꼽을 수 있다.

고신 신대원장 변종길 교수는 “거의 모든 학생이 기숙생활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영성훈련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새벽기도”라며 “영성관련 과목은 많지 않지만, 매일 진행되는 새벽기도를 통해 신대원생들의 영성을 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고신 신대원의 이같은 영성훈련은 타 학교에 비해 학생들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본지 조사에서는 고신대 신대원생들의 ‘성경공부와 영성훈련’에 대한 만족도(약간만족+매우만족)가 90.5%로 11개 학교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난 것. 이는 19.0%의 감신대나 24.6%인 총신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로, 영성 관련 5개 과목을 개설하는 한세대(26.3%)나 3개 과목을 운영중인 백석대(47.8%)와 비교했을 때도 2배에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특별한 강의나 강좌가 아닌 생활 속의 영성 훈련이 더 효과적일 뿐 아니라 만족도도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변 교수는 “한국교회에 영성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서양교회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 신학교들이 최근에 와서야 영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교회의 필요가 있으니 신학교에서도 교과목을 개설하고 지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겠지만, 영성이라는 의미가 너무 가톨릭적으로 흘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되고 성경적인 영성이 무엇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목협 사무총장 이상화 목사(드림의교회)는 “영성이라는 것은 결국 하나님과 나와의 친밀함이다. 현재 신대원 커리큘럼 자체가 신앙의 영역, 영성의 영역을 개인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그러나 “영성의 훈련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제도보다 가르치는 사람이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영성이라는 것이 굉장히 실천적이고 눈에 보이는 모범을 보일 때 성장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즉 가르치는 교수님들이 단순한 학자가 아닌 목회자의 관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신학을 넘어 신앙의 성숙까지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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