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 땅에서 ‘주경야독’ 세계선교 주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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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 땅에서 ‘주경야독’ 세계선교 주인된다
  • 승인 2001.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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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르포-주한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서울외중신학대학

4월 20일 저녁 7시.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조용했던 건물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목사님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인사말을 던진다.
이들이 바로‘주경야독’하며 이국 땅에서 세계선교를 꿈꾸는 서울외중신학대학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표정에서는‘불법체류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이 땅에서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는 삶에 찌든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하루 종일 공장에서 지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이렇게 밟은 모습으로 이곳을 찾을 수 있는 이유는 ‘돈 보다 하나님 말씀의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이란다. 4년 전에 이 땅을 밟은 박명애씨(중국·28)는 “한국의 목사님을 통해 삶에서 돈 보다 어떤 것이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다. 열심히 공부 해, 3년 뒤 고국에 돌아가 소중한 하나님의 말씀을 동포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이곳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에서 처소교회를 지도했다는 장복순씨(조선족·37세)는 이곳에서 성경 말씀을 올바르게 배워 고국에 돌아갈 때면 휼륭한 신학자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에 회사 야근을 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을 보이고 있다. 방글라데시 최고의 국립 다카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인 소헬씨(방글라데시·30)는 졸업 후 방글라데시의 복음화에 헌신할 각오로 공부를 하고 있다.3월 26일 개강한 이후, 소헬씨와 비슷한 마음을 먹고 찾아온 학생은 벌써 1백 여명. 중국,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에서 온 20대 젊은 학생과 60대 할아버지 학생들은 한 교실에서 어우러져 신학 공부에 여념이 없다.

학생들의 학력 수준도 가지각색. 외국인노동자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이들의 학력 수준은 최소 고등학교 졸업자에서부터 자신의 나라에서 최고 학부를 자랑하는 대학 졸업생까지 다양하다. 이런 늦깎이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구약개론, 신약개론, 공간복음, 모세오경, 교회사, 실천신학, 교회음악 등 기초 성경 지식과 예수님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한국어로 강의하는 한국어신학과에 67명, 중국어로 강의하는 중국어신학과에 32명, 영어로 강의하는 영어신학과에 5명이 등록하여 월, 화 금, 토요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공부하며, 선교사의 꿈을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과 입학금은 모두 무료. 그리고 이곳에 찾아와 강의해 주는 교수와 목회자들도 모두 자원 봉사자이다. 이들이 이런 자원 봉사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세계 선교에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라는 설명.

이 학교를 세운 주인공은 10년을 넘게 외국인노동자 문제 해결에 앞장서 온 ‘외국인노동자의집’ 김해성 목사(41)와 전도자로 잘 알려져 있는 이성희전도사, 교무일을 맡고 있는 안상욱목사이다. 김해성목사는 이 대학을 설립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만 건의 상담을 처리하고 이들을 만나면서 보람이 넘치는 일도 있었지만 실망스러운 일도 많았다. 자기 나라로 돌아간 노동자들이 황금만능주의에 물들어 방탕한 생활을 하거나 무위도식하고, 또는 일을 하지 않고 술이나 마약에 찌들어 돈을 탕진하거나 한국의 기업주들이 했던 똑같은 방식으로 자국 노동자를 괴롭히고, 축첩과 마약 복용 등으로 생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노동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거듭나도록 하고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노동자는 약 25만 명. 이는 국내의 어느 중소도시의 인구와 맞먹는 숫자다. 소도시 하나를 형성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외국인들이 살고 있다는 말이다. 이들에게 복음의 사역자로서 갖추어야 할 전문적인 성경 지식과 신앙을 가르치려는 이 학교의 몸부림은 한국교회의 세계선교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송영락기자(ys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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