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과정 상관없이 모든 생명은 존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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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과정 상관없이 모든 생명은 존귀합니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6.05.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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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이들의 아버지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 다큐영화 ‘드롭박스’ 기대 밝혀

지금까지 ‘베이비박스’를 거쳐 간 이들 중에서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62)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4세의 소녀가 갓 낳은 아기를 교복에 싼 채로 데려온 일이다. 

베이비박스가 열렸다는 것을 알리는 ‘딩동’ 소리가 나자마자 밖으로 달려 나간 이종락 목사와 정병옥 사모는 하혈을 하고 탯줄도 제대로 자르지 못한 채 베이비박스 앞에 쓰러져 있는 한 소녀를 발견했다.

이후 깨어난 소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욱 기가 막혔다. 동네 오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지만, 부모님에게는 이를 숨기고 아무도 모르게 공중화장실에서 아기를 출산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서울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 목사의 목소리에는 나지막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는 “그 아이의 말을 듣고 하염없이 많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며 “그렇게 주변에 차마 임신 소식을 알리지 못하고 공중화장실, 빈집, 산에서 출산을 한 이들이 베이비박스 소식을 듣고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버려진 아이들의 아버지,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와 베이비박스 이야기를 다룬 다큐영화 ‘드롭박스’ 가 국내 상영을 앞두고 있다.

주사랑공동체교회가 처음부터 유기아동을 돌보는 ‘베이비박스’를 설치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전신마비에 있는 둘째 아들을 두고 있는 이 목사는 “둘째 아들과 같은 병원에 있던 할머니가 중증장애인인 자신의 외손녀를 맡긴 것을 시작으로, 장애인공동체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근처 병원에서는 장애인으로 태어나 버려진 아동들을 하나둘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데리고 오기 시작했다.

소문을 들어서일까. 누군가는 교회 대문 앞에 아기를 두고 사라졌다. 맡겨진 아이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서 돌보기 시작한 것이 유기 아동을 안전하고 따뜻하게 보호하는 ‘베이비박스’를 설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목사는 “2007년 4월 중순쯤 새벽에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숨을 쉬면서 죄송하다고 하길래 대문 밖에 나가보니, 생선박스 안에 한 아기가 버려져 있었다. 더욱이 쌀쌀한 날씨에 주변에 고양이까지 맴돌고 있어 섬뜩하고 오싹한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행히 아기는 살아났지만, 자칫 교회 앞에 유기 아동이 사체로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문을 열면 불이 켜지고 소리가 나는 따뜻한 방에 아이를 갖다놓을 수 있는 박스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동안 베이비박스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기아동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베이비박스가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는 위기의 아동이 대부분이었다.

이 목사는 “처음 베이비박스를 설치하고, 찹찹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했다. 첫째는 이 땅의 모든 아동이 버려지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이 베이비박스만 아니면 죽게 될 아동들만 여기에 보내달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언론을 통해 베이비박스가 소개되면서 미혼모로 태어난 아이들에서부터 외도로 태어난 아기, 강간으로 태어난 아기, 불법 외국인노동자의 아기 등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아기들이 하나둘 베이비박스에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베이비박스가 처음 설치된 2009년부터 지금까지 800여명의 아동이 생명을 구했다.

그러나 연로한 몸으로 장애 아동과 아기를 돌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처음에는 나와 사모 둘이서 갓 태어난 아동 13명을 키웠다. 잠을 잘 수 있었겠나. 밥이라도 제대로 먹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육신적으로는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마25:41)이라는 말씀처럼 이들을 주님의 사랑으로 섬기고 돌보아야겠다고 생각하니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이야기를 다큐영화로 제작하게 된 과정도 전적인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10일 열리는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다큐영화 ‘드롭박스(The drop box)’의 국내 상영을 앞두고 그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일어난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를 전했다.

이 목사는 “처음 미국 대학생 하나가 찾아와 졸업 작품으로 베이비박스를 취재하고 싶다고 했지만, 2달간 허락을 안했다. 그런데 하나님이 구원의 역사를 이루려고 계획했던 것 같다”며 “끈질긴 청년의 설득 끝에 영화를 찍게 됐고, 불신자였던 청년이 예수님을 영접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영화를 촬영한 브라이언 아이비 감독은 베이비박스 촬영을 하면서 아이들의 천사 같은 모습과 이들을 섬기는 이종락 목사의 삶을 보며, 예수님을 영접하는 구원의 역사를 경험했다.

브라이언 감독은 “자라면서 크리스천에게 무척 회의적이었으나 실제 삶 속에서 믿음을 실천하는 이 목사님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주사랑공동체교회의 가족들은 가장 완벽하고 신성한 하나님께서 부서지고 무력한 세상을 사랑하시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결국 브라이언 감독은 자신의 부모님까지 전도하게 됐고, 교회를 나가게 되면서 믿음의 자매를 만나서 결혼하게 됐다.

▲ 버려진 아이들의 아버지,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와 다큐영화 ‘드롭박스’를 촬영제작한 브라이언 아이비 감독.

이렇게 완성된 다큐영화 ‘드롭박스’는 미국 50개 주 8백 70여개 극장에서 상영돼 매진 열풍과 앙코르 상영까지, 독립영화로써는 이례적인 주목을 받았다. 또한 제9회 샌안토니오기독교독립영화제 대상, 생명존중상 수상, 제5회 저스티스영화제 가장 정의로운 영화상 수상, 제3회 밴쿠버기독영화제 공식초청, 제24회 허틀랜드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영화 제작에 필요한 예산 중 대부분을 미국의 소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했고, 총 제작비 15만 달러의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북미 4일간의 상영기간 동안 300만 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이 목사는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시사회에 참석했는데, 영화를 통해 예수님을 봤다는 사람, 영화를 보고 낙태하려다가 말았던 사람, 말기 암 환자가 예수님을 영접한 일, 흑인과 백인들이 와서 무릎을 꿇고 ‘회개합니다’라고 고백했던 일 등 수많은 간증이 쏟아졌다”고 고백했다.

국내 영화 상영을 통해 기대하는 바로 그는 “영화를 통해 이 땅에 만연한 생명 경시 풍조가 사라지고, 태어난 과정과 상관없이 장애아동이든 미혼모의 아동이든 모든 생명이 안전하게 보호받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식었던 사랑이 불붙듯 일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며,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다”며 “한국교회가 앞장서서 방치되고 학대당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 드롭박스(The drop box)는 Arbella studio, 킨드리드 이미지가 제작했으며, (사)필레마, 필름포럼 배급, 홀리가든 공동배급으로 국내에 5월 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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