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통일 원한다면 기도를 넘어 행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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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통일 원한다면 기도를 넘어 행동해야"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6.05.0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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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신학회, 지난 30일 정기논문발표회에서 '평화통일과 한국교회의 과제' 다뤄

통일이 우리 민족의 절대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에 따라 통일의식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5.24긴급조치 이후 단절된 남북관계는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그로 인한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 남북통일에 대한 논의도 미온적인 상황에서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권혁승)가 지난 30일 백석대학교 백석아트홀에서 제67차 정기논문발표회 및 제17차 정기총회를 열고 ‘평화통일과 한국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평화통일과 한국교회의 과제’에 대해 주제발제를 맡은 서울대학교 김병연 교수는 “남북관계의 격차와 현실을 이해하고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일어나야 하며, 사람을 우선시 하는 관점에서 통일에 접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통일과 관련된 각종 통계를 통해 우리 사회 통일 의식을 소개한 김 교수는 “통일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개신교 응답률이 60.5%였다”며 통일의식은 타 종교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임을 밝혔다. 그러나 ‘심각한 불이익을 당했다면 나에게 어떤 손해가 있더라도 곧바로 복수할 것’이라는 질문에도 28.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는 통계를 통해 타인에 대한 용서와 화해 개념이 취약하다는 점도 선결과제로 제시됐다.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통일 어떻게 바라보냐는 청중의 질문에 김 교수는 “남북한의 경제적 문제는 단순히 군사비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분단으로 오는 사회 갈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까지 모두 포괄해야 한다”며 “현재 대한민국은 분단의 상징이지만 통일 후에 세계적으로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고, 이로 얻는 미래 한국의 가치는 비용으로 계산할 수 없는 높은 가치”라고 주장했다.

‘남북의 화해 평화 통일의 길’에 대해 발표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허문영 교수는 “분단의 장기화가 통일 회의론을 확산시키는 통시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외세 개입을 지속시키고 있다”며 조속한 통일을 촉구했다.

허 교수는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분단 고착화나 남북 양국의 발전에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고 있으며, 수년째 3만 달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성장시스템도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분단은 민족 자해행태의 지속을 의미할 뿐”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의 통일실천에 대해 허문영 박사는 “남북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박애와 사랑의 가치가 근본이 되어야 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절대사랑으로만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인생, 인권, 인도, 인간문제 해결을 병행 추진해야 하며, 북한주민 인권개선, 노약자와 영유아 식량 및 의약품 지원, 이산가족 상봉, 납북자 송환 노력 등 사람을 향한 종합적인 노력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교회의 길이 정치의 통일관과는 달라야 한다는 점은 통일전문 신학자인 백석대 주도홍 교수에 의해서도 재차 강조됐다. ‘통일로 향하는 교회의 길’에 대해 토론과제를 던진 주 교수는 “오늘의 현실에서 통일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다. 통일을 교류에서 오며, 교류 없이 통일이 온다면 그것은 결코 평화통일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도홍 교수는 “보수적인 한국교회는 작은 죄에 대해서는 회개를 외치지만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국가적, 안보적, 국제적, 그리고 이념을 빙자한 죄악들인 큰 죄에 대해서는 무감각하여 눈을 감도 있다”며 “남북문제에서 벌어지는 사악한 일들은 그저 국가가 책임지고 감당할 정도의 정치문제로 치부하고 변명하며, 하나님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한 채 좁은 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 교수가 보다 큰 사랑, 넓은 시각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와 교회가 가는 길이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자체가 전쟁, 살인, 증오, 원수, 미움 등 온갖 죄악을 물리치고 극복한 증거이라는 점을 주 교수는 강조했다. 주 교수는 “통일을 위해서는 기도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 행동이 필요하다”며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관점에서 이념과 국경이 달라도 복음에 순종하며 북한을 품고 기도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미 통일을 맛보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주제강연에 이어 각 분과별 발표 역시 통일을 주제로 다뤘다. 구약, 신약, 역사, 윤리 등 각 신학분야의 관점에서 통일문제를 바라본 것.

선교분과 주제발표를 맡은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송원근 목사는 “북한선교를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통일목회’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며 “성도수 1천명 이상되는 대형교회에 북한선교 전문 부서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송 목사는 “안보와 평화 논리가 부딪히는 현실에서 교회의 통일담론을 확산하기 어렵다. 단, 성경이 통일목회를 지향하고 있고, 교회는 반드시 통일에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을 이해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목회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기논문발표회를 마친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제17차 정기총회를 열고 신임 회장에 총신대 심상법 교수를 선임하는 등 신임원진을 구성했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1981년 복음주의 신학자들에 의해 태동됐으며, 35개 회원학교와 1000여 명의 교수회원이 활동하면서 산하에 10개의 분과학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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