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지역 생태계 만들기, 교회가 아니면 누가?
상태바
상생의 지역 생태계 만들기, 교회가 아니면 누가?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4.28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독교사회적기업 ABC, 사회적 경제에서 복지사역의 새 가능성을 발견하다

지역공동체 복지를 위해 민간영역 중 교회만큼 오랫동안 다양하게 활동해 온 곳도 없다. 비기독교인들이 이 부분을 잘 모른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교회의 왕성하게 복지사역을 펼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다만 나눔과 섬김을 교회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치부하고 만다. 교회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만, 딱히 반박하기도 마땅치 않다.

국력의 성장으로 정부의 사회복지 역할이 상당해지면서, 교회가 감당해온 민간복지 영역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제는 다른 차원에서 복지사역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교회들의 새로운 도전이 주목된다.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이 바로 새롭게 교회들이 도전하고 있는 사역이다.

▲ 지역사회와 교회가 상생하는 사회적 섬김사역이 강조되는 가운데, 사회적기업과 사회적 협동조합에 도전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역이 한국교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가 사회적 기업에 참여 저변을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한 북콘서트 모습이다.

신앙과 실천의 균형, ‘사회적 경제’에서 가능

교회가 기업을 한다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교회이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협동조합이기도 하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 사회적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해 그들이 보다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회사를 말한다. 쉽게 말해 비영리조직과 일반기업의 중간 형태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버팀목이 돼 줄 수 있기 때문에 교회의 관심이 더욱 요구되는 분야이다.

일반기업과 다른 점은 회사 주주나 소유자의 이익보다 사회적 목적을 위해 영리활동을 한다는 점이다. 또 수익을 회사와 지역사회에 다시 투자하고 의사결정구조도 근로자와 서비스 수혜자, 지역사회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적 구조로 돼 있다.

우리 정부는 2007년 ‘사회적기업진흥법’ 제정 이후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만들어 사회적 기업에게 인건비 지원 등의 혜택도 주고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도 세부적으로는 사회적 기업과 차이가 있지만 기본취지와 목표는 비슷하다. 2012년에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돼 5인 이상이면 비영리 목적의 사회적 협동조합을 누구나 설립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해 나눔 실천의 길을 크게 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협동조합의 한계도 나타나고 있다. 수익을 내 자립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사라져버린 곳들도 많다.

이런 현실을 볼 때, 사회적 경제활동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하는 이유가 교회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을 섬기기 위한 의지가 강하고,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교회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지지해줄 수 있는 것이다.

‘교회를 위한 사회적기업 가이드북’을 발간한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가 지난달 22일 인천효성감리교회에서 개최한 북 콘서트에서, 전문가들은 소외된 지역 내 이웃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돌파구를 찾아주는 역할을 교회가 사회적 경제를 바탕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예장통합 사회봉사부 총무 이승렬 목사는 “영적 신앙생활과 이웃을 위한 실천이 균형을 이루는 믿음이 중요하다. 사회적 기업은 기독교적 신앙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고백 속에 교회가 할 일을 찾아가는 중요한 사역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W협동조합 사무총장 박상규 목사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제도를 활용해 혜택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 절차가 까다로워 쉽지 않다. 인증을 받는 것보다 지역 사회 안에 우선 뛰어들어 사회적 섬김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교회의 사회적 경제 실천사례는?

인천효성감리교회(담임:정연수 목사)는 지역에 일찍이 설립된 모태 교회 같은 곳이다. 이 교회가 일종의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회는 사회적 기업에서 협동조합 체제로 전환해 ‘착한소비1004마을’을 운영하며 지역 골목상권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착한 소비 활성화를 위해 주변 상가들을 선정해 ‘착한 가게’로 꾸준히 인증하고 있다.

마을주민들과 20년 넘도록 개최해온 ‘효성1004마을 축제’와 독거노인 반찬 나누기, 사랑의 쌀 나누기, 도농 상생을 위한 직거래사업도 교회를 기반으로 협동조합이 추진하는 사업이다. 인천시 마을공동체 사업에도 참여해 지역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상생의 경제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 창동염광교회(담임:황성은 목사)는 발달장애인협동조합을 3년 전 설립해 직장을 갖기 어려운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고 있다. 장애인들은 직접 교회 카페 매장에서 일도 하고, 바리스타 교육도 받고 있다. 기독NGO 기아대책이 판매하는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하는 것도 사회적 경제에 참여하는 이 교회의 방법이다.

부천시 약대동에서 30년 동안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실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새롬교회(담임:이원돈 목사)는 주민들과 함께 ‘달나라토끼협동조합’을 만들어 떡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 쌀로 만든 떡은 지난해 예장통합 제100회 총회 성찬식에 사용되기도 했다.

서울영동교회(담임:정현구 목사)는 2014년 한국공정무역단체협의회와 협약을 맺고 제1호 공정무역 교회를 선언했다. 교회는 공정무역 관련 물품을 교회에서 사용하고, 교인들에게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교육하고 있다. 공정무역은 이 교회가 선택한 사회적 경제 사역이다.

인천 해인교회(담임:김영선 목사)는 사회적기업 계양구재활용센터를 설립해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난 노숙인 등 소외계층의 자활을 돕고 있다.

해외 선교사역 모델로서 사회적 경제가 가진 가능성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필리핀에서 빈민가 자립 선교사역을 하고 있는 이철용 선교사는 (사)캠프를 설립해 사회적 기업 봉제센터와 협동조합 베이커리 ‘케이터링’, 24시간 응급구조단, 직업훈련센터 등을 바탕으로 사회적 경제의 선교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단순히 주는 선교가 아니라 현지인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선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이 선교사는 필리핀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을 필리핀 의회에 초청해 법률 가이드를 하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선교계에서는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 선교사역인 이른 바 BAM(business As Mission)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접목해 볼 때도 사회적 경제는 선교사역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 분명하다.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 문을 두드리라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 총괄본부장 이준모 목사는 교회가 사회적 기업의 유형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점으로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을 꼽았다.

이 목사는 “교회가 다른 목적을 위해 수익을 내려고 하기보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고 공공성을 실현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 안에서 교인들 간 충분한 논의는 필수이며, 이 과정에서 깊이 있는 신앙훈련도 이뤄지게 된다.

의지만 가지고 뛰어들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 가지고 있는 자원이 어떤 것이 있고, 교회 안팎에 필요가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특히 사회적 경제라고 해서 의미에만 관심을 두고 수익을 창출하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기아대책 커피사업팀 신동민 간사는 “사회적 기업은 가치와 수익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윤리적인 소비보다 합리적이고 편한 소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이 겪는 어려움이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사회적 기업 설립 정신에도 맞다”고 강조했다.

일본 협동조합의 아버지 가가와 도요히코 목사가 설립한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약 160만명에 이른다. 일본 현지 협동조합 매장을 답사한 한 목회자는 고품질의 물품을 생산하고 철저하게 관리하는 모습이 크게 인상 깊었다는 소감을 전한다.

우리나라 기독교 사회적 기업 역시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생각하는 지역교회들이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막연할 뿐 자문을 어디에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때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린다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

2011년 범기독교적 연합체로 설립된 기독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는 교계뿐 아니라 학계, NGO, 복지전문가, 언론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예장통합, 감리회, 기장, 구세군, 성공회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교사회봉사회 등 교단과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1교회 1사회적 기업’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지원센터는 올해는 더 많은 교회의 참여를 이끌겠다는 의지가 크기 때문에, 세미나와 컨설팅 등 실제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