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에게 가장 당황스럽고 고통스런 순간은 북한 국경을 넘자마자 인신매매업자들을 만날 때다. 얼굴이 반반한 여자는 어르고 달래는 이들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고향을 떠날 때 이미 거래가 끝난 젊디젊은 북한 여성들은 자신의 몸과 마음이 누군가에게 팔렸다고는 상상조차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나이 들고 가난한 중국 오지의 남자들에게 팔려가 평생을 성과 노동의 도구로 산다. 말이 통하지 않고 환경마저 익숙하지 않은 벽촌에서 부부의 정도 없이 자식을 낳고 한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중국에는 이렇게 팔려온 20대 초반의 북한여성들이 참 많다. 비공식 추산으로 최소 10만 명은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눈물 속에 고향과 가족을 애타게 그리워한다. 그런데 바로 이들을 찾아다니며 고향 소식을 전하고 복음을 안겨주는 선교팀이 있다. 원네트워크(One Network)로 알려진 이 선교팀은 탈북여성들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의 오지 지역만 찾아가 복음을 전한다. 탈북여성들은 무엇보다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무척 기뻐한다고 한다. 비록 말투는 다르지만 고향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게다가 선교팀이 전해주는 된장, 고추장, 라면은 고향 음식에 굶주린 이들에게는 더없이 위로가 된다.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들은 마치 된장이나 고추장을 먹고 싶어 하듯 복음의 말씀에 굶주린 모습을 솔직히 드러낸다. 사영리로 시작하는 전도 초입에서 이들은 대부분 성령의 역사를 체험하고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다. 선교사들조차 “놀랍다”고 흥분한다. 사도행전에서나 만나는 성령의 증거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방언이 터지고 환상과 꿈으로 깊은 은혜에 직면한다. 탈북여성들은 이 모든 일을 놀라워하며 선교사들을 인격적으로 신뢰한다. 살아계신 예수님을 생생하게 만나고 말씀을 의지하는 새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과정은 평탄치 않다. 생각지 못한 위협과 방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위협은 남편 가족으로부터 온다. 예배 때문에 가정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을 못 마땅히 여겨 공안에게 고발하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고발되어 북송된 경우도 간혹 있다. 또 하나의 위협은 이단종파로부터 온다. 그 오지까지 한국의 이단들이 달려와 탈북 여성들을 돈으로 매수하는 경우이다. 탈북 여성들은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기엔 너무나 어린 믿음이므로 쉽게 이들의 농간에 빠지고 만다. 선교사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신앙적 자립에 온 힘을 기울인다.
그러나 탈북여성들의 삶은 여전히 힘들고 절망적이다. 경제적 빈곤 때문이다. 이 여성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개 아이를 둘 이상 두고 있으며 집안의 모든 가사와 농사일을 감당해야 한다. 일하기 싫은 게으른 남편과 늙은 시부모를 모시고 아이들까지 부양하는 일은 그야말로 노예로 사는 것이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경제적 빈곤이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어렵게 모은 돈을 북한의 부모형제에게 보내는 것을 유일한 보람으로 삼는다고 한다.
선교팀은 이들을 위해 작지만 수입을 보장하는 일거리를 마련했다. 어느 악세사리 가공업체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거리를 제공해준 것이다. 비록 팔찌나 목걸이를 만드는 일이지만 이들은 이 일을 통해 꿈과 소망을 갖게 되었다. P4NK(Pray for North Korea)라는 이름의 이 팔찌는 한국 교회를 통해 팔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주님이 주신 이 작은 일이 잘 지속되기를 소망한다. 또 작은 수입을 모아 호적 없는 자녀들의 대안학교 설립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후원자가 필요하다. 이들이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격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