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조 의무’ 온라인 논쟁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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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조 의무’ 온라인 논쟁 점화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6.04.27 10: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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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욕심을 제어하는 데 가장 좋은 훈련

성직자라면 ‘가진 자들의 사회적 회심’ 촉구해야

 

“그리고 그 땅의 십분의 일, 곧 그 땅의 곡식이나 나무의 열매는 그 십분의 일은 여호와의 것이니, 여호와의 성물이라”(레 27:30).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너희의 온전한 십일조를 창고에 들여 나의 집에 양식이 있게 하고, 그것으로 나를 시험하여 내가 하늘 문을 열고 너희에게 복을 쌓을 곳이 없도록 붓지 아니하나 보라”(말 3:10).

 

십일조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일부 교단에서는 ‘교인의 의무’로 규정해 헌법에 명문화시키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번엔 온라인에서다. 논쟁은 지난 21일 오전,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가 “개인적으로 나는 십일조 헌금을 매우 중히 여긴다”면서 자신의 SNS에 올린 ‘마하나임 10’으로 시작됐다. 이후 십일조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한 청년사역연구소장 이상갑 목사, 새물결아카데미 대표 김요한 목사의 글들이 21일 오후와 22일 각각 뒤를 이었다.

# 말라기서의 말씀, 문자적으로 확신

김동호 목사는 “하나님을 코너로 모는 배짱”을 강조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는 아주 엄격히 (십일조 생활을) 요구하여 거의 율법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십일조에 관한 말라기서의 말씀을 문자적으로 믿는다”면서 당위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쌓을 곳이 없도록 물질적인 복을 받고 싶어서도, 그런 말로 교인들에게 십일조를 설교하고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는 입장 또한 밝혔다.

십일조를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온전한 십일조 생활이 돈에 대한 욕심을 제어하는 데 가장 좋은 훈련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 김 목사는 “돈에 대한 욕심을 제어할 수 있으면 그 밖의 다른 욕심들은 비교적 쉽게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마하나임의 군사로서 욕심과 싸워 하나님 나라를 쟁취하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 십일조 훈련을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십일조 훈련의 덕을 제법 보았다는 고백도 털어놓았다. 미국 교회 청년들의 십일조 생활에 자극을 받아 누진 십일조 생활을 연습했고, 십일조를 넘어 십의 사점 칠팔조(4.78/10)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 이에 더해 “헌금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헌신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라는 확고한 입장을 드러냈다.

▲ 십일조는 헌금과 관련해 성경이 직접 언급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이 규정은 진-보수 혹은 시대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김 목사의 글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십일조에 관한 글을 올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고 페이스북 마당이 한산해 질 줄 알았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십일조 강조에 대해 그만큼 우려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깜짝 놀랐다. 그 부담스러운, 공포스러운 십일조 글에 많은 친구들이 동조했다. 놀랐고 감사했다”며 반응을 소개했다.

그리고 “‘죽으면 죽으리라’는 배짱이 없다면 작은 믿음 하나도 실행할 수 없다. 십일조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마하나임의 군사들은 하나님을 코너로 모는 배짱이 있어야만 한다. 그것을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십일조의 핵심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

청년사역연구소장 이상갑 목사는 ‘의무가 아니라 은혜’로 십일조를 해석한 글을 올렸다. “아무리 좋은 것도 하나님이 빠지면 아무것도 아니다”는 말로 글을 시작한 이 목사는, “‘가져오라’는 단어에만 주목하고 머문다면 율법의 의무에 묶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험하여 보라’로 나아가면 은혜가 보인다”며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하나님은 십일조를 드리지 않는다고 자녀 자격을 박탈하지 않으신다. ‘넌 자격이 없다’라고 하시지 않는다. 십일조를 드리지 않는다고 싫어하시거나 미워하시거나 벌을 주시지 않는다. 그리 쫀쫀한 하나님이 아니다. 그러므로 십일조를 드리지 않아서 하나님이 치셨다는 것은 하나님을 오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목사는 오히려 “은혜에 대한 반응으로 십일조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은혜는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자원함으로, 감사함으로 하는 것이다. 은혜는 십일조뿐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십일조를 섬김에 흘러가게도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십일조와 헌금의 핵심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것은 정확한 십일조에 대한 계산보다는, 우리 삶에 대한 정확한 계산을 하시기를 원하시고, 마음이 하나님께 붙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의 삶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세워져 가고, 이것이 바로 십일조 정신임을 역설했다.

하루 뒤인 지난 22일, 이번에는 김요한 목사(새물결아카데미 대표)가 논쟁에 뛰어들어, “우리 사회 전반,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의 생활수준이나 형편 전반의 사정이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김동호 목사의 십일조 이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한국 개신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리더라면, 최저 생활비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수입에 허덕이는 교인들을 양산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소득구조를 혁파하고 극복할 수 있는 정책적, 사회적 노력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 김 목사는, “가진 자들의 사회적 회심을 촉구하면서 우리 사회 전반의 자원의 재분배를 통해 사회적 십일조의 시행을 촉구하는 것이 올바른 성직자의 도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종교라는 것이, 신의 이름으로 가난한 자들에게는 엄중하고 냉정한 십일조 기준을 요구하면서도,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돈을 갖고 있는 힘 있는 자들에게는 겨우 개인적 차원의 연보만 강조할 뿐 그들이 당연히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에서는 침묵한다면, 이런 종교야말로 민중의 아편 노릇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온라인에서 재 점화된 십일조 논쟁은 글마다 수백 개씩의 댓글들이 달렸고, 수십 수백 회 공유로 이어지면서 퍼져나가, 십일조에 대한 신앙적 이해가 시대상황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논의의 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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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2016-04-28 15:31:17
성경을 읽을면 읽을 수록 오늘날 한국교회의 타락 중심에는 세계에서 거의 한국만 유일하다시피한 십일조가 그 원인이라 본다. 가장 먼저 예수님의 복음을 전한 세례요한은 낙타털로 만든 옷에 메뚜기와 역청을 먹고 살았으며 예수님 또한 12제자를 보내며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 했다. 바울은 떠돌이 생활하며 스스로 벌어 자비량 사역을 했다 그런데 왜 한국목사들은 십일조를 요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