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하지 않으면 퇴행, 자립교육은 신앙인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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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하지 않으면 퇴행, 자립교육은 신앙인의 사명”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4.14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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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달 특집 “장애인과 동행”

지적장애인들의 자립과 자활 교육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성과가 매우 더딘 편이다. 제자리걸음 같이 느껴질 때도 많아 가족들은 늘 지치곤 한다.

그러나 지적장애인들의 교육이 중단될 경우 닥치게 되는 급격한 퇴행을 보면, 결코 더딘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장애인 자립교육이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장애인들에게 깊이 마음을 쓰시고 도우셨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 안에서 어떤 공동체보다 교회는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사역을 해왔고 지금도 누구보다 열심이다. 4월 장애인의 달, 17일 장애인주일을 맞아 지적장애인들의 자립을 향한 교회와 신앙인들의 교육에 주목해 본다.

‘대이작도’ 힐링 쉼터 ‘사랑농장’

인천항에서 배로 1시간 30분가량 들어가면 도착하게 되는 ‘대이작도’. 이 섬에 아주 특별한 농장이 문을 열었다.

영화 ‘섬마을 선생님’ 배경지이기도 한 이 섬에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2012년부터 준비해온 ‘사랑농장’이 개원한 것이다. ‘이작도 사랑농장 개발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사랑의교회는 20년 전 故 나기준 장로가 교회에 기증한 농지와 임야를 개발해 ‘사랑의복지관’ 소속 장애인들이 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터전으로 만들었다. 특히 대이작도는 전국 10대 아름다운 섬에 선정될 정도로 풍광이 수려하다. ‘사랑농장’은 고운 모래해변에 가깝고, 너른 농장과 하얀색 2층 건물은 자연 풍경과 잘 어울리고 있어 이곳을 찾는 장애인들에게 안식을 선사하기 충분해 보인다.

4년간 농장을 찾아 개간활동을 해온 조주현 장로는 “사랑농장에 매실 770여 그루를 비롯해 체리와 자두 등 과실수를 심어 두었습니다. 장애인들이 하나님이 주신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활동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섬에서 드려진 개원감사예배에서 오정현 목사는 “사랑농장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과 섬김의 정신이 막힘없이 흘러가야 합니다. 회복을 얻는 영적 베데스다 연못이 되길 기대합니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사랑의교회는 앞으로 ‘사랑농장’을 개방해 복지관 소속 장애인뿐 아니라 외부 장애인들도 농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활용할 계획이다. 2단계 프로젝트 차원에서 유기 농작물이나 특용작물 등을 재배하는 전문 농장의 꿈도 차근차근 실현해 갈 예정이다.

42년 역사의 대한성공회 ‘성베드로학교’

‘성베드로학교’는 개신교단의 한 곳인 ‘대한성공회’가 1974년 설립한 지적장애인 특수학교다. 지적장애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42년 전, 10여명의 지적장애 학생들과 시작한 학교다. 교회의 초창기 지적장애 학교사역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 학교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초중고 과정뿐 아니라 직업훈련을 위한 전공과까지 운영하며 26개 학급 180여명 학생과 90여명 교직원들이 함께하는 공동체로 성장했다.

‘성베드로학교’의 핵심 교육방향에 대해 이상진 교감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쉽지만은 않은 일이죠. 우리 학교 교훈이 ‘서로 믿고 서로 돕고 서로 사랑하자’입니다. 장애학생들이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통합되도록 교사와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하나가 돼 애쓰고 있습니다”

‘성베드로학교’ 교육 중에는 ‘아침 걷기’가 특화돼 있다. 학교 옆 뒷산 산책로를 따라 수목원으로 걷는 이 시간이 학생들의 정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이 길을 걸을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듯하다.

그래서 ‘성베드로학교’는 16년째 장애인 걷기대회 ‘우리 함께 걸어요’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오는 22일 경기도 남양주 다산생태공원에서 450여명이 참여한다. 장애학생들의 장애극복 의지를 다지고 비장애인들의 장애 인식개선에도 도움을 주고, 무엇보다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이 더 하나되게 만드는 기회가 된다.

일반 학생들과의 통합교육 과정도 특징이다. 인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성베드로학교를 찾아와 장애학생들과 함께 요리도 하고, 여행도 함께한다. 통합학습반에서는 공부를 도와주기도 한다.

학부모들의 연대도 일반 학교보다 끈끈하다. 부모는 지적장애 자녀를 돌보다 보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정말 힘이 많이 든다. 그래도 다른 학부모들과 어려움을 나누다보면 짊어진 부담은 줄어든다. 학부모들은 음악동아리, 공예동아리, 의소소통 교육과정, 숲 체험 동아리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일반학교에도 특수학급이 생겨나면서, ‘성베드로학교’와 같은 특수학교에는 중증 장애학생들의 비중이 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학교로서는 과제도 있다. 학생들의 직업과 진로교육을 위해 ‘전공과’를 늘려야 하는데,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확충돼야하는 제반여건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기독 학부모가 설립한 ‘문화예술대학’

부천 성만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권혁신 안수집사와 김경희 권사 부부에게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 ‘한솔’ 군이 있다. 아들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상당수 성인기 발달장애인들이 그렇듯, ‘한솔’ 군도 학교 현장을 떠나게 되면서 지속적인 자립교육에 어려움을 겪을 위기에 처했다. 갈 곳이 마땅치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 부부는 아예 지난 2월 부천시 평생교육과정 ‘문화예술대학’을 설립했다. 이제 출발인 만큼 학생 수는 ‘한솔’ 군을 포함해 3명뿐이다. 그러나 교육 내용은 알차다.

특히 이 학교의 특징은 ‘미술’과 ‘음악’, ‘체육’을 특화하고 있어 장애학생들의 정서 안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오전에는 인지활동 수업으로 국어와 과학, 피아노를 매일 공부하고 이후 예술분야 전공과목 수업을 진행한다. 옥상텃밭 가꾸기, 박물관 도서관 등 야외체험 등 요일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문화예술대학’ 원장 김경희 권사는 “장애 아이들은 1인 1학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달라, 고등학교 졸업 후에 갈 수 있는 곳이 적어요. 하지만 자립과 성장을 위해서는 교육이 계속 지속돼야 합니다”라며 학교 설립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성인기 장애인들은 주간보호센터 등에 위탁하거나 집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중증일 경우에는 이마저도 위탁도 쉽지 않다. 정부의 재정 지원도 여의치 않아 생활고를 겪는 부모의 경우는 더더욱 교육이 어려운 실정이다.

부부는 학교뿐 아니라 학생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구조도 만들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세워 학생들이 오후에는 2~3시간이라도 일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려는 취지다. 전시회와 공연, 후원자 개발 등을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학교 대표를 맡고 있는 권혁신 안수집사는 하나님을 향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한발자국씩 내딛겠다는 각오다.

“장애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는 재산이 아니라, 자녀가 자립할 수 있는 길에 걸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학교를 끌고 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테지만 하나님께서 함께해 주실 것이라 믿으면 좋은 분들이 함께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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