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신앙’ 신대원생 70.7%…신앙과 목회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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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신앙’ 신대원생 70.7%…신앙과 목회 대물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4.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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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⓻ 신학대학원 누가 가나
▲ 신대원생들의 신앙을 분석한 결과 모태신앙이 70.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신대원생들이 부모로부터 깊은 신앙심을 물려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넷 중 한명은 목사 자녀… 남녀 신대원 지원 동기 달라

기독교연합신문은 지난 3월부터 연중 기획 ‘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를 연속 보도하고 있다. 지난 여섯 번의 기사에서는 신대원생들의 감소와, 부실신학교 문제, 신대원생들의 생활고 등을 주제로 다뤘다. 이번 호에서는 현재 신대원에는 어떤 이들이 다니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신대원에 입학하도록 영향을 끼친 요소는 무엇일지 알아봤다.

분석을 위해 주요교단 신대원 11곳의 재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했다. 이 조사는 본지 창간 28주년을 기념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했으며, 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학교별 학생 수에 따라 표본을 비례할당 후 무작위로 추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조사기간은 지난해 4월 15일부터 9월 2일까지로,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5.65%다.

 

신대원생 대다수가 모태신앙

국내의 한 교단 신대원에 재학 중인 A 전도사. 군복무 가운데 하나님을 만난 그는, 전역 후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신대원에 입학했다. 그의 표현대로 “불같은” 열정으로 신학을 시작했지만 신입생 시절을 돌아보면 결코 녹록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부모님은 갑자기 목회의 길을 가겠다는 그를 인정하지 않았고, 대부분이 모태신앙인 동기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내가 늦게 믿어서 잘 모르는 걸까’ 하는 문화적 차이도 종종 느껴졌던 것. 수업시간에도 다들 ‘이 정도는 알겠거니’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그에게는 생소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는 “아무래도 늦게 하나님을 만난 것이 알게 모르게 자격지심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모태신앙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문화가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만큼 한국교회에 전도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 아닌지 염려도 된다”고 말했다.

A 전도사의 말처럼 현재 신대원에 다니는 학생 대부분은 이미 어렸을 때부터 교회의 문화 속에서 자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본지가 신대원생 300명에게 ‘처음 교회에 나간 시기’를 물어본 결과, ‘모태신앙’인 경우가 70.7%로 가장 높았다. ‘초등학교 또는 그 이하’는 18.7%, ‘중고등학교’는 7.3%였다. ‘대학교·대학원’이나 ‘학교졸업 후 결혼 전’, ‘결혼 후’라는 응답은 각각 1% 내외였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의 김선일 교수(실천신학)는 “기독교의 정착단계가 깊어지면서 그런 현상이 많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자라난 이들은 교회공동체의 생리를 잘 아는 만큼 ‘요람에서 무덤까지’ 돌봐야하는 일반목회에 있어 균형 감각이 좋은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이들의 경우 과거에 회심의 경험이 부족할 수 있어, 믿지 않는 사람을 변화시키고, 낙심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에는 부족할 수 있다”면서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모태신앙인들도 성장과정에서 영적 회심과 결단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0명 중 4명은 목회자 자녀

‘부모님의 목회 여부’도 눈길을 끌었는데, 아버지만 목회를 하고 있다는 응답이 23%로 나타났고, 어머니만 목회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5.3%, 부모님 모두 목회를 하고 있는 경우도 14%나 됐다. 신대원생의 절반 이상이 목회자(53.3%) 또는 선교사(13.7%)가 되기 위해 신학을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부모의 목회 여부가 자녀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경향은 지난 2013년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김명용 목사) 학생생활상담소가 실시한 ‘부(父)의 교회직분에 대한 실태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장신대 신대원 신입생 4명 중 1명이 목사 자녀로 나타난 것. 이 조사에서 나타난 신대원생 아버지의 교회직분은 목사(23.8%) 서리집사(18.5%), 안수집사(17.6%), 장로(13.6%) 순이었다.

같은 해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김경원 목사)가 글로벌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500명의 목회자들 가운데 ‘목사님의 자녀가 목사가 되기를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무려 68.2%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이다. 한목협은 “목회자 대물림 희망 여부는 목회자의 직업 만족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설문적 장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며 “나이가 많고 읍면·지역에서 사역하는 개척 목회자일수록, 자신의 자녀 또한 목회자가 되기를 바라는 비중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남학생은 ‘목회’, 여학생은 ‘연구’

본지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신대원생들은 ‘고등학생 때’(31.3%) ‘신학 전공을 결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때’와 ‘대학졸업 후’ 라는 응답이 각각 16.0%와 15.7%로 뒤를 이었고, ‘초등학생 때’(9.0%)와 ‘중학생 때’(8.7%)라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어릴 때 신학 전공을 결심하는 경향은 남학생에게서 도드라지게 나타났는데, 남학생의 경우 절반 이상이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 사이에 신학 전공을 결심한 반면, 여학생들은 ‘대학 졸업 후’(20.5%), ‘직장 생활 중’(9.1%) 등 비교적 나이를 먹은 뒤 신학을 결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여전히 교회가 목회자라는 직분에 ‘남성적’인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아동 및 청소년기에는 선뜻 목회자의 길을 선택하지 못하다가, 경험이 쌓이고 자아가 성장한 뒤에 신학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처럼 같은 신대원생이지만 남학생과 여학생 간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신학대학원 입학 동기’를 묻는 질문에서도 ‘목회자로서의 소명’이라고 응답한 남학생은 60.2%에 달한 반면, 여학생들은 절반가량인 38.6%의 응답률을 보였다. ‘신학 연구에 대한 관심’이라는 응답에서 여학생들이 22.7%를 기록한 반면, 남학생들의 경우 8.6%에 그친 점은 흥미롭다.

국내 한 초교파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B 교수는 “현장에서 보면 여학생들이 상대적으로 공부를 더 잘한다. 그러다 보니 학문 연구에 대해 더 큰 동기부여를 받는 것 같다”면서도 “교회 안에 아직 가부장적인 문화가 자리하고 있는 만큼 여학생들로서는 절충안으로 가르치는 사역이라든지 상담 쪽으로 자신의 진로를 돌리는 경향도 있다. 교회 안의 여성적 목회 지도력을 충분히 발현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남학생들 가운데는 적은 수이지만 ‘부모님 교회 승계’(0.8%, 여학생 0%)나 ‘일반 직장 생활의 한계’(0.3%, 여학생 0%)로 인해 신학을 선택했다는 응답이 눈길을 끌었다. ‘영혼구원에 대한 열정’으로 신학을 선택했다는 응답에서 여학생은 13.7%, 남학생은 7.0%를 나타낸 점 또한 이목을 끈다.

한편 이번 조사에 응답한 신대원생 가운데 남학생은 256명(85.3%)으로, 44명(14.7%)인 여학생에 배해 5배 이상 많았다. 연령은 20대가 55.3%로 가장 많았고, 이후 30대(36.7%)와 40대 이상(8.0%) 순으로 나타났다. 미혼이 73%(219명)였고, 기혼자는 27%(81명)였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사역은 파트타임 전도사가 233명으로 77.3%에 달했고, 사역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도 36명이나 있었다.

이밖에도 부모의 종교가 ‘기독교’인 경우 소명에 영향을 주었다는 응답은 아버지가 기독교인일 때 74.8%, 어머니가 기독교인일 때 80.7%로 높게 나타난 반면 부모의 종교가 없는 경우, 아버지 8.3%, 어머니 3.7%로 매우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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