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선교 하려면 용어부터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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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선교 하려면 용어부터 바꿔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4.1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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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선교단연합회, 장애인 비하용어 근절 촉구 "법적대응 불사"
▲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8일 한국기독교회관 에이레네홀에서 제28회 장애인 주일 맞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이 있는 4월 셋째 주일은 한국교회가 정한 ‘장애인 주일’이지만 이를 아는 교인들은 많지 않다. 지난 1989년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회장:윤형영 목사, 한장선)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이 ‘장애인 주일’을 제정한지 벌써 30년이 다되어 가는 가운데, 한장선은 지난 8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장애인 주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교회내 장애인 비하 용어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애인 복음화율은 5%”

기자회견 취지 설명에 나선 한장선 증경총회장 양동춘 목사는 “장애인 주일은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고통당하는 장애인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인지하고, 성도들로 하여금 장애인 선교에 참여하도록 하는 특별주일”이라며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장애인 주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회의 장애인 관련 인식과 제도는 발전하고 있는데, 오히려 교회는 장애인선교가 시작된 지 30년 가까이 지난 오늘에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양 목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교회에서 장애인 성도 비율은 5%미만. 의사소통의 장애를 가진 청각·언어 장애인의 복음화율은 더욱 낮은 3%로, 전체 기독 장애인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 목사는 “1000만 성도를 자랑하는 한국교회가 장애인의 영혼 구원에 대한 관심은 너무도 미흡했다”며 “많은 교회들이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그들이 마음 놓고 교회를 출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놓지 않아 장애인들이 교회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때 공공기관의 이동권 보장이나 수화 통역 제공 , 지체장애인 안전 보호의 의무가 다 정해졌는데, 교회 역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공공기관으로서 이같은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편이 어려운 교회에 대해서는 백보 양보하더라도, 세계 10위안에 드는 초대형교회가 즐비한 한국교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여전히 부족한 모습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성경과 설교에서 사용되는 비하용어들

이들이 이날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성경과 설교에서 사용되는 장애인에 대한 비하 용어였다. 무심코 사용하는 장애인에 대한 비하 용어로 인해 교회가 장애인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

한장선은 현재 교회들이 주로 사용하는 개역한글판과 개역개정판 성경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장애인 비하용어들을 소개했다.

구약의 대표적인 장애인 비하 구절은 출애굽기 4장 11절이다. 개역한글판에서는 “누가 벙어리나 귀머거리나 눈 밝은 자나 소경이 되게 하였느뇨. 나 여호와가 아니뇨”라고 기록되어 있고, 개역개정판에서는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누가 사람의 입을 지었느냐 누가 말 못하는 자나 못 듣는 자나 눈 밝은 자나 맹인이 되게 하였느냐 나 여호와가 아니냐”라고 쓰였다.

이들은 개역한글판의 ‘벙어리’와 ‘귀머거리’, ‘소경’ 그리고 개역개정판의 ‘말 못하는 자’, ‘못 듣는 자’, ‘눈 밝은 자’, ‘맹인’이라는 용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개역개정판의 용어사용이 개역한글판에 비해서는 비교적 개선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비하성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약의 대표적인 장애인 비하 용어 사용 구절은 마태복음 15장 30절이다. 개역한글에서는 “절뚝발이와 불구자와 소경과 벙어리와 기타 여럿을 데리고 와서 예수 발 앞에 두메 고쳐주시니”라고 적혀있고, 개역개정판에서는 “큰 무리가 다리 저는 사람과 장애인과 맹인과 말 못하는 사람과 기타 여럿을 데리고 와서 예수의 발 앞에 앉히매 고쳐 주시니”라고 쓰였다. 여기에서는 ‘절뚝발이’, ‘불구자’, ‘소경’, ‘벙어리’, ‘다리 저는 사람’, ‘맹인’, ‘말 못하는 사람’ 등의 용어가 발목을 잡았다.

 

▲ 한장선 초대회장 양동춘 목사

장애인 지칭하는 용어, 이제는 이렇게

한장선은 장애인 용의에 대한 올바른 사용의 예를 제시했다. 양동춘 목사는 현재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비율이 50대 50이라며, “이 가운데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이 특히 ‘소경’이나 ‘장님’이라는 단어를 몹시 싫어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한다고 하면서 굳이 싫다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그동안 성경이 이런 용어들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성경번역을 바꾸지 않았나. 표준새번역에는 잘못된 용어들이 대폭 개선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개역한글과 개역개정에 나오는 ‘손마른자’·‘절뚝발이’·‘병신’ 등의 용어는 ‘지체장애인’으로, ‘중풍병자’는 ‘뇌병변 장애인’으로, ‘곱사등’·‘등이굽은자’는 지체장애인으로, ‘문둥병자’·‘나병환자’는 ‘한센인’으로 바꿔달라고 당부했다.

본인 스스로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양 목사는 “나도 소위 ‘외팔이’다. 장애인들에게는 말 한마디가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며 “장애인 이웃들을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만나려면, 어렵게 교회에 참여한 그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송 불사” 강력 대응 할 것

사회에서 장애인 관련 용어가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 90년대 이후다. 한장선 부회장 이진완 목사는 교회에서 장애인 관련 용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 수년째 나오고 있음에도 쉽게 변화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성경에 나오는 용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전에 하던 것을 편하게 쓰면서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애인 주일에 대해서도 인식이 확산되고, 문제 제기가 메스미디어를 통해 계속 전파되면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장선 회장 윤형영 목사는 “근래 들어 ‘문둥이’ 라는 용어를 잘 듣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된 것은 한센인들이 국가인권위를 통해 재판을 걸고 강력하게 대응했고, 소송을 겪은 이들이 두 번 다시 ‘문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향후 한센인들의 사례처럼 기독교 방송 등의 매체를 중심으로 장애인 비하용어 사용에 대한 모니터를 실시하고, 적발 시 일차적으로 시정 요청과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문서를 발송한다는 방침이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정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이들은 동시에 장애인 주일에 대한 홍보를 확대해, 한국교회 전반에 걸친 인식 변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윤형영 목사는 “장애인 용어에 대한 올바른 사용이 이뤄질 때까지 맡겨진 사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장선은 기독교 신앙에 입각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도모하고 효과적인 장애인 선교를 위해 1984년 창립했다. 1996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단법인 승인을 받았다. 한장선에는 현재 전국 12개 시도연합회와 108개의 지회가 소속돼있으며, 10만여 명의 회원 및 준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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