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78만원 받는 신대원생 상당수…“장학제도 활성화해야”

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⑥ 생활고 겪는 신대원생 손동준 기자l승인2016.04.07 09:41:57l13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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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대학원의 만족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11개 주요 신학교 신대원생들은 ‘장학금 제도 및 지원’에 대해 가장 낮은 36.7%의 만족도를 보였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조차 꺼내기 조심스러운 시대다. 젊음의 아픔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사회의 구조적인 한계가 엄연히 존재하기에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흙수저’, ‘미생’, ‘N포세대’와 같은 말들이 유행처럼 번지는 이면에는 시대적 아픔을 함께 짊어지고 가야한다는 변화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완생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아픈 청춘’들은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월 평균 사례비 78만원을 받으며, 교회의 온갖 잡다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파트타임 전도사’들은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미생’이다.

이들 대부분은 신학대학원 소속의 학생인 동시에 예비 목회자 신분으로, 매 학기 300만원이 넘는 학비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생계를 위한 호구지책까지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돈 걱정 없이 학업과 사역에만 전념하는 경우도 더러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신대원생들은 하나같이 생활고와 그로 인한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프니까 사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사명자라고 해서 고난을 당연히 감내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일까.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더 좋은 목회자로 성장하도록 이끌어줄 방안은 없을까.

 

‘빚’내서 학교 다니는 ‘파트 전도사’

수도권의 한 교단 신대원 목회자양성과정을 밟고 있는 A 전도사(30세, 남). 졸업을 앞둔 그의 앞으로는 천만 원이 넘는 은행 빚이 쌓여 있다. 매 학기 300만원이 훌쩍 넘는 학비를 대기 위해 그는 학자금 대출을 선택했다. 

파트타임으로 사역하고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는 90만원 남짓. “사례비에서 생활비, 교재비를 빼면 사역과 공부에만 집중하기 빠듯하다”는 게 A 전도사의 설명이다.

그는 학업과 사역에 더해 근로조교나 번역 아르바이트 같은 간단한 돈벌이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결국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시간의 부족으로 이어진다”며 “이것이 악순환이 되면서 학업도 사역도 모두 어려워지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15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교회 파트타임 전도사의 월 평균 사례비는 78만원이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정한 1인 가구 최저 생계비인 64만원과 고작 14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같은 사역자인 전임 목사 사례비 204만원과 전임 전도사 사례비 148만원과 비교했을 때도 큰 차이를 나타냈다.

이 조사에 응한 파트타임 전도사 278명 가운데 64.4%는 “현재의 사례비가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또한 79.1%의 파트타임 전도사들이 “현재 경제 사정이 어렵다”고 응답했고, 79.9%가 “경제적 이유로 목회 외 다른 일을 경험했거나, 하고 있거나, 할 생각이 있다”고 답해, 경제적 어려움이 목회 사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나타났다.

이 같은 경향은 “사역 향상을 위한 필요사항”에 대한 문항에서도 확인되는데, 복수응답을 허용한 질문에서 가장 많은 74.8%가 ‘사례비 인상’이 사역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형교회 쏠림, 신대원생들만의 문제인가

서울의 대형교회에는 파트타임 전도사들의 지원이 끊이지 않은 반면, 지방이나 농어촌, 미자립교회는 전도사를 찾지 못해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신대원생들만의 문제일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서울 대형교회의 경우 파트 전도사 사례비가 120~130만원 선인 반면, 지방교회 파트 전도사 사례비는 60~70만원 가량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제시된 조사 결과에서처럼 대다수의 신대원생들이 “현재의 사례비가 불충분하다”고 응답하고 있는 것은 신대원생들의 소명의식이 줄어들었다기보다는 실제로 적정 사례비에 대한 논의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지방의 한 신대원을 휴학중인 B 전도사(31세, 남)는 농어촌 교회의 파트타임 전도사로 사역해 왔다. 교회를 사임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B 전도사는 “분명 그 시간에 내가 그렇게 사역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시 하라고 한다면 절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버스가 5번밖에 안다니는 지역에까지 들어가서 사역을 한 것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교회를 돕고 싶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교육 전도사이자 담임목사의 비서, 교인들의 농사일을 돕는 머슴의 역할까지 감당했지만 매달 주어지는 사례비는 월 60만원. 박봉에 격무를 각오하고 간 자리였지만 결국엔 3년 만에 사임을 선택했다.

그는 “사임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해당 교회는 여전히 후임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명감을 가지고 사역을 한다 해도 기본적인 지원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경우 사역도 생활도, 신학도 모두 놓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학제도 좋은 학교가 만족도 높아

그렇다면 이들의 고민을 덜어줄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취재를 위해 만난 여러 신대원생들은 학기당 300만원에서 4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만 해결돼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한 대형교단의 신대원을 졸업하고 현재 선교단체에서 간사로 사역중인 C 전도사(31세, 남)는 “교회 사례비만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교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숫자는 전체 학생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C 전도사의 말처럼 현재 대부분의 신대원들이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교별로 장학금 총액이나 수혜 정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본지가 올해 창간 28주년을 맞아 한국의 주요 교단 핵심 신학대학원 11곳의 신대원생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이같은 상황이 잘 담겼다. 

‘신학대학원 만족도’에 관한 질문에서 응답자들은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에 대해 ‘교수진’(70.3%)과 ‘교육 커리큘럼’(51.3%), ‘학교 시설’(48.3%) 순으로 만족도를 보인 반면, ‘장학금 제도 및 지원’에 대한 만족도는 36.7%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장학금 제도 및 지원’에 대한 만족도가 학교의 전반적인 만족도와도 정비례 했다는 것이다. 장학금 제도 및 지원에 대한 만족도가 95.2%로 가장 높은 고신 신대원의 경우 학교 전반적인 만족도가 90.5%로 나타난 반면, 장학금 제도 및 지원에 대한 만족도가 5.3%로 가장 낮았던 D신대원의 경우 전반적인 만족도 역시 11개 대학 가운데 가장 낮은 36.8%로 고신에 비해 50% 가까이 낮게 나타났다.

고신 신대원에 이어 ‘장학금 제도 및 지원’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만족도를 보인 합신 신대원의 경우에도 학교 전반적인 만족도는 81.3%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장학금 제도 및 지원의 만족도가 높았던 학교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학교 차원에서 장학금을 마련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각 학교 관계자들은 예비 목회자 양성에 대한 교단의 관심이 결국 장학금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고신 신대원장 변종길 목사는 “우리 교단은 신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교단 산하 여러 단체에서 장학금이 들어온다”며 “이렇게 모인 장학금으로 인해 거의 모든 학생들이 100퍼센트 혹은 50퍼센트의 등록금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거시적 안목과 제도 뒷받침 돼야

그런가 하면 전도사 사례비를 주기 어려운 군(軍)교회나 미자립교회, 농어촌교회에서 사역하는 신대원생들을 위해 노회나 총회가 장학금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거시적 안목에서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합신 교단의 매칭펀드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농어촌지역에서 사역하는 신대원생들을 위해 해당 노회가 일정부분 학비를 지원하거나 총회와 지역교회가 함께 매칭펀드 개념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군선교사에 지원하는 신대원생들을 위해 총회 선교부와 해당 지역 노회가 함께 지원금을 주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어, 향후 신대원생들의 군선교 지원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기장의 경우에는 일부 노회를 중심으로 노회 차원의 장학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신대원생들은 목사 후보생으로서 일찌감치 노회에 가입하고, 노회가 장학금을 조성해 소속 신대원생을 책임지는 형식이다. 

장로교회가 신대원생 시절부터 노회 가입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노회가 이때부터 책임감을 갖고 학비까지 지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들 노회들은 학기당 적게는 100만원에서 15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데, 신대원생이 졸업 후 선교에 헌신하기로 서원할 경우에는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기도 한다.

합신 신대원의 이승진 교수는 “신학 공부의 목적은 목회자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는 것”이라며 “그런 만큼 이론과 현장의 균형이 중요한데, 현재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많은 신대원생들이 두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잘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특히 학비조차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서 학업과 사역의 균형을 잡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며 “현실적인 수준의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천신대 조성돈 교수도 “한국교회가 그동안 부교역자는 그냥 가난하게 살고, 그렇게 사역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은 이들을 교회 내의 불우이웃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만들고, 이는 이들에 대한 인격적인 대우에도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고 전했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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