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콩작은도서관’에 가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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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콩작은도서관’에 가보셨나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4.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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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소통하는 문화목회 서울 은평구 성암교회
▲ 성암교회는 지역 내 어린이도서관이 부족하다는 점을 안 후 지금의 '다섯콩작은도서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문화목회 현장탐방 사역자들이 도서관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이웃의 소리를 들으면 문화사역이 보입니다”

지하철 6호선 역촌역 3번 출구로 나와 골목길을 조금 파고들면 만나게 되는 서울 은평구 성암교회.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성암교회(담임:조주희 목사)는 흔히 만날 수 있는 교회의 모습이다.

성암교회는 지역공동체 안에서 꽤 이름난 문화사역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성암교회에서는 문화와 교육, 복지사역이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문화목회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어떤 사역을 할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카페가 많이 있는 곳에서 교회가 또 해야할 이유가 있습니까? 그 자원을 다른 사역에 투입해야죠”

조주희 담임목사는 문화목회를 생각하는 사역자들에게 컨설팅을 받아볼 것을 권유한다. 설문조사도 좋은 방법이라고도 했다. 다만 객관적 분석이 가능한 전문가들을 초청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최소한 구청에서 만든 백서를 보는 것만으로도 사역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발굴한 사역이 어린이 도서관이다. 지역 내 어린이 도서관이 필요했고, 지금의 ‘다섯콩작은도서관’을 설립한 것이다. 지금은 3천개가 넘는 도서관 가운데 22위를 할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고, 담당사서도 교회의 도서관 사역에 공감해 큰 도서관을 퇴사하고 올 정도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소장도서는 약 1만권, 소장자료의 70%가 어린이 도서다.

무엇보다 도서관 운영에 주민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되고 있다. 주민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동네 아이들이 독서 프로그램을 만든다. 사서 급여와 서적 구입비 등은 교회가 감당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참여를 넓힌 것이다.

어려움도 있었다. 책을 구입하고 사서를 채용하기 위해 부교역자 1명을 줄이기까지 했다. 감사하게도 이교회의 노력과 고충을 주민들이 먼저 알아주었다. 교회가 신뢰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됐기 때문에 자원봉사를 하고 책 기부자도 굉장히 많아졌다. 지역사회와 교회 간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인 중심의 교회 카페와 달리 성암교회 ‘바오밥카페’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카페 공간을 지역사회를 위해 아예 내어놓은 셈이다. 교회가 만약 대로변에 있었다면 카페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택가 안에 교회가 위치하고 있고, 언제든 주민들이 와서 편안히 누릴 수 있는 공간적 의미를 지향하고 것이 ‘바오밥카페’의 특징이다. 그래서 ‘바오밥나무’를 연상키는 이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한번은 아이들의 출입을 자제하게 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왔다.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당회가 열렸고, 결론을 내렸다. 당회는 회의 끝에 누구의 출입도 제안하지 않기로 했다. 부모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열린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

▲ 지난달 29일 통합총회 문화법인이 주최한 '문화목회 콜로키움' 현장탐방 시간에 성암교회 조주희 담임목사가 참가자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조 목사는 문화사역에 앞서 지역사회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컨설팅, 설문조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회는 카페에서 주민들을 위한 인문학강좌를 연 4회씩 열고 있다. 처음에는 유혹이 없지 않았다. 주민 참여가 적어 교인들을 동원하고 싶은 유혹 말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에너지도 열매도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은 인문학 강좌, 음악회, 세미나에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크다.

성암교회는 구청의 위탁을 받아 ‘방과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안에 맞벌이부부가 많다는 것을 파악한 교회가 적극 나선 것이다. ‘방과후교실’ 정부 지원이 초등학교 4학년까지였던 때, 서울시 다산콜센터로부터 5학년 아이도 맡아줄 수 있냐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교회는 그 일을 계기로 은평구청과 보건복지부와 대책방안을 협의했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6학년’까지 방과후교실을 운영하는 교회가 됐다. 교회 ‘방과후교실’은 학습적 역할이 아니라 보육적 기능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교회 사역이 일반 사회복지보다 더 따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가고 있다.

또 은평구 지역 교회들과 연대해 ‘좋은학교만들기 네트워크’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교단과 교파를 떠나 교회들이 학교를 응원하며, 교사들을 위한 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살예방교육 등 학생 정서지원,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도 돕고 있다. 현재는 은평구뿐 아니라 마포구, 서대문구와 같은 교육기관에서도 협력을 요청해올 정도다.

이밖에도 성암교회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안부사역과 반찬나누기사역도 하고 있다. 안부사역은 교인들이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 여부를 묻는 것이다. 은평구에서 한 노인이 숨진 지 15일만에서 발견됐던 당시, 지역 구청장이 교회에 찾아와 가슴아파하며 울었던 일이 계기가 됐다. 반찬사역은 밥은 하겠는데 반찬은 어렵다는 노인들의 하소연을 흘려듣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내년에는 우리 지역 내 어떤 자원들이 있는지 지도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교인들 스스로 지역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주민들의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더 민감하게 듣고 호응할 수 있는 교회를 만들어가는 비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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