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려야 할 민족교회의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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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려야 할 민족교회의 전통
  • 승인 2003.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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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역사는 여러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짧은 기간에 놀라운 성장을 이룩했다는 점, 성경 중심이라는 점, 고난을 많이 받았다는 점 등 이런 것들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민족교회였다는 점이다. 민족교회라는 말은 민족과 애환을 같이 한 교회라고 요약해서 말할 수 있다.

천주교가 국가와 마찰이 잦았고 이 때문에 큰 박해와 피해를 입었던 점을 살피면서 교회는 처음부터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또 한국교회의 형성과 거의 같은 시기에 한국은 일제의 식민지 통치를 겪게 되었는데 그 당시는 교회가 민족을 대변하고 대표하는 입장에 서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한국교회는 민족교회로서의 성격이 더욱 분명해지면서 “겨레와 함께 살아온 교회”라는 이름을 듣게 되었다.

민족교회라는 말을 교회가 민족운동의 통로나 수단이라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영적 공동체로서 고유한 주영역(主領域)이 있다. 민족교회의 특징을 분명히 할 때 교회는 사회의 호응을 받았으며 교회도 흥왕하였고, 이 특징이 희미해 질 때 교회는 사회로부터 외면을 받았고 교회 자체도 침체에 빠진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금 한국교회는 민족교회의 전통에 얼마나 충실한가? 한 교회사학자는 이미 1980년대 초에 발표한 교회와 민족의 관계를 구명(究明)하는 글에서 “해방 이후 한국교회에서는 민족의 문제가 멀리 뜸해진 인상이 짙다”고 지적하고 있다(민경배, 「교회와 민족」 머리말).

한국교회와 민족교회의 전통은 그 뒤로 계속해서 소원해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필자가 “한국교회의 특징은 민족교회이다”라고 현재형을 사용하지 못하고 “민족교회였다”라고 과거형을 사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교회는 교세 감소라는 큰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그동안 성장둔화, 성장정지 등의 말로 표현했으나 이제는 ‘감소’라는 말을 사용하는 실정이다. 교세보다 더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교회에 대한 사회의 신뢰와 공신력이다.

최근에는 교회 안의 스캔들 문제가 이런 일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런 현상도 앞에서 제기한 관점, 민족교회의 특징을 얼마나 잘 인식하고 살리고 있는가 하는 것에 비추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주말에 광복절을 앞둔 주일(10일)의 각 교회 설교 주제를 알아보다가 불과 6%의 교회만 광복을 주제로 한 설교를 선포한 것을 알게 됐다. 요즘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자살문제를 설교의 주제로 삼은 교회들이 훨씬 많았다.

광복절이 지나고 맞이하는 이번 주일(17일)에 광복감사예배(또는 평화통일기원예배)를 드리는 교회도 있겠지만 이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에게 광복을 주신 분은 하나님이다. 그러기에 광복절은 ‘준(準) 교회 기념일’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삼일절도 마찬가지다. 삼일운동은 대표적인 기독교민족운동이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이런 것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더니 요즘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데 이런 것이 한때의 유행일 수는 없다.

우리에게 제2의 광복인 통일을 주실 분도 하나님이다. 이런 고백은 역사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기독교의 기본신앙을 생각할 때 한국교회 성도로서 마땅한 의무라 할 수 있다. 하나님께 대한 의무이며 좋은 믿음의 유산을 남겨준 신앙의 선배들에 대한 의무이다.

이것을 소홀히 여기는 것은 죄이다. 불신앙의 죄이며 이 민족의 역사를 인도해 오신 하나님께 배은의 죄를 짓는 것이다.

우리는 민족교회라는 말을 되살리기에 힘써야 한다. 민족과 고락을 같이하며 민족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일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자고 한 목소리로 다짐하는 것, 8월이 다 가기 전에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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