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후보생, 떡잎부터 길러낼 제도가 필요하다
상태바
목회자 후보생, 떡잎부터 길러낼 제도가 필요하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3.30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⑤ 신대원생, 신학전공 결심과 이유

목회자 윤리, 신학교 난립 등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신학대학원은 목회자를 길러내는 산실이라는 점에서 한국교회의 소중한 자산임에 틀림없다. 최근에는 지역교회 목회 뿐 아니라 선교사,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목회자들이 활약하고 있어, 탄탄한 신학적 소양을 갖춘 사역자들을 길러내야 하는 신대원의 사명은 더 막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신학대학원 지원자가 감소하고 있어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할지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목회자가 지나치게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감소세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그리나 한편으로는 더 좋은 자질을 가진 재원을 길러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교회는 어떻게 해야 좋은 자질을 갖춘 목회자 후보생을 발굴하고, 길러낼 수 있을까?

신대원 입학결심, 50% ‘초중고’
본지는 창간 28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핵심 신학대학원 11곳을 선정, 목회자 후보자 양성과정(M.Div.)을 밟고 있는 재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지난 2월부터 발표하고 있다.

개혁주의생명신학 실천신학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신학대학원생의 의식과 사역에 대한 설문조사’를 주제로 시행됐다.

설문조사에서는 신학 전공을 결심한 시기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결과가 확인됐다. 흥미로운 것은 신대원 재학생들의 절반 가까이가 청소년기에 신학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이다.

가장 많은 응답은 ‘고등학교 때’로 전체 31.3%나 차지했다. 신대원생 10명 중 3명은 자신이 이 시기 신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고 답한 것이다. 초등학교 9%, 중학교 8.7%까지 합하면 초중고 시절에 신학을 전공하기로 결단했다고 답한 신대원생은 49%에 달한다. 재수생 4.7%를 포함하면 50%를 넘는 인원이 대학입학 전에 신학 전공을 결정한 것이다.  

신학대학원 재학생들은 20대가 가장 많다. 그리고 20대의 39.8%는 ‘고등학교’ 때 신학을 전공하기로 맘먹었다고 응답했다. 30대와 40대 만학도 재학생들의 경우는 각각 34.5%, 29.2%가 ‘대학 졸업 이후’라고 답했다.

통계에서 확인되듯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신학을 전공하고, 사역자가 되겠다고 결단하는 시점이 상당수 청소년기였다는 것이다. 교회학교에서 양육된 청소년들이 사역자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얻을 수 있는 시기임이 분명하다. 언제든 사역자로 헌신할 수 있지만, 그 자원을 일찍 발견하고 키워주기 위해서는 선제적 교육지원이 요구된다.

하지만 지금 한국교회 안에 청소년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결과와 연결지어 보면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재 교회학교 현장에서의 급격한 학생 수 감소이기 때문이다.

각 교단들이 발표하는 교회학교 통계 수치를 보면 이는 더 뚜렷하게 확인된다.

예장 통합총회의 경우, 2005년 중고등부 학생수는 18만5천여명이었지만 2014년에는 15만2천여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심지어 청소년 교육부서가 없는 교회가 48% 수준으로 전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합총회는 교회수로 국내 두 번째로 큰 교단으로, 교인수도 그만큼 많다는 점에서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교회는 2007년 중고등부 11만 1천여명이었지만 2011년에는 9만9천여명으로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감소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경우 1994년 당시 중고등부가 16만 5천여명이나 됐지만, 20년 후 2014년에 와서는 10만 7천여명으로 6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교회학교 청소년 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지금과 같이 계속된다면, 신학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입학동기 1위 ‘목회자 소명’
그렇다면 신대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동기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신앙과 간증, 경험 등 여러 가지 개인적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를 더 큰 틀로 항목화해 설문에서 물어봤다.

설문결과 응답자 가운데 ‘목회자로서의 소명’ 때문이라고 답한 신대원생이 전체의 57%로 다른 항목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하나님의 계시 또는 성령체험’이 14%로 그 뒤를 이었지만, 격차는 상당히 컸다.

‘신학 연구에 대한 관심’이 10.7%, ‘영혼구원에 대한 열정’이 8%, ‘부모님 및 지인의 권유’가 7.3%였으며, ‘부모님 교회 승계’와 ‘일반 직장생활의 한계’, ‘모름/무응답’은 각각 0.7%, 0.3%, 0.7%였다. 기타는 1.3%였다.

그런데 입학동기를 묻는 설문 내용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남학생과 여학생에게서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전체로는 ‘목회자로서의 소명’이 57%나 됐지만, 여학생의 경우 38.6%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학생의 60.2%와 격차가 22%나 됐다.

반면 ‘신학 연구에 대한 관심’과 ‘영혼 구원에 대한 열정’ 항목에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치로 살펴보면 ‘신학 연구에 대한 관심’ 항목은 여학생이 22.7%로 남학생 8.6%보다 3배 가까이 많았고, ‘영혼 구원에 대한 열정’은 13.6%로 남학생 7%에 비해 2배 수준이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공동대표 김혜숙 목사는 “일반 목회현장에서 여성을 담임목회자로 청빙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여학생들이 그 모델을 꿈꾸기보다 신학 연구 등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여성들이 더 강점을 가지고 있는 영혼 구원에 대한 열정이 더 부각된 결과로도 보인다.

‘사명자’ 조기육성, 교회가 나서야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들어가고 있는 교회학교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고, 교단들마다 정책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회교육의 새로운 변혁을 만들어가는 지역교회들의 모습도 고무적이다.

어느 순간 다음세대 감소세가 누그러질지 알 수 없지만, 변곡점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신학교육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변곡점이 만들어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을 교회가 만들어내야 한다.

대전신학대학교 허호익 교수는 “중세 가톨릭교회의 중앙통제식 교구제도의 단점이 지금은 오히려 장점화 되고 있다. 종교개혁을 통해 등장한 개신교회의 자율적 제도는 장점이었지만 이제는 구조적 약점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허 교수의 설명대로 그 자율성이 지금은 목회자 적정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고, 부실자격 목회자를 길러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에서 가톨릭 교회 안에서 신학 자원들을 육성하는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개신교회가 배울 바가 있을 것이다. 현재 각 성당에서는 청소년기부터 사제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의 성당에서부터 예비 사역자들을 청소년기에 발굴해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또 교구 본당에는 이른바 ‘성소(聖召)계발후원회’를 두면서 개신교식으로 표현하면 ‘소명자’를 길러내고 있다.

특히 성당에서 사제들을 보좌하는 ‘복사’를 선발해 어린 학생들이 의식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사제로 부름받음’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복사’는  주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이 대상이 된다. 선발과정도 매우 엄격하다.

또 교구에서는 성소국과 예비신학교를 두고 있으며, 특히 사제가 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예비 신학생 모임’까지 운영하면서 스스로 자격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신학을 전공하기 전부터 이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은 개신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교회 한 목회자는 “신대원에 진학하겠다고 찾아오는 학생들은 일단 돌려보내고 본다”며 이는 충동적이거나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하는 결정이 아닌지 스스로 점검하게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목회자 자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담임목사의 고육지책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역교회 안에서 목회자 후보생 양성을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