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입국 선교사 자녀 위한 가이드북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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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입국 선교사 자녀 위한 가이드북 출간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3.29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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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MK Life' 펴낸 GMP 이훈 선교사
▲ GMP선교회의 이훈 선교사가 지난 15일 서울 GMP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작년 겨울방학 처음으로 비행기를 혼자 타고 한국에 가게 됐다. 서울에 친척이 없어서 두 달 동안 아는 사람 건너 건너 집을 세 번 옮겼다. 오랜만에 온 한국은 처음 보는 것들로 가득했다. 교통카드, 체크카드 등등. 지하철을 타든지 어디를 가든지 옆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눈치로 터득했다. (중략) 도서관이 어딘지, 마트는 어떤 곳인지 모두 몰라서 묻고 걷고 묻고 걸었다. 하루는 도서관에 어렵게 도착했는데 휴관이었다. 배고프고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나오려 했다. 내가 불쌍해 보여서.”

위 글은 필리핀에서 온 한 청년 MK(선교사 자녀)의 서울생활 일기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비단 이 청년만의 일이 아니다. 분명히 한국말을 하고, 생김새도 영락없는 한국 사람인데도 대부분의 MK들에게 한국생활은 적응이 필요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이런 가운데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타국에서 태어나 자란 MK들의 한국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책자가 나와 눈길을 끈다.

15년째 MK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GMP선교회 소속의 이훈 선교사(온누리교회 파송)는 최근 ‘선배 MK들이 알려주는 알짜배기 조언’이 담긴 ‘비바 MK LIFE’를 펴냈다. ‘청소년용’과 ‘부모용’의 2가지로 나온 이 책자에는 ‘삶’과 ‘도전’, ‘여행’, ‘필요’, ‘가치’ 등 5가지 영역에 걸쳐 선교현지에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기 한국 선교사자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가이드가 담겼다.

이 선교사는 지난 15일 서울 GMP선교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MK사역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먼저 “MK란 선교사 자녀라는 뜻으로 ‘제3문화 아이들’이라는 뜻의 TCK(Third Culture Kids)라고도 불린다”며 “그러나 똑같은 TCK라도 하나님께서는 선교사 자녀들에게 단순한 ‘제3문화 아이들’이라는 정체성을 넘어 ‘초문화적 아이(Trans-Cultural Kid)’로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이것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용하기 원하신다. 선교사 자녀들을 선교지 문화와 부모문화의 성경적인 시각으로 통합한다면 21세기 글로컬 시대에 적합한 시민의식과 리더십을 발휘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비바 MK Life'를 펴낸 이훈 선교사.

이 선교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MK들은 ‘다중문화 정체성’을 갖는다. 이같은 ‘다중문화 정체성’은 어느 문화에 어느 정도 노출되었는가에 따라 세 가지 양상을 띠게 되는데, 첫째는 국제학교나 서구문화에 오래 영향을 받은 케이스, 둘째는 현지에서 태어나거나 오랫동안 현지학교를 다니고 있는 케이스, 셋째는 한국형 학교 학생 또는 부모가 한국말과 글, 한국문화를 많이 강조한 케이스다.

이 선교사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MK들이 경험한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통합한다면, 한국인의 뿌리의식을 가진 세계를 품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며 “이 가이드북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의 생활과 꿈, 미래를 대처하고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 선교사는 가이드북 뿐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함께 제작했다.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서 ‘Re-entry MK’라고 검색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프리필드(사역 전의 삶)와 온필드(선교지의 삶) 등 MK에 대한 전반을 다루고 있는 책자와 달리 어플리케이션은 국내로 재입국(Re-entry)한 선교사 자녀들을 돕기 위한 내용이 주로 담겼다.

어플리케이션에는 MK들이 한국에서 겪을 수 있는 실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거주문제 해결하기’, ‘청년MK모임’, ‘새로운 관계 맺기’, ‘대학생활을 위한 팁’, ‘이성교제와 결혼’, ‘이단대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밖에 먼저 사회에 진출한 ‘1세대 MK들의 경험담’이나 ‘크리스천 대학교수의 어드바이스’ 등도 함께 실었다.

어플리케이션에는 현재 이 선교사가 만든 정보들이 주로 올라와 있는 상황이지만, 향후 온라인의 참여형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처럼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 형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선교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MK들이 방치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많이 나온다. 게임에 빠져있거나 자신들이 버려졌다는 생각으로 불안한 정서를 가진 아이들이 많다”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MK들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깨닫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이 책자와 어플리케이션이 사용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현재 무료로 책자를 배급하고 있다. 온누리교회의 후원으로 인쇄된 1쇄 1000부가 현재 거의 소진된 상태이며, 2쇄를 준비중이다. ‘비바 MK life’는 이훈 선교사의 이메일(tckwave@gmail.com)로 신청하면 누구나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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