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목사안수? 해묵은 부실 신학교 어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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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목사안수? 해묵은 부실 신학교 어찌하나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3.25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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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육이 변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④ 최소여건도 안 되는 신학교 문제

통신신학만으로 목사안수, 심지어 1주일만에도 가능

교단 자율성 중요하지만, 통합교육 등 대안 찾아야

교계 언론매체들의 광고란을 보면 신학교 학생모집 내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상당수는 이름을 잘 들어보지 못한 학교들, 소속 교단도 실상 잘 알려져 있는 않은 곳이다. 상담안내로 개인 휴대폰 번호를 지정해 놓은 곳도 여럿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무자격 신학교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신학교’를 입력하면, 광고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단 링크에 꽤 많은 신학교들이 등록돼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검색된 학교 중에는 교육부 인가를 받은 곳도 있지만, 허가를 얻지 않은 곳들도 많다. 이들 학교들은 조기에 졸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 포털사이트에서 ‘신학교’를 검색하면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신학교의 이름이 꽤 많이 검색된다. 이 가운데 인가를 받은 학교도 있지만, 상당수는 인가를 받지 않은 통신과정 신학교들이다.

서울·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주요 광역시도에서 신학교 간판이 붙어있는 건물들도 눈에 띈다. 신학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제반시설과 공간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건물 한 개 층이나 그마저도 일부 공간만을 활용하고 있는 무인가 신학교들이다. 
이런 신학교들은 인터넷 등을 이용한 통신신학만으로도 목사안수를 받을 수 있으며, 단기간의 공부로 졸업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광고에 나온 서울시내 신학교들에 연락해 전화상담을 받아봤다. 홈페이지에 공지된 핸드폰 번호로 연락해 닿은 한 학교 관계자는 광고대로 신학대학원 과정을 단 1년 만에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학 없이 4학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 학기당 5과목 정도를 수강할 수 있으며, 45분 분량의 영상 60개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10개 강의도 들을 수 있으니 어렵지 않다고 설득한다. 

다른 언론보도를 보면 일부 신학교는 1년 과정이 아니라 아예 몇 달, 적게는 1주일만에 졸업할 수 있다. 그야말로 목사직을 팔고 있는 곳이다. 

일반 신대원에 비하면 학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학 학기당 30만원. 이후 전도사고시, 강도사 고시를 위해 드는 비용까지 합해도 200만 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총신대 신대원 과정 1학기 등록금이 대략 3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10분의 1 학비만으로도 목사가 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안수를 받게 되면 어떤 교단 소속이 되냐고 물었을 때, 단순히 대한예수교장로회라고 얼버무리려 했다. 구체적으로 소속을 묻자 들어보지 못한 교단 이름을 언급했다. 기자가 확보하고 있는 교회연합기관 회원교단 명부나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의 종교현황’ 자료에서는 그 이름을 찾지 못했다.

 

무자격 난립, 산으로 가는 신학교육
이렇듯 비인가 신학교와 통신신학교, 사이버 신학교가 많은 현실을 보면, 한해 많게는 1만명의 목회자가 배출된다는 추산은 전혀 무리가 아니다. 문광부 ‘한국의 종교현황’을 보면 개신교 교단의 수는 232개에 이른다. 불교 265개보다는 적지만 만만치 않은 규모다. 

이들 교단들이 각각 하나의 신학교만 운영한다 하더라도 목사를 배출하는 신학교는 232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더 많다. 규모가 큰 교단들도 신학교가 여럿이지만, 군소교단들도 전국에 분교 형태로 10곳이 넘는 신학교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니 길가다가 소위 ‘2층 신학교’를 목격하기가 쉬운 것도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렇게 비인가, 무자격 신학교들이 과연 제대로 자격을 갖춘 목회자들을 길러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제대로 된 전공 공부나 학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 목회자들이 강의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교육환경에서도 신학교육의 질을 고민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때에, 날림과 같은 교육과정으로는 양질의 목회자를 배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신학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대학 학부를 마치고 신대원 2~3년 과정을 졸업해야 하며, 수련목회 과정을 거쳐 고시에 합격해야 정식으로 목사안수를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목회자들의 정신 상담까지 진행해 목회자의 자격과 자질을 판단할 정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인가 신학교 문제가 나오면 언급되는 인물이 있다. 5공 군사정부 시절 ‘고문기술자’로 이름을 날리다 목사안수를 받았던 이근안 씨다. 

이 씨는 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서울대 내란음모 사건’으로 붙잡혔을 때 무자비하게 고문한 혐의로 붙잡혀 7년간 수감생활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씨는 교도소 수감 중에 통신 신학교를 졸업하고 2008년 목사안수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후 자신의 이력을 미화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어떻게 저런 사람이 목사가 될 수 있냐”며 거센 사회적 비난이 일었고, 결국 소속교단은 목사직을 면직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자격 신학교들이 난립하는 현실 속에서 또 다른 문제 인물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교단마다 신학교 설립, 문제의 시작
그렇다면 이처럼 무인가, 무자격 신학교들이 한국교회 안에 많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교회 대부흥기에서부터 배경을 찾을 수 있다.

1960~1970년대 한국교회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1980년대 목회자 수도 빠르게 증가했다. 당시 농어촌에 가면 목사가 많지 않아 교회 여러 곳을 한명의 목사가 담임하는 경우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하루하루 다르게 교회가 개척되고 교인들이 증가하면서, 이를 감당하기 위해 각 교단들은 신학교를 만들기 시작했다. 신학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에 정부는 강제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기독교를 압박하기도 했다.

백석대 조병하 교수(역사신학)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 때 시작된 정부의 무인가 신학교 정비가 전두환 대통령이 되면서 사회 정화 차원에서 더 강력히 시행됐고 한 교단에 하나의 신학교만 허용했다”며 1980년과 1981년 사이에만도 110개 신학교가 폐교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1980년대에는 교단이 쪼개지고 쪼개져 무수히 많은 교단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신학교 수가 더욱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더욱이 2000년 밀레니엄을 전후로 우리나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학교 강의실을 찾지 않더라도 신학교육을 할 수 있는 통신신학 과정이 빠르게 생겨났다. 애초에는 평신도들도 쉽게 신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쉽게 목사안수를 받을 수 있는 방편이 되고 있다. 

1980년대 한 차례 단속 이후 교육부는 지난 1990년 이후 몇 차례 더 전국 무인가 신학교를 단속한 바 있다. 1991년에 파악된 불법 신학교는 약 3백여곳에 달했다. 교육부 인가는 18곳에 불과했다. 2014년에도 교육부가 무인가 신학교를 단속했다.

2014년에는 불법운영 무인가 신학교 70여곳이 단속에 걸렸다. 이들 신학교가 단속대상이 된 것은 고등교육법 제62조를 어겼기 때문이다. 62조 2항에는 “교육부장관은 학교설립인가나 제24조에 따른 분교설치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학교의 명칭을 사용하거나 학생을 모집하여 시설을 사실상 학교의 형태로 운영하는 자에게는 그 시설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신학교 단속만이 상책은 아니다
교육당국은 무작정 무자격 신학교를 단속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자칫 종교탄압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고, 실제 단속인력 부족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래서 단속 빈도가 많지 않았던 듯 보인다. 

교단들 입장에서는 교단 목회자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법적으로도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평신도들이 쉽게 신학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다만, 신학교들은 교육과정을 내실 있게 구성하고 전문 교수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교육여건을 갖추고 신학적 배경이 맞는 교단에 목회자 후보생을 위탁하는 것도 제대로 된 신학교육을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실천신대 정재영 교수는 “비인가 신학교라고 해서 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 나름의 자율성을 인정해줄 필요도 있다. 하지만 전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현재 교육환경은 문제가 있다”면서 “작은 교단들이 실제 신학교육을 하기 어렵다면 통합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한 방편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무수하게 쪼개져 있는 교단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지금과 같이 신학교들이 난립하는 배경의 핵심은 교단 분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단의 의지다.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후보생들을 일찍이 확인하고 길러내는 노력이 한국교회에는 필요하다. 가톨릭의 경우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신학교에 진학하기 전부터 양성과정이 시작된다. 한국교회 교단의 신학교육 과정도 시스템적으로는 크게 부족하지 않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 

학부 4년, 신대원 3년의 신학교육 과정을 거치고 안수를 받기까지 전도사를 거쳐, 강도사 또는 수련목 과정을 성실하게 감당하고, 때에 따라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하면 된다. 당연한 소리다. 그러나 이것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부실한 신학교가 난립하고 있고 여기에서 오는 폐해는 고스란히 한국교회 전체가 짊어져야 하는 몫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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