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정은 하나님의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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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재정은 하나님의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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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0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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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회재정을 세우고 집행할 때 제안하는 것이 하나 있다. 헌금은 하나님의 돈이라는 것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의아해 한다. 그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때로는 너무 판에 박힌 이야기가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내 의도는 그게 아니다. 헌금으로 이루어진 교회 재정을 그렇게 거룩하게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 의도가 아니라 재정을 공적으로 쓰라는 것이다. 목회자들을 가끔 보면 교회 재정을 너무 아까워하는 것을 본다. 성도들이 어렵게 낸 헌금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그 쓰임에서 조심하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의 재정이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공적으로 쓰여져야 더 의미가 있다. 그런데 목회자들은 자기 집의 저금해 둔 돈 마냥 어떻게든 쓰지 않겠다는 생각만 하는 것 같다. 아끼고 아껴서 더 좋은 곳에 쓸려는지는 몰라도 도움을 얻으려고 갔는데 너무 인색하게 굴면은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하는 소리다. 교회의 재정은 당신 돈이 아니라 하나님의 돈이니 하나님의 마음으로 나누어주고, 공적인 의도로 쓰일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만약 내 돈이라면 아까워서 못 쓸만한 곳이지만 하나님의 돈이니 내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암만 좋은 뜻이라고 해도 우리는 내가 그 돈 벌기 위해서 고생한 생각을 하면 쓸 수 없을 것인데 하나님이라면 그러한 곳에 돈을 내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얼마 전 협동조합과 관련하여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농촌에서 목회자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동네에서 유기농사를 성공시켰다. 교인들을 설득하고 주민들을 설득해서 농약을 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그리고 사람들이 먹어서 좋은 먹거리를 생산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판로이다. 이렇게 창조질서에 맞게 바른 농사를 지어도 이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목사는 자기가 아는 인맥을 동원해서 물건을 팔아야 한다. 유기농사를 지으라고 해 놓고서는 그것을 팔 곳이 없으면 무책임한 일이 되고, 겨우 일구어놓은 마을리더십이 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에서 큰 교회 목회하는 동기도 찾아가고, 교단의 어른도 찾아간다. 몇 번의 아쉬운 소리 끝에 교회 식당에 농산물을 넣으라는 허락을 받는다. 트럭에 농산물을 싣고 찾아왔는데 물건을 받는 여전도회 회장의 심기가 불편하다. 당연히 자신의 영역인데 낙하산으로 내려왔으니 그럴 것이다. 그리고 유기농산물을 보면서 타박을 한다. 유기농산물이니 보기가 그리 보암직하지는 않다. 그러니 그런 타박이 나올만 하다. 더구다나 유기농산물이라 가격도 비싸니 욕이 안 나오는 것이 다행일 정도이다. 목사가 그런 타박을 듣고 나니 돌아오는 길에 자괴심도 들고, 자존심도 상하고, 내가 뭐한다고 설교 준비는 안 하고 주일 앞두고 이 짓을 하고 있나 싶다. 이런 일이 한 두 번 겹치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싶다. 그러면 결국 농촌에서 겨우 일군 지역리더십은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솔직히 유기농산물을 가정에서 사서 먹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정말 뜻을 가지고 유기농산물을 고집해서 먹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 가격 때문에 소비가 되지 않는다. 유기농사를 짓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농사를 잘 지어 놓고 팔지를 못해서 실패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그래서 권하는 것이다. 교회 돈이 내 돈이 아니고 하나님의 돈이니 아까워 하지 말고 이런 좋은 뜻이 있는 곳에 쓰라는 것이다. 거룩한 뜻보다는 좋은 일인데 내 돈으로 돕기 힘드니 교회 돈으로라도 돕자는 의미이다. 정말 교회의 식당들이 다들 농촌교회를 통해서 유기농산물을 사 먹으면 좋겠다. 교회 돈이니까 좀 비싸도 어려워하지 말고 농촌교회 선교헌금이라고 생각하고 사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농촌교회도 살고, 농촌도 살고, 생명 농사가 가능하니 이 땅도 살고 사람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명의 순환이 일어나면 주님 허락하신 모든 생태계가 살아나는 것이다. 이러니 교회 돈 쓰자는게 그렇게 못된 생각은 아닐 것이다.

헌금은 하나님께 드려진 거룩한 돈이다. 그러나 그것을 내 것인양 쥐고 있지 말고 교회들이 다 넘치게 썼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정말 공적이고 좋은 일에 써서 그 헌금으로 이 세상이 살아나고 거룩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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