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사모' 고통 모른 채 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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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사모' 고통 모른 채 하시렵니까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2.24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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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 경험하는 '홀사모', 교단의 지원제도와 지역교회 관심 절실

“담당주치의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셨다. 목사님은 평소에도 사랑한다고 자주 고백하곤 했지만, 우리 부부는 한 달 여 동안 서로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또 고백했다.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고백했고, 하나님을 원망하지 말고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기약했다.

……
나는 목사님이 없는 현실에 적응할 수 없었다. 많은 날을 아픔과 눈물로 보내야 했다. 하나님은 날마다 나를 세밀하게 만져주셨으나 나는 그 손길을 외면하고 거부했다. 교회와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었다고 생각했고, 누가 때리지 않아도 아파하며 나 스스로에게 상처를 받았다“

 

예장 통합 목회자유가족협의회(회장:유숙연 목사)가 지난 19일 발간한 간증집 ‘함께라서 오늘 더 행복합니다’ 중 목회자 남편과 사별한 김길성 사모의 글이다.

농촌교회에서 목회하던 남편을 암으로 잃고 험난한 삶을 살아야했던 김 사모의 안타까운 처지, 은혜와 감사가 글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간증집에는 김 사모와 같이 남편을 잃은 사모들의 애환이 수없이 담겨 있다. 생활비가 떨어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자녀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겨우 잡은 직장에서 내몰려야 하는 등 세상 밖으로 내쳐진 사모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사모는 교회 안에서 목회를 돕는 역할에 전념해야 한다는 한국교회 풍토 속에서 세상 밖에서 당장 생존해야 하는 홀사모들의 능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 목회자 남편을 떠나보낸 홀사모들은 가장 먼저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교회가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되며 중장기적 지원대책을 마련해가야 한다.

2013년 목회자유가족협의회가 홀사모 1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데 따르면, 홀사모들의 평균 연령은 56세, 자녀들은 25.8세에 달했지만 절반 가까이나 되는 48.8%가 임대주택 또는 친인척 집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 주택을 소유한 경우는 24.8%에 지나지 않았으며, 무응답 비율도 26.4%나 차지해 주거 형태가 녹록치 않음을 짐작케 했다.

파출부와 식당보조와 같은 단순노무직은 11.2%, 비정규직 근무 7.2%였으며, 목회활동을 하는 경우는 24.6%였다. 2007년 실태조사 조사에서는 홀사모들의 월 평균 소득은 80여만원 수준이었으며, 10명 중 6명은 부채가 있다고 답변했다.

목유협 유숙연 회장은 “홀사모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실태조사를 실시했던 당시의 수준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 “사별 후 가장 먼저 홀사모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상당수 홀사모들은 당장 생활비 걱정과 자녀교육비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홀사모들이 겪어야 하는 큰 어려움 중 다른 하나는 바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과 같은 외로움이다. 남편 목회자가 별세하면 대부분 홀사모들은 자녀들과 교회를 떠나곤 한다. 그 상실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구나 당장 발붙일만한 교회를 찾는 것도 만만치 않다.

감리교 홀사모 공동체 ‘예수자랑사모선교회’ 이정정 회장은 “오늘도 홀사모 한 분을 만났는데 갈 교회가 없다고 눈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자기가 평생을 헌신했던 교회를 떠나서 다른 교회를 가도 마음을 붙이기 어려운 데다 홀사모를 부담스러워하는 교회의 분위기도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한국교회는 홀사모들의 어려움에 무관심하기만 하다. 홀사모들의 존재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데는 미온적인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교단들은 상임부서 차원에서 홀사모에 대한 재정 지원과 장학금 지급 등을 간간히 하고 있지만, 교단 전체 차원의 중장기적 제도적 장치는 미비한 실정이다.

예장 백석총회(구)의 경우 홀사모들을 위한 의무헌금 규정을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긍정적인 제도를 마련했다면 적극 참여가 있어야겠지만 참여도는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홀사모 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사모들의 경우를 봐도 상당수는 재정적인 여력이 많지 않다. 큰 교회 출신의 사모들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현재 홀사모 단체에 함께하고 있는 상당수 사모들은 경제적 상황이 녹록치 않다. 

홀사모 가운데 연금재단 혹은 은급재단에 가입돼 유족연금을 받는 경우도 10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유족연금 수령액도 대부분 교단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단들은 홀사모들을 돕기 위해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단체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회 전체가 십시일반하는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나서야 한다. 특별히 홀사모 단체를 교단 내 공식단체로 인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홀사모들의 노력도 요청되고 있다. 홀사모 단체 관계자들은 남편을 잃은 상실감에 고립되지 말고 공동체와 교회 안에서 적극 활동할 수 있도록 의지를 가지고 나가는 것이 현실의 고난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감리교 예자회의 경우 20년 가까이 활동해오다 최근 선교센터를 완공해 자활공동체로 나아갈 기반을 이뤄냈다. 단체는 홀사모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업을 기반 삼아 된장, 청국장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홀사모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드시 교단과 교회, 교인들의 지원이 바탕이 돼야 한다.

홀사모들을 위해 중요하게 요청하는 바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재취업할 수 있는 디딤돌이 돼 달라는 것이다. 많은 사모들은 남편이 감당했던 목회를 이어 사역을 하고자 하는 비전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신학교에 진학하기도 어럽고 생활비와 학비 때문에 학업을 이어가기도 쉽지 않다. 홀사모의 사역경력을 인정하는 특별전형이나 장학제도 마련 등에 대한 요구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실제 목유협 내 목회사역을 하는 홀사모는 회원 140여명 가운데 30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 역시 한국교회 또는 교단 차원의 목회 인적자산으로 인식돼야 한다. 목회 사역이 아니더라도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전문성을 기르고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돕는 노력도 적극 모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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