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잃어버린 남북, 한반도 평화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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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잃어버린 남북, 한반도 평화도 잃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2.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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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개성공단 폐쇄, ‘통일대박’은 어디로 갔나?

지난 1월 4차 핵실험에 이어 북한이 지난 7일 광명성 4호까지 발사하면서 남북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 때부터 주창해온 ‘통일대박’의 꿈도 비관적이 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 지난 10일 개성공면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택했다. 2008년 이후 남북관계 경색이 지속돼온 가운데, 사실상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남북한 협력 사업을 중단한 것이다. 2013년 4월부터 9월까지 개성공단은 북한의 3차 핵실험 때문에 이미 한 차례 가동을 멈춘 적이 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남북당국은 재가동에 합의할 수 있었다. 당시 기독교계는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개성공단은 반드시 재가동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이번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라는 선제적 조치에 북한은 더 강경한 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지난 11일 북한은 아예 개성공단을 폐쇄하며 공단 내 남측 인원을 전부 추방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개성공단 인접 군사분계선을 전면봉쇄하고 남북관리구역 서해선 육로를 차단하며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까지 선포했다. 또 남측기업의 모든 자산을 동결함과 동시에 남북한 사이 군 통신과 판문점 연락통로까지 폐쇄했다. 이제 남북한 소통 창구는 꽉 막히게 된 것이다.

개성공단은 박정희 대통령 재임시절 7.4남북공동성명을 시작으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공동선언, 2006년 10.4 선언 등 남북한 당국이 쌓아온 성과에서 온 결과로 평가돼 왔다.

특히 국제사회에서는 남북한 완충 역할을 하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반도를 더 불안한 곳으로 여기게 될까 우려된다. 실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개성공단 폐쇄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상징적 역할이 컸던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으로 한반도 긴장상황은 향후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 개성공단 폐쇄로 공단 내 남측 입주기업에서 근무하는 북측 근로자들의 모습은 더 이상 보기 어렵게 됐다. 사진=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가동중단에 교계 일제히 ‘우려’
개성공단 중단 소식이 발표되자 기독교계 단체들은 일제히 논평을 발표하고 한반도 급랭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조일래 목사)은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사업으로 추진되어왔던 개성공단이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인해 12년 만에 사실상 폐쇄절차를 밟게 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도,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은 안보위협에 대한 최우의 자구책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이영훈 목사)는 “남북화해교류협력의 목적으로 세워진 개성공단을 북한 주민의 삶과 안정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주민의 인권은 철저히 배제한 채 군수물자 및 핵, 미사일만 개발해온 것은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는 반복되는 도발에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추가적 제재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기독교회협의회(총무:김영주 목사) 화해통일위원회 논평에서 “대북제재가 전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군사화를 가속시키고 있는데도, 정부는 국제사회 대북제제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독자적 제재조치로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다”면서 “실질적 남북통일 모델이 돼온 개성공단 폐쇄조치로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고 비판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상임의장:정금교 목사)는 12일 인권목회자동지회와 예수살기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 가동중단 철회를 요구했다.

목정평은 “남북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발표한 것은 대북제제를 선도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결정”이라며 “개성공단 폐쇄조치와 같은 섣부른 판단은 북한 제재가 아닌 자국평화와 경제를 파탄시키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예장 통합 채영남 총회장은 사순절 목회서신에서 “남북의 무기경쟁으로 동북아 정세가 격랑에 휩싸이게 되고 있다. 미국의 사드 배치는 북한 핵개발을 가속화시키는 명분을 주게 되며, 핵폭탄은 한반도를 공멸의 위기로 몰아갈 것”이라고 평화를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기장총회는 논평에서 “핵과 미사일을 결부시켜 개성공단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개성공단은 북한 군사분계선을 북쪽으로 15km 올려놓은 평화공단”이라며 개성공단 가동 중단 철회를 요구했다.

공단 입주기업 “정부만 믿었건만”
현재 가장 큰 피해는 124개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5천여곳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이 입고 있다.

정부는 입주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출상환 유예, 만기연장을 비롯해 납세기일 연장, 공과금 납부유예 등의 혜택을 주는 등 지원대책 마련에 부심하지만 당장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2013년 재가동 합의사항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전한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운영을 보장한다’는 정부 약속이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면서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노무현 정부 시절 시작됐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재임 기간 꽃을 피웠다. 2005년 가동을 시작해 2007년 생산액은 1억8천만불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4억 7천만불, 2015년에는 5억4천만불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한해 개성공단 방문 인원이 12만8천명에 이를 정도로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회장 조기연 목사는 “핵 문제에 대해서는 잘못됐다고 강력하게 규탄하는 데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나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보다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개성공단은 60~70년 노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진보정권의 산물로만 폄하해서는 안 되며, 남북교류 협력과 화해를 위해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 개성공단 내 종합지원센터 앞에 유채꽃이 피어 있는 모습. 사진=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개성공단 가동중단, 효과는 있나?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개성공단 전면중단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개성공단 잠정중단을 발표하며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6160억원의 노동당 서기실에 유입됐고, 이 돈이 핵무기 장거리미사일 고도화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비공개자료가 있다고 했지만, 지난 15일 홍 장관은 국회에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바꿔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발사,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김병로 교수는 “심정적으로 핵무기 개발의지를 꺾고 자금줄을 압박해야 한다는 명분과 의지는 이해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개성공단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희생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개성공단은 남북 간 비즈니스 차원을 넘어선 평화증진 사업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경제적으로도 이번 폐쇄로 우리는 3조9429억, 북한 4534억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배기찬 이사장은 “북한이 외부에서 유입한 돈으로 핵미사일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고혈을 짜서 개발한 것이다. 북한은 주체과학에 의해 해외로부터 기술과 부품을 통째로 사오지 않아도 핵미사일 개발이 가능하다”면서 “해외 유입자금이 핵미사일 개발의 원천이라는 것은 정부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 이사장은 “금강산관광, 대북경협, 개성공단 나아가 중국기업 거래를 모두 중단해도 북의 미사일 개발을 완전히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협력사업 중단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쟁점은 우리나라와 미국은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사드의 배치는 한반도 긴장상황을 더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요격 가능성이 높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둔 균형외교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두터운 친분 때문에 중국이 우리에게 긍정적 태도를 기대하는 입장도 있지만, 국가이익 앞에 국가 수장은 국익을 선택하는 것이 통설이다.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의 사드 배치를 군사적 도발로 인식해 반발하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원로목사는 “이번 개성공단 운영중단은 하나의 선거를 앞둔 정치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정말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다면 그런 결단을 할 수 없다. 북핵 문제로 미국의 사드까지 한반도에 배치되면 아시아의 평화까지 깨진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반해 기독교통일학회 오일환 회장(보훈교육연구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도구로 개성공단이 지속되기를 원하지만 북한 계속되는 일탈이 남북관계 악화의 원인을 제공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단호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개성공단 폐쇄를 불가피한 조치로 평가했다.

오 회장은 “체제수호만을 목적을 두고 끝까지 가겠다고 하는데도 개성공단에 젖줄을 댄다면 유엔 대북제제 결의안에도 맞지 않은 조치”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파국을 맞게 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불안한 정세를 이어가게 됐다.

정부는 이후에도 강경 기조를 고수할 전망이어서, 대치국면을 벗어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우리 정부 역시 평화통일이라는 기초 아래 강온노선을 지혜롭게 선택해 장기적 평화정착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이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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