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의 자랑스러운 ‘인재’가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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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의 자랑스러운 ‘인재’가 될게요”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6.02.15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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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친구처럼, 우리는 하늘처럼’ 비전 품은 지구촌학교 졸업식 개최

순식간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강당을 가득 메운다. 제4회 지구촌 졸업식이라고 써진 현수막 아래로 자유분방해 보이는 학생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언뜻 보기에는 여느 졸업식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툰 한국어와 색다른 피부색을 가진 아이들의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띈다.

▲ 다문화 대안초등학교 지구촌학교 졸업식이 지난 12일 서울 오류동 지구촌학교 5층 강당에서 열렸다.

#16개국 학생 소속된 지구촌학교 졸업식 풍경

지난 12일 서울 오류동 지구촌학교 5층 강당에서 열린 다문화 대안초등학교 지구촌학교(교장:박세진)의 졸업식 풍경이다. 지구촌학교에는 16개국 출신국가 123명의 다문화 학생이 교육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다문화가정의 인구수는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취학연령의 자녀수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일반 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쉽지 않다.

피부색과 머리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래친구들의 차별과 놀림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구촌학교는 이러한 다양한 나라의 지구촌 아이들을 품고, 우리나라의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자 자랑스러운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다.

“지구촌학교에서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서로의 문화를 많이 배웠어요. 여기에서 친구들이랑 잘 지냈던 것처럼 일반 중학교에 가서도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어요.” 베트남 출신의 엄마와 한국인 아빠를 둔 김탄 학생(14·남)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소감을 전한다.

이날 졸업식에는 초등학교 6학년 과정을 마친 15명의 학생들이 강단 위에 올랐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모로코, 일본, 러시아 등 다양한 출신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비슷한 환경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기에 서로가 더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졸업을 앞둔 아이들의 소감에서도 선생님과 친구들을 향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3년 전, 부모님을 따라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온 이희동 학생(14·남)은 “학교를 졸업하니 뿌듯하면서도 떠나기 싫은 마음”이라며, “학교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3년 동안 많은 것을 가르쳐준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일반 학교에 다니다가 1년 전 지구촌학교에 오게 된 신미나 학생(14·여)의 얼굴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졸업을 하고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이 커요.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 적응하기도 편했고, 문화적인 공감대도 많이 형성됐어요. 외모가 다르다는 차별의식도 없고 모두를 똑같이 대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 다문화 대안초등학교 지구촌학교 제4회 졸업식이 지난 12일 서울 오류동 지구촌학교 5층 강당에서 열렸다. 선배들의 졸업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졸업을 맞이한 15명의 아이들은 밝은 모습으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린다. 한껏 들떠있던 분위기도 이 순간만큼은 잠잠해졌다. 비록 서로의 외모나 모국어는 다르지만, 하늘색으로 옷을 맞춰 입은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이날 격려사를 전한 지구촌나눔운동 대표 김해성 목사는 “샘 곁에 무성한 나무가 되라. 가물어도 잎사귀가 마르지 않고 깊이 뿌리를 내리는 존재가 되라”고 당부하며 “한국을 넘어 오대양 육대주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유익을 끼치는 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격려사 후에는 선, 후배들의 편지 낭독과 함께 졸업생들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졸업식 노래를 부르며 지구촌학교 울타리를 넘어 더 크고 넓은 세계로 떠나는 졸업생들에 대한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다문화 어린이의 강점 살리는 교육

▲ 지구촌학교 박세진 교장

지구촌학교는 공교육 과정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다문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초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다문화 어린이들이 건강한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라나고, 미래의 인재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지구촌학교는 지난 2011년 3월 2일 미인가 학교로 개교했다. 2011년 11월 15일에는 교육청 인가를 받았으며, 2012년 3월 1일 정식 개교했다.

지구촌학교 박세진 교장은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은 일반 학교의 아이들보다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혼율이 높고 생계문제로 부모와 떨어져있는 경우도 많아서 아이들이 가진 정서적 불안감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렇기에 교육 과정에 있어서도 차별화를 둘 수밖에 없다. 지구촌학교는 한 반에 배정된 인원이 15명이다. 그렇기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보다 세심한 관심을 갖고 대할 수 있으며, 체험 중심의 문화 활동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위탁형 대안학교’의 형태로 예비학교를 운영함으로써 한국말을 몰라 적응기에 있는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박 교장은 “지구촌학교는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가 일반학교에 비해도 덜한 편이다. 일반 학교에서는 다문화 어린이들을 특별하게 보지만 여기는 다 똑같다. 특히 다문화 수용에 대해 교육하면서 아이들 서로 간 갈등이나 차별이 없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학교는 다문화 어린이들의 문화적·언어적 강점을 최대화시키는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박 교장은 “다문화 어린이들이 한국어는 물론이고 출신 모국어에 뛰어나므로 다중(이중)언어교육을 작년부터 시작하고 있다”며 “현재는 러시아어, 중국어, 태국어, 필리핀어, 베트남어, 영어 등 6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기독교적 가치 위에 세워진 학교이기에 성경과목을 가르치고, 일주일에 한번 예배를 드린다. 지난해 12월에는 13명의 아이들이 정식 세례를 받기도 했다.

박 교장은 “국내 체류외국인 200만에 육박한 시대에서 타 문화 수용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먼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더불어 살아가야 할 동반자로 이들을 인식하고, 다문화 가정을 품고 따뜻하게 대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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