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갈등 ‘종식’ ... 교단뜻에 따라 법인 개혁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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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 갈등 ‘종식’ ... 교단뜻에 따라 법인 개혁키로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6.02.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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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소송 출판권도 서회-예장 독점적 권리 인정
▲ 지난 11일 프레스센터에서 5개 교단장과 법인 찬송가공회 공동 이사장, 비법인 찬송가공회 공동대표 등이 모여 찬송가 문제를 종식하는 대합의를 이뤄냈다.

지난 2008년 법인 등록 이후 교단들과 갈등을 빚어온 찬송가공회가 지난 11일 극적 합의를 이루면서 정상화 궤도에 들어섰다. 법인 해산을 요구해온 교단들이 ‘법인 개혁’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법인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9년 간 소송에 시달린 출판권 문제도 법원의 조정에 의해 서회와 예장출판사의 독점 출판권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원칙적 합의를 도출했다. 이로써 지난 2006년 21세기찬송가 발간 이후 법적 소송에 시달려온 ‘찬송가’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전망이다.

# 지난 11일 5개 교단-법인-비법인 공회 등 회동

설 연휴가 끝난 지난 11일 찬송가 판권을 가진 5개 교단(통합, 합동, 기감, 기장, 기성) 총회장과 법인 찬송가공회 공동이사장, 비법인 찬송가공회 공동회장 등 9명은 긴급 모임을 갖고 “법인 설립과 출판권 문제로 촉발된 대립과 갈등을 종식하고 재단법인 찬송가공회의 공공성 확립을 위해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찬송가의 주인은 교단이자 한국교회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천명하면서 교단의 권한 아래 이사회를 운영한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교단대표와 법인, 비법인 대표 등 3자가 이룬 합의는 △법인 공회는 찬송가의 주인은 교단이라는 점과, 교단들이 공적으로 파송한 이사들이 법인 공회를 유지 관리한다는 점을 천명하며, 아래의 내용을 정관에 반영하기로 한다. 1) 찬송가의 저작권리는 근본적으로 찬송가공회 설립 교단들에게 있다. 2)법인 공회의 이사 파송과 소환은 전적으로 교단들의 권한이며, 법인 공회는 교단들의 이사 파송과 소환 요청에 따라야 한다. △찬송가공회 설립 교단들은 2016년 2월 29일까지 각각 이사를 선임하여 법인 공회에 일제히 파송한다 △법인 공회는 교단들이 일제히 파송한 사람들을 이사로 등재하여 이사회를 새로 구성, 운영하고, 향후 교단들은 적극 협력한다 △21세기찬송가 중에서 문제가 있는 곡은 수정보완하여 발행하기로 한다 등 4가지다.

예장 합동 박무용 총회장은 “명절을 마치자마자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큰 선물을 주셨다. 지난 2008년 이후 한국교회에 짐이 되었던 찬송가문제가 대화합을 이뤘으며, 교단의 저작권리와 이사파송권을 법인이 존중하기로 하는 합의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 배경에는 출판권 소송 등이 마무리 되면서 기독교서회가 법인과 비법인의 화해 중재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회는 찬송가의 주인은 한국교회이고, 법인은 교단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연합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설득하며 대화합을 이끌었다.

# 2008년 이후 법인 불법 설립, 사유화 논란으로 갈등

찬송가는 한국교회 연합의 상징이었다. 새찬송가와 개편찬송가, 합동찬송가 등 교단마다 다른 찬송가를 사용하던 중 1981년 교단들이 연합하여 찬송가공회를 설립하고 하나의 찬송가 개발에 힘을 모아 1983년 ‘통일찬송가’를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후 한국교회는 하나의 찬송가를 부르는 것을 중요한 전통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2006년 현재 한국교회가 사용하고 있는 21세기찬송가를 새롭게 발행하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찬송가공회가 연합기관에 출판 독점권을 주던 관행과 합의를 깨고, 일반출판사들에게 시장을 개방하면서 출판권 소송이 시작된 것. 이어 교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8년 4월 충청남도에 비밀리에 재단법인을 설립하면서 ‘사유화’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법인 설립 당시 찬송가공회는 10개 교단 18명이 이사로 등록했지만 기장과 기성, 침례, 합동, 기감 등 주요 판권 교단이 반발하면서 교단 중심의 비법인 찬송가공회를 유지했다. 결국 찬송가공회는 법인과 비법인 2개로 갈라져 21세기찬송가 사용과 새로운 찬송가 개발 등의 대립을 지속했으며, 소모적인 싸움 속에서 주무관청인 충청남도가 찬송가공회 법인 허가 취소를 결정하는 등 파행을 겪어왔다.

이런 갈등 속에서 극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출판권 소송의 종식과 충남도청의 행정심판 패소가 동력이 됐다.

충청남도는 지난 2012년 법인 찬송가공회가 기존 공회로부터 권리와 재산을 합법적으로 승계받지 못했다며 ‘기본재산 출연 부존재’를 이유로 법인 설립을 취소한 바 있다. 이후 법인 공회는 ‘허가취소처분취소’ 가처분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충남도와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소송은 3년만인 지난해 11월 대전지방법원 제1행정부에 의해 법인공회가 승소하면서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아 상황이 역전됐다. 충남도가 항소했지만 일단 1심에서 승기를 잡은 법인 공회는 상당히 유리한 입지를 다지게 됐다.

하지만 출판권 소송에서는 법인의 이중계약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혔다. 설 직전에 이뤄진 법원 조정에서 재판부는 교단들의 추천에 의해 출판권을 가진 서회와 예장출판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4년 간 독점 출판권을 인정하고, 일반출판사들은 반제를 사가도록 합의를 유도했다. 찬송가공회가 전통적으로 진행해온 출판권 계약과 합의가 사법부의 조정에 의해 되살아 난 것이다. 이 합의로 총 40여개에 이르던 크고작은 출판권 소송이 모두 취하됐다.

# 출판권-법인 등 상호권리 인정하며 '윈윈' 선택

결국 출판권과 법인 허가 등에서 서로 하나씩 주고받은 찬송가 문제는 설을 기점으로 ‘대화합’으로 마무리됐다. 법인 해산을 요구하던 교단들은 출판권 정상화 소식과 함께 법인 ‘개혁’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법인은 교단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재단법인의 정당성을 보장받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법인 공회 이사장인 통합 강무영 장로와 합동 서정배 목사의 공로도 컸다. 찬송가 판권 교단들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희생과 양보로 공회 개혁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합의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강무영 이사장은 “연합하여 선을 이루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진 것 같아 기쁘다”며 “이제 5개 교단과 법인 비법인이 모두 모여 재단법인공회가 새롭게 탄생하게 된 것을 보고드린다”고 말했다. 서정배 이사장도 “교단장들께서 관심을 가지고 하나가 되도록 힘써주신 것에 감사한다”며 “공회발전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교단들이 법인을 인정함에 따라 비법인 공회는 해산수순을 밟으며, 기존 찬송가위원회와 새찬송가위원회 활동으로 복귀할 전망이다. 비법인 대표인 김용도 목사는 “벌써 9년 됐다. 시작부터 법인 설립은 한국교회의 자산이 개인화되는 것이기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오늘의 합의를 이루게 한 법인 공동이사장과 5개 교단에 감사한다”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합의에 따라 법인 이사회에 참여했던 교단들은 오는 2월 29일까지 새로운 이사를 파송하게 된다. 앞으로 법인 공회는 교단에서 이사를 파송하면 받아야 하고, 소환하면 돌려보내야 한다. 서정배 이사장은 “이미 정관에 있는 것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것은 교단의 요청에 맞게 더 보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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