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청년들 위해 공짜로 밥 퍼주는 강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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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청년들 위해 공짜로 밥 퍼주는 강남교회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2.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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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아침밥 봉사…“전도 보다는 보듬어주고파”
▲ 노량진에 위치한 강남교회는 15년째 청년들을 위해 무료로 아침밥을 대접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도 많은 청년들이 교회를 찾아 식사로 하루를 시작했다.

올 들어 가장 추웠던 1월의 어느 새벽, 한파를 뚫고 노량진의 수험생들이 삼삼오오 강남교회(담임:고문산 목사)로 모여들었다. 아침밥을 먹기 위해서다.

오늘의 메뉴는 시래기 국과 시금치, 버섯볶음과 김치. 단출한 반찬이지만 쟁반 위에 소복히 쌓인 밥과 반찬에서 김이 솔솔 올라오는 모습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

매일 아침마다 이곳을 찾는다는 경찰공무원 지망생 박찬민 씨(25세, 남). 박 씨는 1년 전부터 이곳 노량진에 머물며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딱히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서 공짜 밥을 찾는 것은 아니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공부도 잘되는데, 스스로 밥을 차려먹기는 쉽지 않고, 교회에서 청년들을 위해 밥을 준다는 소식에 꾸준히 찾고 있다.

최윤선 씨(22세, 여) 역시 일주일에 3번 이상은 교회에서 아침을 먹는다. 온라인으로 교회 밥을 먹는 모임을 만들어 밥도 함께 먹고 공부도 같이 하고 있다.

교회는 벌써 15년째 노량진 수험생들을 위한 새벽밥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15년 전 노량진에 교회가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 교회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시작된 것이 아침밥 봉사였다.

특별한 광고도 하지 않고, 알림판 하나 설치하지 않지만 매일 250에서 300명가량의 청년들이 교회밥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있다. 교회에 가면 아침밥을 공짜로 준다는 소문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돌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것.

일주일에 많게는 100만원, 일 년에 5000만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는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일이지만 교회는 마땅히 이 일을 감당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여 성도를 중심으로 청년들과 성도들이 꾸준히 봉사활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회는 이 사역이 전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교회가 위치한 노량진 지역이 수험생들의 밀집지역인 만큼 지역사회 활동의 일환으로 이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는 김경일 목사는 “새벽밥 사역은 교회의 주력사역”이라며 “지난 5년 사이 이곳을 찾는 청년들도 많이 변해서 과거처럼 돈이 없어 밥을 먹으러 오는 이들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비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식사의 질은 크게 높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사역의 방향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김 목사는 또 “이곳에서 사역하다보면 청년들의 답답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현실은 복잡한데 교회들이 이것을 너무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교회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어떤 물질적인 것 보다는 청년들과 함께 고민하며 보듬어 안아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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