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관심 없으면, 한국교회 미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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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대’ 관심 없으면, 한국교회 미래 없어”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6.02.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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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들, 10년 뒤 한국교회 ‘쇠퇴할 것’ 51.3%…원인으로 주일학교 쇠퇴 지적

한국교회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신학생들도 향후 한국교회의 모습을 비관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년 뒤 한국교회의 쇠퇴와 성장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 국내 신학대학원 재학생 300명 중 51.3%가 ‘쇠퇴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성장할 것’이라는 응답은 ‘매우’(3.3%)+‘어느 정도’(20.0%)로 23.3%에 불과했다.

이처럼 많은 신학생들이 한국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교회가 쇠퇴할 것’이라고 답한 학생 154명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주일학교 쇠퇴’라는 응답이 25.3%로 가장 높았고, ‘영성의 쇠퇴와 말씀의 약화’가 18.8%로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사회로부터 신뢰 상실’ 17.5%, ‘물질만능과 쾌락주의 만연’ 14.9%, ‘목회자들의 자질 부족’ 11.0%로 조사됐다.

신학생들은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 부족과 영성의 약화, 사회적 신뢰도 하락 등이 한국교회 미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고령화된 한국교회가 외적으로는 자라나는 청소년 세대와 주일학교에 투자하지 않고 있으며, 내적으로는 복음의 본질에 바로 서지 못하고 있다는 씁쓸한 평가이기도 하다.

다음세대 한국교회 미래와 즉결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 부재는, 한국교회 세부 항목별 신뢰도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한국교회에 대해 6가지 항목별로 신뢰도를 물어본 결과, ‘구제·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에 가장 많은 응답자인 36.0%가 ‘신뢰한다’라고 응답했지만, ‘차세대(청소년) 사역을 잘하고 있다’는 23.3%로 가장 낮은 신뢰도를 보였기 때문.

이러한 전망에 대해 김상구 교수(백석대)는 “신학생들의 눈에 비친 현 교회의 모습이 곧 자신들이 앞으로 목회할 미래 교회의 기대치고 전망치라고 본다면, 현재 쇠퇴하는 주일학교의 모습에 대한 실망감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목회할 미래 교회 규모에 대한 저조한 기대치로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신학원생들이 한국교회를 신뢰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가 다음세대에 대한 무관심”이라며 “이는 미래 한국교회에 대한 낮은 신뢰도나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세대를 키우는 일은 미래 목회를 위한 토양에 미리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차세대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없이는 어떠한 결실도 답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50년이 되면 한국교회 성도 수가 300~400만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도 한국교회를 살릴 마지막 보루가 ‘다음세대’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한국교회가 지난 20여년 전 뿌린 전도의 열매로 30~50대 장년층의 성장을 이룬 것처럼, 한국교회의 내일을 위해서는 ‘주일학교’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며 다음세대에 대한 투자가 곧 한국교회의 성장과 정체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신학생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있고, 개혁의 의지를 품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목회자 개인 영성의 강화와 주일학교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향후 목회를 이끌어갈 신학생들의 역량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신뢰도는 40.3%로 낮아
다음세대를 키우지 못하는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도 대체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들 가운데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라는 견해는 40.3%였으며, ‘신뢰하지 않는다’는 19.0%, ‘보통이다’라고 평가를 유보한 응답은 40.7%에 이르렀다.

지난 2013년 발표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의식조사에서는 같은 질문에 목회자 63.2%, 기독교인 67.0%가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본지의 조사에서 신학생들의 응답(40.3%)보다 20% 이상 높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학생이라는 특수성을 넘어 전반적인 한국교회 신뢰도 하락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국교회 신뢰도 회복을 위한 개선점으로는 ‘교인과 교회 지도자들의 신행불일치’(64.3%)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는 △기독교 본연의 영성쇠퇴(30.7%) △목회자들의 윤리·도덕적 타락 문제(27.3%) △물질·기복신앙(24.7%) △교회의 성장제일주의(23.3%) 등이 뒤따랐다.

지난 2014년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조사에서도 한국교회 신뢰수준은 19.4%에 그쳤으며, 한국교회 비신뢰의 가장 큰 원인도 ‘언행일치가 되지 않아서’(24.8%)가 가장 높았다. 이로서 신학생들도 그리스도인들이 말뿐이 아니라, 행함으로 신앙을 드러내는 ‘삶의 신앙’을 한국교회 신뢰도 회복을 위한 주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교회성’ 회복으로 가야
한국교회 내 찬반 논란이 팽팽했던, ‘목회자 세금 납부’ 문제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종교인 과세’가 2018년 시행을 앞두고 많은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이번 조사에서는 신학생 5명 중 4명(79.0%)이 목회자 소득 납세를 ‘찬성한다’라고 응답한 것이다. 전 계층에서 목회자의 개인 소득 납세 ‘찬성’이 60%를 상회하는 가운데, 연령이 증가할수록 찬성 견해가 강했다. 실제로 20대는 77.1%, 30대는 79.1%, 40대 이상은 91.7%에 달했다.

교회세습 문제도 중대형 교회는 ‘교회 세습은 해서는 안된다’라는 의견이 71.3%로 우세했다. 반면, ‘소형교회와 미자립교회’는 ‘상황에 따라 인정할 수도 있다’라는 응답이 각각 53.7%, 65.0%로 높아 교회 규모에 따라 세습에 대해 다른 인식을 보였다.

최근 한국교회 신뢰도가 급감하고, 목회자 윤리 회복 등이 과제로 요청되는 가운데 교회의 공교회성 회복과 그리스도인의 삶의 윤리 수준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목협 조사에서는 ‘목회자 개인소득 납세 의무화’에 대해 목회자 500명 중 ‘반대’는 51.0%, ‘찬성’은 49.0%로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교회 세습은 71.0%가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돼 이번 조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김상구 교수는 “교회 세습과 목회자 세금 문제가 사회적으로도 논란을 일으킨 만큼 윤리적 측면에서 더욱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목회 현장에서 사역을 한다면 입장이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신학생들이 보다 사회 개방적이고 기존의 제도권에 조금 더 반대적인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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